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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 , Pierrot Goes Wild , 1965)

장 뤽 고다르 영화를 보기 전에만 해도 포스터 때문에 가장 흥미로웠으나, 가장 난해했다.

'언어와의 작별'의 고전 버전이랄까.

그럼에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룩북에 가까울 만큼 아름다운 색감 덕분이다.

미술을 맡은 피에르 구프로이는 훗날 '테스'로 오스카에서 미술상을 받는다.

 

상징으로 가득하고, 모든 걸 해체시켜놓았다.

오후에 대한극장에서 '붉은 수수밭'을 보고 집에 와서 왓챠로 '미치광이 피에로'를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 작품의 결이 완전히 갈렸다.

다만 붉은 색감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후대의 감독들이 많은 영향을 받았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는 데이빗 린치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내러티브보다 장면장면의 인상으로 전개한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로드무비적인 성격은 '광란의 사랑'을 떠올린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쯤 장 피에르 레오가 항구에 앉아서 인생의 음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뜬금없는데 왜 이렇게 웃긴걸까.

뜬금없이 웃긴다는 면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가 떠올랐고, 실제로 장 피에르 레오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엔딩도 만만치 않게 인상적이다.

이런 엔딩은 글로 쓰더라도 흉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후대의 영화를 보고 고전영화를 보는 이들은 역순으로 고전영화를 보면서 후대의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영화를 동시대에 보느냐 후에 보느냐는 꽤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마감이 끝나면 고다르의 영화는 당분간 못보게 될 거다.

안나 카리나는 보기만 해도 멋지기에 안나 카리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른 작품들을 찾아볼 거다.

'미치광이 피에로'는 언젠가 색감을 다룰 일이 있다면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든든한 참고자료를 얻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