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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2012/01/28 15:57




이 영화 안 본 사람들 부럽다.
박장대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니.

진짜 엄청 웃기다.
여성판 '행오버'를 연상시키는 이런 저질개그들 완전 사랑한다.
이런 저질개그와 민폐 루저 캐릭터들을 어찌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

가벼워 보이는 극이지만 오히려 공감도 더 많이 되고, 그래서 메시지도 더 많이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힘들 때마다 답을 얻고 싶어서 봤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웃기지만 오히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가장 많이 와닿았던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Posted by 등애
Literature2012/01/27 21:01



김이설의 등단작인 '열세살'과 마찬가지로 김이설이 그려낸 여성의 세계는 정말 비참하다.
아니, 그녀는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볼 뿐, 현실이란 비참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표지가 좋아서 읽게 되었는데,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버벌진트의 노래인 'The Grind'의 가사가 떠올랐다.
하나의 불행이 끝나면 인생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준비해 둔 불행을 활짝 펼친다.
삼복더위라는 소제목과 잘 어울리는, 불쾌지수 높은 여름날의 더위와 비 비린내를 풍겨오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계속 나타나는 불행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편하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좋지만,
간접적으로 비극을 체험할 때 더 많은 자극을 받는 편이라 이 책이 좋았다.
이 비참한 삶도 김이설이 그려내기에 끝까지 견디고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Posted by 등애
Movie2012/01/27 13:53



감동은 결국 관객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터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볼 때는 별로인 영화가 훗날 많은 추억을 만든 뒤에 보았을 때, 그 사이 생긴 추억으로 인해서 그 영화에 감동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다닐 떄 이 영화를 처음 봤다.
예나 지금이나 '존 말코비치 되기'는 내 베스트영화 중에 하나이기에, 찰리 카프먼의 새로운 각본이 궁금해서 보았다.
기발한 발상이다라는 정도의 감흥만 있었을 뿐, 정서적 감흥은 별로 없었다.
덕분에 모든 이들이 이 영화를 극찬해도 나는 시큰둥했다.

몇 년이 지난 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의 몇몇 이미지나 대략의 줄거리는 기억나지만, 거의 새로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전에 봤을 때보다는 일단 정서적 감흥이 컸는데, 주인공 커플이 아니라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한 매리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도 매리가 나오는 두 장면이다.

하나는 매리가 조엘의 집에 찾아온 병원 원장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뒤에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코끼리를 구경하는 장면을 붙여놓고, 그 뒤에 두 사람이 입 맞추는 장면을 배치한 부분이다.
매리와 병원 원장 앞에는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지만 기억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연인과의 기억을 살리고 싶어서 기억을 역주행하는 남자가 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코끼리가 주는 판타지적 이미지와 이미 기억을 지운 매리의 과거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다양한 감정이 담긴 슬프고 아름다운 장면이 되었다.

또 한 장면은 매리가 병원 원장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에,
원장의 부인이 조엘의 집에 찾아와서 이들을 목격하고, 매리에게 '불쌍한 아가씨'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원장의 부인이 매리를 보며 짓던 표정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표정 하나에 병원 원장, 원장의 부인, 매리의 비참한 심정이 다 담겨있다.

짐캐리와 케이트윈슬레으로 기억되는 영화인데,
앞으로는 커스틴 던스트부터 떠오를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매리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DVD에 수록된 삭제 장면에 따르면 매리가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 이유도 낙태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고전 러브스토리인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서신 왕래를 읽던 찰리 카프만이 알렉산더 포프의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라는 시의 한 구절인  ‘순결한 마음의 영원한 빛(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따왔다.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엘로이즈는 이런 말로 편지를 맺는다.
'괴로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자, 괴로움을 가장 잘 그리리라.'

몇 년 사이 내 기억에서 찰리 카프만의 영화로 기억된 이 영화가 앞으로는 매리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Posted by 등애
Music2012/01/26 23:00




날 사랑하냐고
날 좋아하긴 하냐고
너에게 물어 보아도
아무 말 못 하고

내게 화가 났는지
내가 싫어졌는지
너의 마음 속을
볼 수만 있다면

난 아무렇지 않은 척
기다려 보려 해도
이젠 견딜 수 없어

우리 행복했던 기억들
한숨 섞인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흐르네

난 아무렇지 않은 척
기다려 보려 해도
이젠 견딜 수 없어

우리 행복했던 기억들
한숨 섞인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흐르네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아닌 싱어송라이터 손성제의 앨범,

하림, 조원선 등 객원보컬로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와 곡도 물론 좋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가 제일 좋다.

담담하게 날 사랑하냐고 묻는 이 노래가 참 슬프게 느껴졌다.
가사들보다도 날 사랑하냐고, 라는 말 뒤에 붙은 의문과 슬픔들이 더 길게 기억남는 노래이다.























Posted by 등애
Music2012/01/26 23:00



이곳에 철없는 나비 한 쌍이
늙어도 늙지 않는
철없는 바람 속에 휘둘려 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즈막한 바람은 없었다
단지 내가 쓰라리고 아프고
격했던 시간 뿐인것

진리야 떠나라 진리야 오 춤춰라
단지 내가 네게
이 목을 떼어주면 될 테니

진리야 떠나라 오 진리야
깨끗이 잠들라
이 어둠 속에 피는
그대가 내겐 진리다

진리야 깨어져라
후회야 쉬이 부서져라
이 바람은 또 그렇게
쉬이 잦아들 테니

용서야 떠나라
오기야 깨끗이 돌아서라
내 여기 머물다
곧 용서 받으러 갈테니




레이니썬의 음악은 어렵게 느껴졌고, 그래서 자주 듣지 못했다.
레이니썬의 보컬이 정차식인 것도 모른 채, 정차식의 앨범을 듣게 되었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에는 아이돌의 한 보컬이, 누군가에게는 한대수가 진정성을 가진 뮤지션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도 청자가 그 진정성을 못 느끼면 할 말 없는 것이다.

난 날 것의 느낌이 들 때 진정성을 느낀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내게 최고의 러브송은 영화 'ing' ost에 수록된 방준석이 부른 '그녀입니다'이다.

백현진 이후로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백현진의 노래가 진실이라면, 정차식의 노래는 용서 같았다.
두 사람의 노래 모두 분노보다는 체념이 더 많이 느껴진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집중하게 되었다.
첫 트랙부터 숭고해진다.
첫 트랙 제목이 용서였고, 앨범의 처음과 끝 모두 용서라는 단어와 함께 했다.

앨범 중간에 '완벽한 당신'은 조금은 포근한 느낌인데도,
앨범 전체의 기운 때문에 이 곡조차도 슬프게 느껴졌다.

정차식이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보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을 끄집어내서 만들어낸 노래들 같다.
그가 이 노래들을 만들었을 과정들이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 같지 않았을까.
가장 밑바닥을 응시하며 시를 완성시키고, 그 시를 담담하게 낭송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Posted by 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