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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에스피오나지 장르를 이렇게 한국적으로 다룰 수도 있구나,라고 놀라며 본 영화.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영화가 아닐까. 관습적이거나 과잉된 부분도 보이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크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이 영화는 대중영화의 또 하나의 기준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장훈 감독의 전작인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과 강지환의 호흡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의형제' 속 송강호와 강동원의 호흡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강호와 강동원, 두 배우 모두 각자의 나이대에서 가장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다. 외적인 모습만 보아도 많이 다른 두 배우.. 더보기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개인적으로 좀비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한동안 정적인 영화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좀 자극적인 영화를 보고 싶어서 보게되었다. 좀비영화 중에서 '28일 후'나 '28주 후'와 같이 어두운 분위기의 좀비영화도 좋아하지만,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밝은 분위기의 좀비영화를 좀 더 좋아한다. '좀비랜드'은 다른 좀비영화와 마찬가지로 고어적 성향도 있지만,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의 코미디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성장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좀비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새 맥거핀이 되어버린다. 좀비영화의 범주에 넣지 않고 코미디영화의 범주에 넣어도 될만큼 계속해서 큰 웃음을 주는 영화이다. 중간에 빌 머레이가 나오는 부분은 '에이,.. 더보기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2) 얼마 전에 씨네코드선재에 잠깐 들렸었는데, 대부가 상영중이라서 굉장히 놀랐다. 대부가 상영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며칠 뒤에 '대부'를 보기 위해서 씨네코드선재에 갔다. 내가 '대부'를 스크린으로 보게 될 줄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흠잡을 것 없이 다 좋았다. 다만 현대적인 감성에 익숙한 내게 작품의 메시지는 와닿았지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감성이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세대는 이미 '대부'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수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자라지 않았는가. 얼마 전 씨네21의 어느 한 젊은 20대 초반의 감독이 우리 세대는 히치콕이 아니라 다르덴 형제를 보며 영화를 꿈꾼다고 했는데 난 그 말이 딱 맞는다고 본다. 우리가 히치콕의 영화를 직접 보면서 '배우는 것'은 많겠지만 .. 더보기
박새별 - 그대는 아는지 혹시 기억하는지 너를 처음 봤던 그 날은 하루 종일 하얗게 흰 눈이 내리던 스물두살의 겨울이었어 몇 번을 지나쳤는지 약속도 없이 기다리던 그 길 가을 오고 겨울 지나고 새로운 봄이 오면 언젠가는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사실 말야 흘러가는 계절 너머로 울고 웃던 너와 나 그 많은 시간 속에 나의 바램과 기대와 눈물이 함께 서려 있어 그대는 아는지 네게 전화를 걸 때마다 할 말을 몇 번이고 생각하다 뜬금 없는 날씨 얘기 괜한 안부를 묻고 또 하루 종일 네 생각을 하지 사실 말야 흘러가는 웃음 너머엔 얼마나 힘든 일 온갖 망설임이 있는지 스쳐가는 짧은 대화 또 다시 찾아오는 길고 긴 하루와 박새별의 EP는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박새별의 새앨범은 굉장히 좋게 들었다. 게다가 이 앨범에서 제일.. 더보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운좋게도 시사회에 가게 되어서 개봉 전에 보게 되었다. 서울극장에서 보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서울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이 영화의 감독인 이준익의 작품인 '님은 먼곳에'였다. 누군가 내게 이 영화에 대해서 묻는다면 황정민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그 외에는 그냥 평범한 평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백성현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대사톤이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와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한지혜의 캐릭터는 사족처럼 느껴진다. 황정민의 연기는 압도적일만큼 좋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대상황을 비롯해서 허무주의에 젖은 채로 전개되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많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맞추지 못한 캐릭터들과 뻔한 이야기.. 더보기
블라인드 사이드 (The Blind Side, 2009) 개인적으로 산드라블록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도대체 오스카가 왜 메릴스트립이 아니라라 산드라블록에게 여우주연상을 준 것인지가 궁금해서 이 영화가 보고싶었다. 보자고 생각만하고 미루어두다가 '불교와 인간' 수업 시간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웰메이드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영화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이 영화에 산드라블록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과연 이만큼이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할 말이 별로 없다. 뻔하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평화로운 영화를 그리 안좋아해서 나는 그냥 그랬던 .. 더보기
공기인형 (Air Doll, 2009) '공기인형'은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과 배두나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이다. 일본 영화 특유의 정적인 느낌이 강해서 지루한 면도 있고, 공기인형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배두나가 연기한 공기인형 캐릭터는 배두나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의미가 클 것이고, 관객에게도 오랫동안 기억될만큼 임팩트가 컸다. 영화는 공기인형이 어느날 마음을 가지게 된 뒤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노조미는 공기인형이다. 노조미는 어느날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집 주변 비디오가게점원을 좋아하게 되고, 그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말도 배우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공기인형의 주인을 비롯해서 영화 속에서 공기.. 더보기
줄리아하트 - 하얀 마법 속삭임 아주 꾹 꾹 꾹 눌러 쓴 글씨 순백의 엽서에 하얀 색연필 제각기 때 타 짝없는 31쌍의 양말 하얗게 샌 밤 까맣게 잊고 하얀 거짓말로 새까맣게 그을린 굴뚝 속에 흑백건반의 음이 울린다 다져 묻고 뒤져 찾고 오랜 시간 고쳐 써왔던 연습곡의 악장이 봄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있어 하얀 마법 속삭임 in my ears in my ears in my ears 눈부신 빛의 멜로디, 귓가엔 향긋한 설레임 아주 푹 푹 푹 눌러 쓴 fool's cap 맨 끝장부터 들추는 독서습관 덕에 단지 결말만 아는 책들이 잔뜩 서툰 손길로 카드를 섞고 자못 한가로이 수저를 솎고 너를 생각해 파종의 철이 손을 찾는다 털어 씻고 접어 쌓고 수평선과 같이 잔잔했던 일상의 천칭에 낯선 새들이 날아들고 있어 하얀 마법 속삭임 in my ear..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