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The Handmaiden , 2015)

Movie 2016.06.02 01:28

 



박찬욱 감독은 특별하다.

항상 입버릇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어렵다고 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관객보다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올드보이'는 열 번도 넘게 봤고,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JSA', 단편 '심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에,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최근에는 계속해서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아가씨'는 미술, 촬영, 의상 등에 있어서는 박찬욱 감독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지만, 영화 톤 자체는 그의 영화 중에 가장 밝다.

박찬욱 감독이 이런 식으로 희망을, 사랑을 말한다는 것이 낯설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인데, '아가씨'도 못지 않게 낯설다.

 

보고나서 블랙고어로맨틱코미디라고 불러야할 것 같은 '박쥐'만큼이나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일단 박찬욱 감독에 대한 편견과 예고편과 스틸컷의 분위기로 인해 스릴러라고 예상하고 있고 일정 부분 이상은 맞는 이야기이다.

박찬욱 감독은 워낙 서스펜스에 능하기에 그 무엇을 찍어도 스릴러가 될 것이다.

 

두 여성의 성장과 연대를 말하기에 가장 크게 떠오르는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였고, 어떤 목적으로 인해 가까워졌다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에 '색,계'가 떠오르기도 하고, 두 여자의 감정을 보고 있으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떠오른다.

물론 수많은 영화가 떠오르지만 박찬욱 감독의 이전작품들이 가장 크게 떠오른다.

 

조상경 의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정정훈 촬영감독 등 박찬욱 감독과 주로 호흡해온 이들이 만든 영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아름답다 앞에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만큼, 탐미적인 것이 무엇인지 작은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올드보이'의 강혜정,  '박쥐'의 김옥빈에 이어서 '아가씨'의 김태리까지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박찬욱 감독이 정말 배우를 선택함에 있어서 탁월하고 연기디렉팅 또한 엄청나다는 것이다.

김태리는 김민희가 함께 나오는 부분이 많은데, 두 사람의 외모와 분위기 등이 완전 상반된 것에서 오는 시너지가 크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든 장면의 분위기와 대사들은 사랑스럽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하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사랑에 대해 떠올릴 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영화 보기 전에 인터뷰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이 하정우의 연기 중에 '멋진 하루'를 인상적으로 봤다고 했는데, '멋진 하루' 속 하정우만큼이나 웃음을 많이 주는 역할이다.

하정우를 떠올리면 다양한 배역들이 떠오르지만 '멋진 하루'나 '러브픽션'에 이어서 '아가씨'까지 찌질하면서 위트 있는 역할이 떠오를 것 같다.

조진웅은 분장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고, 김해숙은 짧지만 인상적이다.

 

곡성에 이어서 '아가씨'에서도 아역배우가 눈에 띈다.

김민희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조은형도 인상적이었고, 특별출연한 문소리는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준다.

문소리가 나중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척이나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노출씬이 꽤나 많지만, 오히려 노출없이 감정선이 맞닿는 부분의 질감이 더 좋았다.

박찬욱 감독은 총을 쏠 때보다, 총을 쏠듯말듯 애태우면서 총에 맞은 것 이상의 충격을 주는데 능한 감독인데, 불친절하다는 관객들의 피드백 때문인지 유독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부분이 많았다.

감정이 급격하게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생략된 부분이 많고, 간략하게 넘어가도 될 부분에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느낌이 있다.

 

성적에너지로 가득한 극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가장 오해가 변태적이라는 수식어 같은데, 극에 필요한 성적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감독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의 영화들 중에 성적인 뉘앙스들은 하나 같이 어떤 당위를 가지고 적용되는 것이지, 그저 자극적인 묘사를 위해 쓰이지 않았다.

 

'아가씨'의 경우 설정에서부터 아예 변태적인 것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극이다.

오히려 이러한 설정 덕분에 두 주인공의 사랑이 더 큰 애틋함을 가지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다.

부당한 것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저항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다.

 

영화를 보고나왔다는 느낌보다 아름다운 것을 목격하고 나온 느낌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풍경 중에 손에 꼽을만큼 아름다웠다.

