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싸이트토끼 - 내가 새라면

Music 2015/08/17 12:42

 

 

 

가 새라면
네 방 창문과 너무 가깝지 않은
나무 위에서 지저귀겠어


어렴풋이만 내가 온 걸
기분 좋게 느낄 수 있게

내가 바람이면

무더운 날 고개 숙이고 비척이는
네 뺨 위를 스쳐가겠어


신선한 기운에 다음 걸음을
즐거이 내딛을 수 있게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내가 햇살이면
무섭게 쏟아지는 비
뒤를 바짝 쫓아 달리다
그 비가 그칠 즘 천천히 걸어


네 등에 살며시 닿겠어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다 지났단 듯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아마 모를 거야
네가 얼마나

내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는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조심스러우니까
너무나 겁이 많으니까

 

 

 

 

듣다보니 영화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영화이다.

영화 속 유일한 판타지 장면은 뇌성마비장애인인 여자주인공이 상상 속에서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부르는 장면이다.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라는 가사는 장애인인 공주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이들의 과장된 비유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하늘이 되는 것이나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이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비슷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루싸이트토끼의 '내가 새라면'은 무작정 사랑을 말하기보다 조심스러움을 머금고 말하는 덕분에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곡이다.

겁이 많아 조심스러운 내가, 너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시끄럽게 울기보다 어렴풋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새가 되거나,

무더위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 숙여 걷는 너의 뺨에 달콤하게 스치는 바람이 되거나,

무섭게 쏟아지는 비 속에서 힘들어하는 너에게 살며시 다가가 따스하게 등을 어루만지는 햇살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 앞에서 강인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약함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은 순간이 더 많다.

'나는 이렇게 나약한데, 이런 나의 나약함을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겠어?' 라고 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인함이나 용기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난 사실 단단한 척 할 뿐 강한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많은 결점을 가졌는데 그걸 들키지 않고 계속 옆에 머물고, 들키는 날에 그는 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한 채, 조금은 위태롭게 그 사람의 옆에 머물러 있곤 한다.

 

짐승 앞에 몸을 숨기는 새, 금세 스쳐지나갈 바람, 밤을 앞둔 햇살처럼 위태롭지만 그래도 너의 옆이라면, 함께하는 순간만은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

사실 강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옆에 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이왕이면 새나 바람이나 햇살보다 그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손을 마주잡고,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바람이나 햇살이 아닌, 오직 당신만을 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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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Veteran, 2015)

Movie 2015/08/17 12:38

 

 

 

CGV압구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지슬'과 '비념'이었다.

오랜만에 CGV압구정을 찾았고, 영화 '베테랑'을 보게 되었다.

 

'부당거래' 전까지의 류승완 감독은 여러 장르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영화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했다.

그런 그의 영화 중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주먹이 운다'가 인상적이었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이었다.

그가 액션의 합을 어떻게 짜느냐보다는, 어떤 온기를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냐가 내게는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부당거래'는 사회비판드라마이다.

처음에는 액션도 별로 없는 영화를 류승완 감독이 왜 흥미로워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장르적 도전을 통해서 그가 결국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부당거래'는 류승완의 특기가 날이 선 드라마라는 것에 확신을 준 영화이다.

 

'베를린'은 '부당거래'와 분위기는 다를지 몰라도 비슷한 메세지를 가진,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당거래'와 달리 류승완 감독의 오리지널 각본이고, 장르적인 문법을 자기 스타일로 잘 풀어내는 그의 특기를 살려서 만들어낸 에스피오나지 무비이다.

이전 류승완 감독의 각본들은 몸으로 겪은 것을 몸으로 풀어낸 각본의 느낌이었다면, '베를린'은 몸으로 겪은 것을 머리를 풀어낸 각본처럼 느껴진다.

난 지금도 류승완 감독의 전작 통틀어서 장르적 특성과 자신의 개성을 가장 적절하게 배합한 영화가 '베를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베테랑'을 보게 되었다.

류승완 감독의 후기작인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은 아마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 통틀어서도 가장 인상적인 삼부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니, 난 그의 이 세 작품을 통해서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앞으로 더욱 빛날 일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류승완 감독은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에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영화들을 서브텍스트로 활용해서 장르적인 특성을 버무렸을 때 가장 빛난다.

다양한 장르적 도전과 실험을 해봤기에 이런 강점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부당거래'에 오락성을 더하면 '베테랑'이 된다.

'부당거래'를 보면서 찝찝했던 부분에 통쾌함을 더해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항상 류승완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말했던 성룡 영화에 대한 애정도 영화에 크게 묻어난다.

그의 필모그래피 통틀어서 가장 오락성이 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과 '베테랑' 둘 다 모두 후속편에 대한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류승완 스타일이 거의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할 감독이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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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아웃 (Inside Out, 2015)

Movie 2015/08/17 12:33

 

 

 

여전히 내게 픽사 최고의 영화는 '토이스토리3'이고, 최고의 장면은 '업'의 전반부에 등장한다.

물론 '인사이드아웃'도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과도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결국 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픽사는 항상 유년기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유년기를 그저 흘려보낼 뿐,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건넨 적이 없었는지 도 모른다.

그런 우리들에게 빙봉의 마지막 인사는 기억 한 켠에 묻어둔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눈 인사이기에 더욱 울컥하게 한다.

