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Tunnel , 2016)

Movie 2016.09.04 23:27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로 인해 몇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볼 수 있었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서 어떤 1인극을 보여줄 것인가,

감독 김성훈은 '끝까지 간다'에 이어서 어떤 장르극을 보여줄 것인가,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베리드'와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것인가.

 

위와 같이 세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봤고, 전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정우의 연기는 여전히 좋은 리듬을 가지고 있고, 김성훈은 최동훈만큼이나 영리한 상업영화감독임을 증명한다.

'베리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역시 한국적 정서일텐데, 911테러와 세월호라는 두 재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어떤 정서를 품고 있냐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좋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대감,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터널'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체 의식을 희망으로 품고 간다.

시민사회가 회복하기 위해서 가장 최소한이자 최선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고 현 사회는 그런 면에서 공동체 의식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마치 투기장에 갇힌 것처럼 서로 경쟁하고 투쟁하기 바쁘다.

마치 터널 속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현재의 시스템에서 개인이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미션이 되어버렸다.

 

터널 안에 생존자 두 명이 중산층과 사회초년생이었다는 것도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이 전화를 해서 생존을 신고하는 동시에 말하는 것은 신입생연수의 참석여부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회사라는 소속이 생겼다는 것은 생존의 실마리를 잡았음을 뜻한다.

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으로 취급 당하는, 사회적 죽음을 당하게 된다.

 

터널 안이 아니더라도 터널 밖에서 이미 수많은 이들이 사회적 죽음을 당하고 있다.

다만 뉴스에서는 그러한 개인들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개인의 희생에 대해 당연하게 느껴는 이들은 알아야 한다.

그렇게 개인을 방치하는 시스템 속에 속한 이상, 자기 자신도 언제든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가 끝난 뒤에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영화는 끝났지만, 우리의 생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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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The Handmaiden , 2015)

Movie 2016.06.02 01:28

 



박찬욱 감독은 특별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어렵다고 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보다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보이'는 열 번도 넘게 봤고,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JSA', 단편 '심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에,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최근에는 계속해서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아가씨'는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서는 박찬욱 감독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지만, 영화 톤 자체는 그의 영화 중에 가장 밝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식으로 희망을, 사랑을 말한다는 것이 낯설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인데, '아가씨'도 못지 않게 낯설다.

 

보고나서 블랙고어로맨틱코미디라고 불러야할 것 같은 '박쥐'만큼이나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일단 박찬욱 감독에 대한 편견과 예고편과 스틸컷의 분위기로 인해 스릴러라고 예상하고 있고 일정 부분 이상은 맞는 이야기이다.

박찬욱 감독은 워낙 서스펜스에 능하기에 그 무엇을 찍어도 스릴러가 될 것이다.

 

두 여성의 성장과 연대를 말하기에 가장 크게 떠오르는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였고, 어떤 목적으로 인해 가까워졌다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에 '색,계'가 떠오르기도 하고, 두 여자의 감정을 보고 있으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떠오른다.

물론 수많은 영화가 떠오르지만 박찬욱 감독의 이전작품들이 가장 크게 떠오른다.

 

조상경 의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정정훈 촬영감독 등 박찬욱 감독과 주로 호흡해온 이들이 만든 영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아름답다 앞에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만큼, 탐미적인 것이 무엇인지 작은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올드보이'의 강혜정,  '박쥐'의 김옥빈에 이어서 '아가씨'의 김태리까지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박찬욱 감독이 정말 배우를 선택함에 있어서 탁월하고 연기디렉팅 또한 엄청나다는 것이다.

김태리는 김민희가 함께 나오는 부분이 많은데, 두 사람의 외모와 분위기 등이 완전 상반된 것에서 오는 시너지가 크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든 장면의 분위기와 대사들은 사랑스럽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사랑에 대해 떠올릴 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영화 보기 전에 인터뷰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이 하정우의 연기 중에 '멋진 하루'를 인상적으로 봤다고 했는데, '멋진 하루' 속 하정우만큼이나 웃음을 많이 주는 역할이다.

하정우를 떠올리면 다양한 배역들이 떠오르지만 '멋진 하루'나 '러브픽션'에 이어서 '아가씨'까지 찌질하면서 위트 있는 역할이 떠오를 것 같다.

