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

시시콜콜한이야기 2016.04.10 17:04

 

 

 

1. 위악

 

나는 나쁜 사람입니다.

 

이 말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더 이상 무슨 원망을 하겠는가.

 

위악보다 위선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위악이 나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2. 절대적

 

이런 종교입니다.

이런 정치관입니다.

이런 관계입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마치 불가침영역인 것처럼 존중하는 영역이 있다.

영원한 화두이기도 한 영역들.

 

이런 사랑입니다.

 

반면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서는 썩 존중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것들과 달리, 사랑에 대해서 말 할 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단 자기신념을 말하기 바쁘다.

 

사랑도 그저 취향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일까.

 

 

 

3. 연말

 

4월이 되어서야 연말 이야기를 쓰다니.

당시 신문사 일을 하고 있었고,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광화문, 인사동, 종로를 차례로 가로질러 운형궁 쪽으로 왔다.

 

한 해를 가로질러가는 느낌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큰 걸음으로 건너버린 느낌.

평소에 안경을 안 쓰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안경을 쓰고 걸었기 때문일까.

선명하게 시간들을 가로질러버렸다.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인지한다는 것이 불편해져버렸다.

퇴근하는 길에는 다시 안경을 벗었다.

 

 

 

4. 밥

 

이것 또한 연말의 이야기.

당시 식대가 6천원이었다.

투쟁하듯 고민했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종로, 인사동, 삼청동, 광화문.

나름대로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다.

6천원에 먹을 수 있는 밥집을 찾는 동안 전혀 몰랐던, 동네의 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밥이 삶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버거울 때가 있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소리가 때로는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소리를 잠재우기위해 밥을 먹어야 하다니.

그렇게 먹는 밥은 이타적인 밥이 된다.

 

극장에서 밥을 안 먹고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마 씨네큐브를 다니던, 정적인 예술영화들을 주로 봤던 때였다.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영화를 봤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5. 관계

 

미안, 난 원래 사람들이랑 연락을 잘 안 해.

그럼에도 나를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연락을 잘 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언제나보면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더 챙기고 있는 이들.

그들은 고맙다고 말한다.

그 말에 감동하고 더 열심히 챙기고 인연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문득문득 그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어떤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하지 않는 노력을 타인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 순간들.

그럴 때면 허무해지고 비참해진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관계에 있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떻게 기질의 문제이겠는가.

그게 어떻게 당연한 것이겠는가.

그런 이들은 외로워하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이타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결국 관계란 이기적으로 시작되겠지만.

 

 

 

6. 맹목

 

그냥 그 장소를 좋아해, 라고 말하며 서울아트시네마에 가는 친구가 있다.

그냥 그 향을 좋아해, 라고 말하며 카페에 가는 친구가 있다.

그냥 편해, 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만나는 친구가 있다.

 

목적없이 그저 좋아서 하던 것들이 내게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주말마다 씨네큐브를 갔던 스무살이,

스페이스공감을 응모하면서 두근거렸던 순간이,

갑작스러운 연락에 만날 수 있었던 친구가.

 

이것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

아니, 이런 순간들이 나를 견디게 해주고, 그런 순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디는 일상들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노동하는 순간의 대부분은 이유를 찾는 것에 그 방점을 찍게 된다.

이유가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식의 알고리즘이 자꾸 머리에 주입되고 있어서 힘들다.

 

이유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늘려나가야겠다.

결국 그것들이 나를 움직이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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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석, 전미도, 윤소호 - 그게 나의 전부란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ost)

Music 2016.04.10 16:28

 

 

만약에
추운 바람이 우리를 괴롭혀도
서로를 더 꼭 안아줄 이유일 뿐야
우리 함께 라면

그리고 만약 빗속에
우산도 없이 걸어가야 한데도
난 네 품에 더 가까이 안길 테니
걱정하지 않아

너를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내 목소리가 아닌 내 가슴이 하는 말


난 널 위해 숨을 쉬고
널 위해서 사는 걸
그게 나의 전부란걸

만약에 내게 다음
세상이 주어진 대도
난 그때도 너만 찾아 다닐 거야
또 널 사랑할거야

그리고 만약 언젠가
네가 길을 잃어 헤매고 있다면
넌 그냥 거기서 날 기다리면 돼
내가 찾을 테니

 

너를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내 목소리가 아닌 내 가슴이 하는 말


난 널 위해 숨을 쉬고
널 위해서 사는 걸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됐다.

운 좋게도 함께 있던 친구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봤던 친구라, 이 곡이 어떤 장면에 불려지는지도 알게 됐다.

그 뒤로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여러번 봤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교복을 입던 나이에 봤을 때와 대학생이 되고 나서 봤을 때의 감흥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영화다.

'그게 나의 전부란걸'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가사로 잘 풀어낸 곡이다.

살짝 곱씹기만 해도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가사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전미도를 보면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틈만 나면 '그게 나의 전부란걸'의 영상을 보고, 곡을 들으면서 그녀가 이 곡을 부르는 모습을 자주 상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녀가 '맨 오브 라만차'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자꾸 이 곡의 가사가 생각났다.

 

추운 바람을 서로를 꼭 안아줄 이유로 느끼고, 우산없이 비가 오는 것이 서로의 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힘들었던 적보다, 현실적인 어려움 이전에 절대적인 사랑의 단단함이 부족해서 무너질 때가 훨씬 많지 않나 싶다.

