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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인랑 (人狼 , ILLANG : THE WOLF BRIGADE , 2018) 김지운 감독을 좋아한다.일본애니메이션 '인랑'은 한때 메신저 아이디로 쓸만큼 좋아했다.그 둘이 만났으므로 큰 기대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원작은 사유 때문에 좋았는데,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사유 대신 액션만 있다.좋은 여름블록버스터다. 그런데 난 김지운 감독에게 액션보다 사유를 원한다.그의 무수히 많은 영화는 질문하게 하니까.아주 심플한 질문으로,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런데 '인랑'은 너무 많은 인물이 많은 혼란을 관객에게 전달한다.그걸 보는 관객도 혼란스럽다. 좋은 재료가 많아서 더 아쉽다.배우들 모두 연기가 좋았고, 수로세트장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인상적이었다.액션과 촬영도 좋았다. 다만 강동원과 한효주가 나오는 장면만 갑자기 너무 촬영과 .. 더보기
밀정 (The Age of Shadows , 2016) 여전히 김지운 감독의 최고작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장르를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일리스트다. 빽빽한 서사 대신 이미지로 극의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인물들의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설명 안 되는 부분도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서사보다 분위기에 집중할 때 가장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김지운 감독은 차가운 정서를 다룰 때 가장 빛이 난다. 송강호는 뜨거운 모습보다 차가운 모습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김지운과 송강호의 호흡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 박희순은 특별출연이라기에는 반칙이다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 엄태구는 명백한 이 영화의 최고발견이다. 폴토마스앤더슨의 '데어윌비블러드'에서.. 더보기
반칙왕 (The Foul King , 2000)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을 다시 보았다. 장진영이 나온 순간부터 이 영화는 내게 장진영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온전히 송강호를 위한 영화이지만, 송강호가 길에서 꺾는 꽃이 바람에 날아가자 다시 주워오는, 프레임 밖에 있는 그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세상 모두 반칙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느낀다. 세상이 하는 반칙에 적응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무대 위에서만 반칙을 하는 남자가 있다. 마스크도 포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가 아무리 애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쓴 타이거마스크보다도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지만, 우린 그것을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반칙이라고 자기위로를 하며 반칙에 적응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현실에서 반칙을 하지 않으면 도.. 더보기
조용한 가족 (The Quiet Family , 1998) 너무 예전에 봐서, 거의 새롭게 본 느낌이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중 '달콤한 인생'을 가장 좋아한다. 문득 그의 초기작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보게 되었다. 김지운 감독은 거의 모든 장르를 자기 스타일로 풀어내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장르로 묶이기 보다 '김지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의 초기작은 설정의 힘을 빌린, 거의 희곡이 가까운 느낌이다. 연극으로 올려도 충분히 어울리겠다 싶은 소동극이다. 개연성을 의심할 시간에 밀어붙이고, 캐릭터의 전사나 성격을 설명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최민식과 송강호를 한 장면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고호경이다. 지금 봐도 정말 보기 드문 유니크한 색을 가진 배우이다. '버팔로66'에 나오는 크리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