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소리

메기 (Maggie , 2018) '꿈의 제인'을 보고나서 구교환 배우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단편들을 보게 됐다. 소설로 치면 윤고은, 김희선 작가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화 같은 발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톤 자체는 귀엽고, 보고 나서 느껴지는 메시지에서는 묵직함이 있는. 단편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묵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메기'는 굉장히 묵직했다. '꿈의 제인'에 나왔던 배우들을 다시 봐서 반가웠다. 이주영, 구교환부터 시작해서 박경혜, 박강섭까지. 크레딧에서 제작지원에 심달기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페르소나'에 나왔던 그 배우인가 했더니 맞았다. 통통 튀어서 리듬이 과하면 어쩌나 싶을 때마다 문소리가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가 가장 과소평가.. 더보기
만신 (MANSHIN: Ten Thousand Spirits , 2013) '사이에서'와 '영매'는 다큐멘터리이고, '만신'도 기본은 다큐멘터리인데 극영화적인 지점들이 중간중간 들어간다. '사이에서'는 이해경을, '만신'은 김금화를 다룬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무속인인지, 계열 같은 게 다른 건지는 봐도 잘 모르겠다. 김금화의 과거를 재연하는 부분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시대순으로 보여주는데 김금화가 일방적으로 구술로 했을 걸 상상하면 좀 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고 나서 '사이에서'가 좀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전적으로 극영화일 거라고 기대하고 '만신'을 봐서 그런 것 같다. 박찬경 감독이 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만든 단편 '파란만장'이 굉장히 흥미로웠기에 더 그랬을지도.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의 경우에는 극장에서 봤.. 더보기
여배우는 오늘도 (The Running Actress , 2017)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최근에 '미씽'과 '여배우는 오늘도', 두 편은 예능프로그램 '방구석1 열'을 보고 흥미로워서 봤다.데뷔작은 대부분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망하는데, 문소리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다뤄냈다고 느껴졌다.덕분에 보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마지막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3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영정사진으로만 등장한 무명의, 혹평 받은 영화만 남긴 감독 캐릭터를 상상했다.내가 만약 졸작 하나 남긴 감독이라면 그 삶은 어떨까.물론 그 삶도 의미 있을거다.예술이 아니면 어떤가, 모든 삶은 의미가 있는데.초연해지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 당장 내가 죽는다면 인스타그램이나 일 하면서 쓴 글 몇 개만 남을 거다.장례식장이 휑하겠가 싶었다.요즘은 특히나 연락을 더욱 안 하.. 더보기
특별시민 (The Mayor , 2016) 이력서의 '력'은 발자국을 한자 뜻으로 사용한다.영화 속에서 곽도원의 유일한 취미가 구두라는 것은 자신의 가는 길에 대해 온전히 몰두하는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리고 그 몰두했던 것들 사이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각각 캐릭터가 분명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구적으로 쓰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캐릭터들이 각자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서로 움직이다가 화학작용으로 어떤 결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화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영화가 극적인 순간들을 많이 설정했음에도 감흥이 덜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어야 할 선거임에도 그 당위성이나 흥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캐릭터와 사건이 서로 얽혀있다기보다는 서로를 수습하며 진행하는 느낌이다. 좋은 배우들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