그 떄문에 이 가사가 유독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낭만은 불가능해보이는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을 때 극대화된다.

 

불행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그 감수성은 이제 막 시작한 사랑에도, 무르익어가는 연애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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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사막별 - 너도 그런 적 있니

Music 2016.04.10 16:27

 

 

 

 

 

너도 그런 적 있니

내가 너무 한심해질 때
그럴 때 넌 어떡하니

 

너도 그런 적 있니
그저 손 놓고 봐야 할 때

그럴 때 넌 어떡하니


주위엔 아무도

아무도 없어
바보처럼 또 울고만 있어


너도 그런 적 있니
눈을 뜰 수조차 없을 때

그럴 때 넌 어떡하니


너도 그런 적 있니
땅만 보며 걸어야 할 때

그럴 때 넌 어떡하니


주위엔 아무도

아무도 없어
바보처럼 또 울고만 있어


주위엔 아무도

아무도 없어
바보처럼 또 울고만 있어

 

 

 

페드로 아모도바르의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영화가 보여준 위로의 방식에 있다.

진짜 위로는 상대방의 상처 앞에 나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익혀온 형식적인 위로가 아닌, 자신도 그 어떤 위로의 말로 치유되지 않던 순간의 경험을 밝히는 것.

나도 너처럼 아파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너도 그런 적 있니, 라는 말은 해결책을 바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힘들 때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나만 이런게 아니라 누군가도 힘들다는 그런 공동체의 위로가 버팀목이 되는 순간이 있다.

 

혼자여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혼자를 상상하며 위로받는 것.

서로 옆에 있어주고 뭉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존재가 있단는 것에 위로받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지 모르지만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다.

 

낙타사막별의 곡을 들으면서 본 적도 없는 이들끼리 서로에게 말을 걸게 된다.

너도 그런 적 있니, 라는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물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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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언루트 - A Song Between Us

Music 2016.04.10 16:27

 

 

Loneliness is taking me off slowly
from those people I used to care,
those things that I once wanted

Sunshine, It’s another day without you
Losing control of how long I was crying and
cry, cry, cry

So so I’m doing fine, How are you doing
I’ve tried not to think of two of us but it’s not easy
Everything feels so wrong when I’m without you.

Sunshine, It’s another day without you
Losing control of how long I was crying and
cry, cry, cry

So so I’m doing fine, How are you doing
I’ve tried not to think of two of us but it’s not easy
Everything feels so wrong when I’m without you.

What are we doing, Where are we going,
Cos I don’t think this is going anywhere
but hurting us to break up, do we really have to break up
All I can do is try not to think of two of us
All I can do is try not to feel

Oh, So so I’m doing fine, How are you doing
I’ve tried not to think of two of us but it’s not easy
Everything feels so wrong when I’m without you.

So so I’m doing fine, How are you doing
I’ve tried not to think of two of us but it’s not easy
Everything feels so wrong when I’m without you.

 

 

 

앨범쟈켓사진을 보고 듣게 되었다.

평소에 탈색머리성애자라고 할만큼 탈색한염색머리를 좋아한다.

나 자신이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 욕심으로 해버린다면 타인에게 시각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포기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탈색한염색머리를 보면 내가 도달하지 못할 영역이기에 달에 착륙한 지구인을 본 것처럼 신비롭다.

 

그룹이름부터 특이하다.

이채언루트라니.

신현희와 김루트가 떠오르지만 두 그룹의 음악색깔은 전혀 다르다.

바이올린과 베이스로 구성된 아주 신선한 조합이다.

 

사실 바이올린과 베이스로 구성되었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채언루트에게 매혹된 것은 결국 보컬인 강이채의 목소리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머리색만큼이나 몽환적이다.

한국말로 녹음한 '달데이트'를 비롯해서 그녀의 발음에서 오는,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사운드 구성 자체도 신선한데, 목소리까지 돋보이니 계속 듣게 된다.

 

머리를 탈색하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것, 둘 다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영역이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실행 이상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진걸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이에 대한 핑계처럼 쓰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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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인 - 잊을 수밖에

Music 2016.04.10 16:27

 

 

 

 

그렇게 떠날 수밖에

너무 지쳐버렸을 때
가여운 내 모습에

난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

내 맘은 투명했는데

너의 맘은 보이질 않아서
너무 오랜 시간을

날 힘들게 했지

작아져버린

내 마음이 다쳐버릴까

두려웠고


오지않을 그댈 알기에
마지막이란 걸 잘 알기에


보낼 수밖에
잊을 수밖에

 

 

 

 

 

유경옥이라는 이름은 내게 특별하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 중 하나가 인정옥 작가가 각본을 쓴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이다.

특히 유경옥 작사,작곡의 '이젠', '떠나 보내며' 두 곡은 이 앨범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그런 그녀가 유해인이라는 이름으로 두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유재하가요제 출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팝발라드 장르에 특히나 강하기 때문이다.

워낙 슬픈 발라드를 잘 만들기에, 가사가 시작되기 전에 전주만 들어도 슬프게 들리는 곡들이 있다.

 

내 맘은 투명했는데, 너의 맘은 보이질 않아서, 라는 가사가 나온다.

누구나 사랑 앞에서는 진취적이기를 바라지만, 상처에 대한 염두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만남과 상처의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것의 순서 자체가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다.

 

항상 양 극단이 공존하기에 사람은 움직일 수 있다고, 그 결과 선택된 하나의 감정은 꽤나 큰 덩치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고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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