조진웅은 분장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고, 김해숙은 짧지만 인상적이다.

 

곡성에 이어서 '아가씨'에서도 아역배우가 눈에 띈다.

김민희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조은형도 인상적이었고, 특별출연한 문소리는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준다.

문소리가 나중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척이나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노출씬이 꽤나 많지만, 오히려 노출없이 감정선이 맞닿는 부분의 질감이 더 좋았다.

박찬욱 감독은 총을 쏠 때보다, 총을 쏠듯말듯 애태우면서 총에 맞은 것 이상의 충격을 주는데 능한 감독인데, 불친절하다는 관객들의 피드백 때문인지 유독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부분이 많았다.

감정이 급격하게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생략된 부분이 많고, 간략하게 넘어가도 될 부분에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느낌이 있다.

 

성적에너지로 가득한 극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가장 오해가 변태적이라는 수식어 같은데, 극에 필요한 성적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감독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의 영화들 중에 성적인 뉘앙스들은 하나 같이 어떤 당위를 가지고 적용되는 것이지, 그저 자극적인 묘사를 위해 쓰이지 않았다.

 

'아가씨'의 경우 설정에서부터 아예 변태적인 것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극이다.

오히려 이러한 설정 덕분에 두 주인공의 사랑이 더 큰 애틋함을 가지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다.

부당한 것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저항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다.

 

영화를 보고나왔다는 느낌보다 아름다운 것을 목격하고 나온 느낌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풍경 중에 손에 꼽을만큼 아름다웠다.

몇몇 장면들은 간직해서 오래오래 보고 싶을 정도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보기만 해도 두근거렸던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러한 경험을 '아가씨'를 통해 했다.

시간이 지나면 영화의 장면들 대부분이 휘발하고 작은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가씨'의 장면들이 주는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은 꽤나 길 것 같아서, 아주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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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Assassination, 2015)

Movie 2015.11.28 12:07

 

 

 

소재가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다는 식의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박하다.

역사와 정치 관련 소재에 대한 영화라고 무조건 추앙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내게 영화는 아이템과 상관없이 완성도와 취향의 영역이다.

 

영화사와 문학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소재가 평가의 잣대라는 그 논리가 참이라면, 지금 당장 예술의 역사는 무너진다.

지금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당시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걸작이라고 부르는 예술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 이야기와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의 무게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암살'은 고마운 작품이다.

소재에 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인데 완성도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 소재를 가지고 편협하고, 형편없는 완성도로 풀어낸 작품들이 무수히 많았기도 하고.

 

역사적 메시지가 뚜렷하지만, 역사를 아이템 삼아서 풀어낸 활극이다.

최동훈은 국내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감독 중 한 명이기에, 최동훈 개인의 필모그래피 기준으로 본다면 밀도가 떨어지는 시나리오이다.

최동훈의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이 빈틈없이 꽉 차있는 시나리오라면, '암살'은 상대적으로 빈틈이 많은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그 빈틈을 정서로 채워넣는다.

관객들의 평이 갈리는 부분도 결국 그 정서를 각자 어떻게 채우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동훈 감독의 웰메이드 영화를 거절할 수 없다.

수많은 스타급 배우들을 불균형없이 조율해내고, 영화적 리듬은 항상 탁월하다.

스타캐스팅을 하는 시스템을 비롯해서 최동훈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본이 있어도 각본과 연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들은 출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충무로에서 최동훈의 시나리오를 받고 탐내지 않을 배우가 몇이나 있겠는가.

그가 흥행감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그가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자 효율적인 연출에 능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정재의 연기 중에서 '하녀' 속 연기를 가장 좋아했는데, 앞으로는 '암살'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을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진중한 말투와 이중적인 캐릭터가 섞이는 순간의 맛이 있다.

전지현은 자기 필모그래피의 2막에 들어왔다.

'도둑들', '베를린', '암살'의 전지현은 충무로에서 원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배우가 되었다.

필모그래피가 어느 순간부터 확 변화한 예를 들 때 항상 장만옥을 들었는데, 앞으로는 전지현을 예로 들어도 될 것 같다.

 

최동훈은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욕망을 알고 있다.

뻔한 현상을 재밌게 말하는, 이야기의 리듬을 너무 잘 아는 감독이다.

