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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밀정 (The Age of Shadows , 2016)

 

여전히 김지운 감독의 최고작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장르를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일리스트다.

빽빽한 서사 대신 이미지로 극의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인물들의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설명 안 되는 부분도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서사보다 분위기에 집중할 때 가장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김지운 감독은 차가운 정서를 다룰 때 가장 빛이 난다.

송강호는 뜨거운 모습보다 차가운 모습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김지운과 송강호의 호흡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 박희순은 특별출연이라기에는 반칙이다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

엄태구는 명백한 이 영화의 최고발견이다.

폴토마스앤더슨의 '데어윌비블러드'에서 다니엘데이루이스에게 밀리지 않던 폴다노를 봤을 때의 느낌이다.

김지운 감독 영화에는 항상 예상못한 새로운 얼굴들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크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그 어떤 기업도 경쟁사 때문에 망하는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경쟁사를 의식한다 해도 결국 망하는 것은 내부적인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아무리 타인탓을 하려해도 자기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다.

 

뜨거운 사건에 대해 차갑게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역사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접근한 김지운 감독의 방식이 좋았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고 영화적으로 의미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교양프로가 아니라 영화니까.

 

기억해야할 사건을 기억할만한 방식의 영화로 만들어줘서 좋았다.

여전히 좀 더 차가운 김지운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차기작으로 예상되는 '인랑'은 원작 자체가 워낙 걸작이기에 실사판에 대한 기대도 무척이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