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이방인 (L'Inconnu du lac, Stranger by the Lake, 2013)

Movie 2015/05/20 19:35

 

 

 

조명도 안 쓰고, 호수에서만 촬영한, 음악도 없는 미니멀한 극이다.

짜임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보면서 힘들었다.

아주 몹시 힘들고 괴로웠다.

아트필름 중에 퀴어영화가 많고 많이 봐왔지만, 이 영화는 수위가 굉장히 높다.

아마 국내 개봉은 힘들 것이다.

러닝타임 내내 남자의 성기가 노출되고, 남자들의 노골적인 성관계가 나온다.

스크린으로 제대로 응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판에 가서는 거의 스릴러가 되는데, 사실 난 그런 톤으로 영화가 진행되기를 바랐다.

히치콕의 영향력 안에 있는 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칸영화제에서 레즈비언 영화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많이 비교되었다는데,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훨씬 좋았다.

전날 본 '도원경'과 마찬가지로 호수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내가 이 영화에서 목격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니멀한 작법 자체는 매력적이었지만, 감정적 감흥은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스릴러로 진행되었다면 아마 올해의 영화라고 추앙하며 봤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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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Selma, 2014)

Movie 2015/05/20 19:30

 

 

 

씨네21 영화제에서 예매한 세 편의 영화 중 그나마 가장 편하게 본 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고, 마틴루터킹의 전기영화이기에 보는데 불편은 없었다.

울컥하는 장면도 많은 웰메이드 영화이다.

 

한 개인의 일생을 다루는 영화는 이미 결론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어떤 시선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냐가 관건이다.

전기형식이기에 베넷밀러의 '카포티'와 스파이크리의 '말콤X'가 떠올랐지만,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앨런튜링의 일생을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비슷한 형식으로 전개되는 두 영화가 아카데미에서는 상반된 대우를 받은 것인 아쉽다.

 

과잉될 만한 지점이 많음에도 절제를 잘해서 좋았다.

셀마에서의 사건을 다루면서, 마틴루터킹의 개인사를 비롯해서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었다면 극의 핵심이 흐려졌을텐데 일관성 있게 셀마에서의 이야기에 집중한 게 현명했다.

헐리우드에서 좋은 시나리오라고 불리면서 돌아다닌 시나리오라는데 그럴 만하다고 느꼈다.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서 많은 영화제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인데, 존레전드와 커먼의 조합이라는 것만으로도 'Glory'는 좋은 곡이 될 운명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랩퍼 중 한 명이 커먼인데, 그를 스크린으로 보니 반갑다.

오프라윈프리는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카르멘 에조고는 여태껏 봐온 흑인배우 중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고, 여전히 내겐 '저수지의 개들'로 기억된 팀로스가 나이를 먹고 있음을 느꼈다.

데이빗오예로워는 아예 목소리 톤부터 마틴루터킹으로 바꿨나 싶을만큼 비슷했다.

 

영화가 끝나고 허지웅 평론가가 해설을 하면서 했던 말이지만, 한 개인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일으키고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틴루터킹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영웅을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영웅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는 없고 체념 뿐이다.

그렇게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영웅이 나타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고, 만약 나타난다고 해도 지지해줄 용기는 이미 사라진 뒤일 것이다.

지금부터 조금씩 움직이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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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Jauja, 2014)

Movie 2015/05/20 19:17

 

 

 

씨네21에서 20주년을 맞이해서 5편의 영화를 상영해줬다.

그 중 3편을 예매했고, '도원경'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2014년, 연말에 발표된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 자주 언급되었고, 영화 줄거리와 스틸컷들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비고 모텐슨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이기에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로는 대작보다는 아트필름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크로넨버그와의 작업을 비롯해서 최근 그의 행보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로케이션을 굉장히 잘 잡은 영화라서 풍경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미문학에서 볼법한 환상적인 풍경이 당장이라도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들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정적이고 불친절하다.

아트필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든 편견을 다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활력이 넘쳐서 주체못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보면서 졸릴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갑자기 점프하기도 하는데, 특히 극의 후반부는 엄청나게 급격한 점프를 보여준다.

 

차라리 스틸컷을 보며 혼자 상상을 했던 순간들이 더 즐거웠다.

내겐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처럼 로케이션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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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Movie 2015/05/10 18:39

 

 

 

비극을 보여주는 영화는 차고 넘친다.

몰입해서 함께 불안해할 수 있는 영화는 극소수이다.

 

'테이크 쉘터'는 어느새 관객들도 함께 불안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저예산임에도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제작한 것이 느껴지는 영화이고, 음악 사용과 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영리함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사회구성원을 불안하게 하는 시스템은 그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가장 큰 신호이다.

멸망을 걱정하며 방공호를 만드는 커티스의 이야기는 중산층 가장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불안이다.

가장의 불안은 그 밑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염된다.

불안보다 큰 전염성을 가진 전염병이 세상에 존재할까.

 

가족에게 자신의 두려움에 대해 고백하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쉽게 보이지만, 사실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믿음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속앓이를 하며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는 순교자와 같은 가장의 삶이 미화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보고나서나 여전히 불안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내가 지켜낼 수 있을까.

그들을 지킬 힘이 없을 때 나는 그들을 떠나야하나.

그들 옆에 있고 싶다는 가장 원초적 욕구가 우리가 구성원이 된 이유는 아니었나.

 

관계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해야된다는 명제는 절대 참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폭력인 경우가 많다.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관계, 그것이 영화보다도 더 큰 판타지가 되어버린 세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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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심판 (Le Proces, The Trial, 1963)

Movie 2015/05/10 18:29

 

 

 

하필이면 세계문학특강 수업을 들은 덕분에,

하필이면 시험기간이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보게 되었다.

 

원작소설보다도 더 괴기스러운 장면들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물을 때 카프카라고 대답했던 이유는 결국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지점에 나를 세워두고 이것저것 묻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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