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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용서받지 못한 자 (The Unforgiven , 2005)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창'이나 임태규 감독의 '폭력의 씨앗' 같은 군대 관련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과하게 몰입하게 된다.군필자에게 군대는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2년이란 시간을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 보내는 건 여러모로 안 좋은 사회화의 경험이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합리화다.거지 같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증오하던 이들과 닮아있음을 발견하는 것.하지만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것. 윤종빈 감독은 데뷔장편에서부터 영화가 캐릭터싸움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뻔할 수 있는 군대이야기에 신선함이 더해진다.비교적 신인 시절의 하정우를 보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 자'의 매력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들은 매력.. 더보기
신과 함께 - 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 2017) '신과 함께'는 강풀 작가의 원작으로 제작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떠올린다.영화 자체에 몰입하기보다 웹툰원작의 감동을 계속해서 건드려주는 단서들이 잘 배치되어서, 영화가 아닌 웹툰이 떠올라서 감정적으로 울림을 주는 부분들이 많았다.웹툰의 울림이 컸기 때문에 영화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그러므로 원작웹툰을 안 본 이들에게 이 영화의 빈틈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감정적으로 울리려는 장면들은 관객들이 알고도 당할 만한 신파의 정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웹툰의 잔상까지 남아서 울림을 준다.예상가능한 울림이라 감흥이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안에서 기술과 서사 중에 기술을 선택했다.서사를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서사가 따로 가서 섞이지 않는 느.. 더보기
1987 (1987:When the Day Comes , 2017) 평일에 퇴근하고 극장에 간 것은 오랜만이다.회사 근처에 극장이 많다는 것은 복이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이 켜지는 극장은 영화가 끝날 때쯤 후회하게 된다.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마찬가지로 '1987'도 엔딩크레딧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이기에 불이 켜지는 순간 감흥이 싸늘하게 식어서 자꾸 씁쓸한 뒷맛으로 남는다. 박종철에서 이한열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룬다.'택시운전사'와 '1987'의 공통점이라면 장훈, 장준환 두 감독 모두 이전 작품들은 본인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지만, 근현대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을 소재로 다른 사람의 각본을 토대로 연출을 했다.'택시운전사'는 연출이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소재에서 발생되는 과잉되는 정서를 방치해버린다. '1987'은 소재를.. 더보기
터널 (Tunnel , 2016)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로 인해 몇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볼 수 있었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서 어떤 1인극을 보여줄 것인가, 감독 김성훈은 '끝까지 간다'에 이어서 어떤 장르극을 보여줄 것인가,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베리드'와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것인가. 위와 같이 세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봤고, 전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정우의 연기는 여전히 좋은 리듬을 가지고 있고, 김성훈은 최동훈만큼이나 영리한 상업영화감독임을 증명한다. '베리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역시 한국적 정서일텐데, 911테러와 세월호라는 두 재난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어떤 정서를 품고 있냐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좋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대감,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터널'은 처음부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