 

슬픔, 기쁨 등 사람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사람의 감정에 대한 수많은 공간 중 가장 궁금했던 공간은 기억의 쓰레기통이었다.

'정말 삭제하겠습니까?'라는 물음도 없이 풍화되어간 기억들 중 내가 지우면 안 되었을 기억이 있으면 어쩌나 괜히 보는 내가 다 불안했다.

기억의 쓰레기통에서 며칠 살다 나오게 된다면 슬픔과 기쁨 중 어떤 감정과 더 친밀해져서 나오게 될까.

 

슬퍼하는 법도 연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은 슬픔을 숨기는 것에 능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극장에 울 준비를 하고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순간이 아니면 울거나 슬픔을 털어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별로 없는 극장에서 조조영화를 보면서 맘 놓고 울 수 있는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눈물의 순간이다.

일상에서는 눈물을 참는 순간이 더 많다.

아니, 눈물을 참는다는 것을 인지할 틈도 없이, 눈물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픽사 덕분에 덜 외로워졌다.

나와 항상 함께하는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들이 하나의 캐릭터라고 인지하고 살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덜 외로워질 것이다.

마치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보고난 뒤에 방의 불을 끄고 몰래 장난감들을 지켜보며, 장난감들이 일어나서 말하기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여러 감정 사이에서 힘들 때 내 머리 속에 있는 감정들이 살아움직인다고 느낀다면 우린 덜 외롭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픽사를 보고 나서 느끼는 든든함의 원천은 결국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에서 온다.

픽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느끼는 유대감과 어른들이 느끼는 따뜻함, 그렇게 세상은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도 충분히 따스한 온기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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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이스 공감 - 공기공단

Show 2015/08/17 12:30

 

 

 

정말 우연히 몇 년 전에 공기공단의 앨범을 듣게 되었다.

[음가순여1]앨범은 한동안 새벽에 달고 살았던 앨범이다.

일본어는 한 글자도 모르지만 듣다보면 울컥하게 되는 앨범이다.

 

스페이스공감에 공기공단이 온다는 소식에 신청했고, 운 좋게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다.

다음날이 망치 스피치가 있는 날이었는데, 공기공단의 공연 덕분에 오히려 긴장도 풀리고 편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는 곡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게 음악은 가사보다 멜로디가 먼저이기에 와닿는 곡들이 많았다.

앵콜 때 조금은 어색하게 한국어로 부른 노래는 감동이 더 컸다.

 

음악을 듣다보면 단어가 가진 원래의 의미보다, 그 단어가 주는 발음 자체에 감동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게슈탈트 붕괴를 일으키기 굉장히 좋은 매체이다.

별 뜻 없이 쓰인 가사들이 용인되고, 뜻도 모르는 제3세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연장에서 나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공기공단의 앨범 하나만 쭉 들으면서 살게 된다면, 난 이 앨범 속 일본어들을 나 나름의 감정으로 이해하고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나만의 언어로 사용하지 않을까.

 

아예 낯선 언어로 노래하는 곡들을 통해서 나는 어떤 세계까지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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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 삐뚤어졌어

Music 2015/07/26 09:55

 

 

 

지금 내 얼굴 어떠니

항상 난 숨이 막히고 답답해
다들 어쩌면 그렇게

평온한 얼굴을 할 수 있는지

이 세상의 무게가

나만 누르진 않을 텐데
머리가 무거워 웃을 수가 없는데


왜 또 다가와

같이 가자  손을 내미는데
난 잡아줄 수 없어

난 거꾸로 서서 세상을 봐
그리고 말을 해

모든 건 잘못됐어


세상도 날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내가 밟고 서 있는 게

땅인지 하늘인지 모르겠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정말 진짜인지 어지러워

날 지키려 해가 다 지고 있는 엄마의 어깨
애써 눈 맞추며

다가온 그의 입술


분명 같은 곳에 있는데

우린 방향이 달라
난 안아줄 수 없어

난 거꾸로 서서 세상을 봐
그리고 말을 해

모든 건 잘못됐어


세상도 날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그래서 미안해

아름다움에게
어둠을 밝히는 저 환한 빛에게
날 소중히 담은 깊은 두 눈에게
나 땜에 삐뚤어진 너의 상처에

넌 거꾸로 서 있는 나를 봐
그리고 말을 해

힘들어 보인다고


세상과 널 둘러싼 사람들과
함께 흘러가자고

방법을 알려줘

난 거꾸로 서서 세상을 봐
그리고 말을 해

다 잘못됐어


세상도 날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

 

 

 

요즘은 선우정아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듣고 있다.

처음엔 별 감흥없이 들었었는데, 들을수록 무서울만큼 빠져들게 된다.

단숨에 빠지는 것보다 서서히 물드는 것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루시드폴의 '사람들은 즐겁다'를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젠 덩달아서 그러한 순간이 되면 선우정아의 '삐뚤어졌어'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즐겁다'라는 루시드폴의 가사 뒤에,

'세상도 날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삐뚤어졌어, 아니 나만'이라는 선우정아의 가사가 이어지는 순간.

진짜 혼자가 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서, 위로가 필요해서 혼자인척 하고 싶은 순간에 티나게 부르고 싶은 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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