난 결국 그가 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궁금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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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The Terror, LIVE , 2013)

Movie 2014.10.30 12:57


감독은 이 영화 구상하며 '폰부스'를 100번도 넘게 봤다는데, 협소한 공간을 쓴다는 설정 때문인지 '베리드'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좋은 영화의 시작은 무조건 시나리오이다.
하정우는 극 전체를 어떻게 흔들어야하는지 아는 배우이다.
이다윗은 짧게 등장하지만, 그동안 보았던 그의 표정 중 가장 인상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전혜진을 비롯해서 분량에 상관없이 출연배우 모두들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시나리오 상에 결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속도감으로 영리하게 채워나간다.
결점을 생각할 틈도 없이 밀고나가는 에너지가 있다.

김병우 감독의 차기작의 서사보다도 흡입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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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KUNDO : Age of the Rampant , 2014)

Movie 2014.08.14 07:00



윤종빈 감독은 메세지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쳐있던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군도'는 메세지보다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순도백퍼센트의 오락영화이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성이 짙었다.
하지만 '군도'는 아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나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처럼 최소한의 서사를 깔아두고 많은 볼거리와 함께 전진한다.

영화의 전사들은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정서가 갑작스럽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캐스팅으로 미니시리즈를 만들기에는 무리겠지만.

캐릭터 보는 재미가 큰 영화이고, 캐스팅도 좋았다.
특히 이성민의 연기가 좋았다.
'무간도' 시리즈를 양조위와 유덕화 때문에 봤다가 오히려 보고나서 황추생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민은 연기의 폭이 참 넓다고 느꼈다.

하정우는 군도 일당에 합류한 뒤에 사투리 톤이 어색하다고 느꼈지만, 그 앞부분의 연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강동원은 나중에 연극무대에서 혼자 일인극을 해도 멋지겠다고 느낄 만큼,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화면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황홍하게 바라보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형사'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강동원은 선이 너무 고운 배우라고 생각한다.

군도 일행 중에 살아남는 이들과 죽은 이들을 보다보면, 왜 하필 이들만 살아남았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계급에 대한 상징성까지도 볼 수 있다.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 캐릭터는 애초에 약점이 없는 캐릭터라 사람이기에 약점일 수 밖에 없는 포인트를 하나 설정해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 느낌이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여전히 윤종빈 감독의 최고작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는 재미는 '군도'가 더 크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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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Movie 2013.01.31 11:34



데뷔작 이후로 류승완은 항상 액션감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내가 류승완을 보면서 감동했던 순간은 항상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였다.
류승완은 드라마에 강한 감독이라는 생각은 '부당거래'를 통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베를린'은 좋은 드라마이다.
훌륭한 액션과 좋은 대사로 만들어진 괜찮은 드라마이다.

'부당거래' 이전의 류승완 영화들은 액션이 주가 되고 드라마는 액션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베를린'은 드라마가 주가 되고 액션은 드라마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보아온 류승완의 각본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

'베를린'을 본 사람은 누구나 전지현을 칭찬할 것이다.
장만옥이 떠올랐다.
미스 홍콩으로 데뷔해서 소모적인 상업영화들에 출연하다가 왕가위, 관금붕 감독을 만나서 진짜 배우로 거듭난 장만옥.
최동훈과 류승완을 만난 후의 전지현은 앞으로 무슨 CF에 나올까가 기대되는 CF스타에서 앞으로의 출연작이 궁금한 배우로 변신했다.

하정우와 류승범의 조합은 참으로 흥미롭다.
하정우는 현재 동시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시나리오를 잘 보는 것 같다.
그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영화는 신뢰가 간다.
류승범은 정말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배우이다.
그가 후반부에 무표정하게 총질을 하는 장면에서 그가 정말 타고난 배우라고 느껴졌다.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의 멜로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후반부는 정말 강한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한석규보다도 까칠한 한석규가 익숙해진 날이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제발 '베를린'이라는 이 흥미로운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기획물이 한국에 존재해줘야 한다고 본다.

먼지 처음 살아라, 다른 사람들처럼.
'베를린'은 먼지 같은 사람들을 생산해낸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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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프로젝트

Movie 2012.09.16 09:13



예능 프로그램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봤다.
충분히 귀엽고, 웃긴 영화이다.