몇몇 장면들은 간직해서 오래오래 보고 싶을 정도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보기만 해도 두근거렸던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러한 경험을 '아가씨'를 통해 했다.

시간이 지나면 영화의 장면들 대부분이 휘발하고 작은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가씨'의 장면들이 주는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은 꽤나 길 것 같아서, 아주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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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언 - 백허그

Music 2016.05.29 22:18

 

어김없이 그댄 조금 늦게 오네요
근데 왜 이리도 기분이 좋을까요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닌데
난 그댈 기다리는 게 참 좋아요

그댄 내게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그대 말곤 아무것도 난 안 보여요
천천히 내 뒤로 다가와 줘요
그댈 모른척 해줄 테니까

몰래몰래 살금살금
나의 뒤로 다가와 줘요
아직 그댈 내가 안아주는 건
많이 부끄러워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많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오늘 뭐 할 거냐고
Today's gonna be a good day

몰래몰래 살금살금
나의 뒤로 다가와 줘요
아직 그댈 내가 안아주는 건
많이 부끄러워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많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오늘 뭐 할 거냐고
Today's gonna be a good day

고마워요 안아줘서
고마워요 안아줘서
고마워요 안아줘서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내가 너를 더 좋아한다고

뒤에서 나를 더 안아주세요
뒤에서 나를 안아주세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속삭여줘요
오늘 뭐 할 거냐고
Today's gonna be a good day
Today's gonna be a good day

 

 

 

곽진언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일단 그의 목소리는 말을 거는 느낌을 준다.

곡을 듣는다라는 느낌보다 대화를 듣는 느낌이 더 크다.

 

'백허그'는 곽진언의 앨범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내내 고즈넉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곽진언이 조금 톤을 높여서 밝은 멜로디로 부른다.

얌전하게 내 말을 들어주던 듬직한 사람이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톤으로 말해줄 때 느끼는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이 사람이 내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은, 나를 편하게 생각해준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평소에 생각하는 '백허그'라는 단어의 질감과 곽진언의 목소리가 맞을까 싶었다.

곡이 끝나고 나면 뒤에서 안아준다는 표현과 함께 곽진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누군가 뒤에서 진심을 담아서 안아줄 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하나의 곡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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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하 - 에필로그

Music 2016.05.29 22:18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서로를 알게 됐던 건
아 너였구나 내가 만나길 원했던 사람
어쩌면 그렇게도 닮은 게 많은 걸까
깊이 안았던 그날 밤 아직 또렷해

너를 붙잡았던 그 기억들을
나도 이제 다 지우려고 해
그런데 말야 날 보고 웃던

너의 눈빛도 잊을 수 있을까

이젠 괜찮은 걸까

나 없는 너의 하루는
우연히 떠오른 우리 노래가 아프진 않았을까

너를 붙잡았던 그 기억들을
나도 이제 다 지우려고 해
그런데 말야 따듯했었던 너의 목소릴 잊을 수 있을까

나를 지켜줬던 이 기억들을
이젠 모두 잊을 수 있을까
난 못 할 거 같아

우리 이제
시간이, 기억이 우리를 잊을 때까지
이대로 기다리자

 

 

 

 

주윤하의 새 앨범을 쭉 듣고나서 생각했다.

그 곡의 제목이 뭐였더라.

주윤하의 목소리에 있는 여백과 현악기가 참 잘 어울리는 팝발라드인데.

제목이 에필로그였나, 프롤로그였나.

 

'우연히 떠오른 우리 노래가 아프진 않았을까'라는 가사가 떠올랐다.

노래제목이 '에필로그'였다는 뜻이다.

관계의 시작이었다면 아마 당신이 좋아했던 노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였다면, 너와 나, 혹은 당신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우리'라고 회상하지만, 이제 곧 그 당연한 대명사에서 너와 나를 분리시키는 과정.