등장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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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픽션

Movie 2012.05.06 18:06



분명 재미있게 웃으면서 봤는데,
왜 이렇게 어지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난 궁금한게 많은 것이 지극히 좋은 상태라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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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Movie 2012.04.11 11:42



윤종빈 감독의 전작인 '비스티보이즈'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윤종빈 감독만의 스타일이 잘 담겨있는 영화이다.
감독에게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처럼 큰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세 장르의 장편을 만들어냈음에도 자기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 윤종빈 감독은 차기작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서양 갱스터 영화의 분위기만 한국에 가져왔을 뿐,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한국 갱스터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범죄와의 전쟁'은 품고 있는 정서와 분위기 모두 완전한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개성있는 인물들 덕분에, 특히나 주연인 꼰대 아저씨 최익현(최민식) 캐릭터는 그 개성만으로도 서사가 진행되고 시대상이 그려지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배우들도 두 주연배우인 최민식과 하정우뿐만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조연들의 연기도 굉장히 좋았다.
올해 국내영화 중에 가장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영웅물이 아니라 꼰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될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쌍해 보였던 것은 최익현의 아들이었다.
최익현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걸어온 행보를 생각하면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꼰대에 대한 거부감과 동시에 꼰대와 같은 삶을 배워나가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엔딩은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2'를 연상시켰다.
자식에게만은 꼰대 짓 안 하고 편히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오늘도 꼰대 짓을 한다.
그런데 과연 꼰대 짓을 한 아버지를 아들은 좋게 생각할까?
어쩌면 영화 마지막에 최익현을 중심으로 아웃포커스 된 장면은 이제 더 이상 필요없어진 꼰대, 어느새 자라서 자리잡은 자식에게 꼰대 아버지는 감사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부담스러운 존재이기에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 시대의 유령, 윗 세대의 꼰대들이 만들어 간 세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도 그 유령의 후예들이 넘쳐나지만 마치 그 꼰대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 것마냥 지금 이 세대를 살아가고 있다.
믿음을 배반하는 세대, 그 세대를 관통해서 그들의 밑에서 우리는 자라나고 있다.

꼰대 전성시대라는 제목, 이 제목이 어느 세대에서나 적용될만한 제목일까봐 두렵다.
꼰대라는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 단어가 이 영화에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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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Movie 2010.12.25 17:17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솔직히 난 '추격자'가 더 좋았다.
일단 '추격자'는 이야기의 중심축이 단순명확하지만,
'황해'의 경우에는 대립구도가 여러 개다 보니 이야기의 중심축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후반부에 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려는 부분은 안일하게 느껴졌다.
좀 더 많은 단서가 쌓여서 사건의 결말이 알려졌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맨마지막에 기차씬은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인가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또한 하정우가 아내에 대해 상상하는 부분 또한 사족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력있다.
일단  에너지가 굉장히 넘친다.
특히 액션씬에서의 에너지가 굉장하다.
소뼈와 칼, 도끼를 이용한 격투씬과 자동차 추격씬의 에너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추격자'와 마찬가지로 '황해'도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없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끝까지 집중하게 할만큼 매력적인 씬들이 굉장히 많다.
어쩌면 이야기의 중심축이 없다기보다, 여러갈래의 이야기가 하나로 뭉치는 그 지점이 허술하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하정우와 김윤석의 연기 또한 여전하다.
이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구남과 면가 둘 다 굉장히 매력적이고 배우로서 탐낼만한 역할이다.

'황해'는 '추격자'보다 더 잔인하다.
크리스마스에 이 영화를 보기 되었는데, 내가 알던 동대문 메가박스가 맞나 싶을만큼 만석이었고, 게다가 거의 다 커플이었는데 여성관객들이 놀란 장면들이 특히나 많았다.
잔인한 부분을 비롯해서 사운드가 워낙에 좋아서 잔인한 장면이 싫다면 눈을 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부터 막길 권장한다.

분명한 단점이 있음에도 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난 극장을 나와서도 온통 도끼와 칼 밖에 생각이 안났다.

아무튼 추천하고 싶다.
남들 크리스마스라고 스테이크 썰 시간에 나는 사람들을 찌르고 써는 영화를 보았지만 그럼에도 에너지 넘치는 영화라서 기분 좋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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