그것을 우리는 에필로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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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서영호 - 이것은 아마도 사랑

Music 2016.05.29 22:18

 

밤하늘에 반달이
동그랗게 보인다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

있지도 않은 마음을
착각하는 게 사랑이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

이렇게 미운 당신을 자꾸
떠올리고
떠올리고
떠올리고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듯 보인다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

있지도 않은 마음을
착각하는 게 사랑이면
이것은 아마도 사랑

이렇게 미운 당신을 자꾸
떠올리고
떠올리고
떠올리고

 

 

오지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음악적 스펙트럼 때문이다.

감히 측정할 생각도 못할만큼 그녀의 세계는 넓고 넓다.

오지은과 늑대들의 경우 곡들의 귀여움과 발칙함에 놀랐다.

오지은의 솔로앨범 속 '작은 자유'는 결혼식축가로 부른다면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오지은서영호의 앨범을 맞이했다.

듣고나서 떠오른 것은 홍상수의 영화였다.

홍상수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홍상수가 손으로 쓴 크레딧과 함께 울려퍼지는 음악, 그 음악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음악처럼 느껴졌다.

 

사랑 앞에서 마주한 순간들에 대해 노래한 앨범이다.

홍상수가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멜로영화 대신 홍상수가 떠오른 이유는 적당한 찌질함, 아니 솔직함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랑의 풍경을 떠올리면 그 뒤에는 배경으로 왈츠의 멜로디를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사랑은 무조건 왈츠다, 라는 공식을 스스로 만들어버렸다.

오지은서영호의 앨범은 전혀 왈츠스럽지 않지만 내 마음대로 왈츠로 기억해버렸다.

모든 곡의 멜로디 속에 또 하나의 장르를 이식해버렸다 내멋대로.

이것이 청자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리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을 텅텅 비워주는 음악이 필요했으나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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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플라 - 원더풀

Music 2016.05.29 22:18

 

 

내 곁에 들어와

깊이 잠든 그대를

조심스레 건드려봐요


이 순간 꿈결 같아서

살며시 눈을 감았죠

환상이라면 날 깨우지 마요
아니면 말해요

I can be baby

all the things your love
It's wonderful day

wonderful thing baby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그 모습 그대로 지금처럼만 baby

내게 있어줘요 늘 곁에 있어줘요

 

all throw the day

all throw the day
all throw the night

all throw the night

영원할 수 있게


baby just a talk

속삭여요

나 알 수 있게


thinging all to me

꿈이 아니란걸

나 지금 느껴요


baby no more tell

이 순간 보여줘

여기 있는 널

right now

I can do all the things your love

anything you baby

anything you baby


It's wonderful day

it's wonderful thing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있어줘

내게 있어줘요
all throw the day
all throw the night


I can do anything for you


It's wonderful day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있어줘요

한순간이 될 순 없어요


all throw the day
all throw the night
이 느낌 그대로 다 그대로 baby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요

모든걸 다 주어요 느낄 수 있게

 

그대 곁에 나 여기 있다고

말해줘요 꿈이 아니라고

 

all throw the day
all throw the night

영원할 수 있게

 

한때 음반들을 열심히 모았다.

어느 순간부터 스트리밍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었고, 포장도 안 뜯고 보관하고 있는 음반들이 많다.

 

음반들을 정리하다보면 과거에 많이 들었던 음반들은 플레이를 안 해봐도 곡들이 떠오른다.

지플라의 앨범이 이렇다.

정인이 메인보컬로 있던 밴드인데, 앨범에 있는 좋은 곡들이 많이 알려지지 못해서 아쉬운 밴드다.

앨범 속에 '자연히', '우리', '원더풀', '옥탑방' 등의 곡은 지금도 자주 듣는다.

소울사이어티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 윤재경의 멜로디가 가장 빛났던 앨범이 바로 지플라의 앨범이 아닐까 싶다.

 

집에 있을 때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정리하게 된다.

밖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계속 더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집에 있을 때라도 이것저것 버리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 고민이지만 추억에도 수용가능 용량이라는 것이 있을까.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음악이나 영화, 문학, 사람으로 인해 품은 그 추억들도 꽉 찼다 싶어서 버리고 정리해야하는 순간이 올까.

물론 칼 같이 정리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순간은 부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건들 정리하는 것만으로 골치 아프고 마음 아픈 순간은 충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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