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택시 (Taxi , 2015) 이번주에 본 이란영화 중에 가장 걱정한 작품이다. 제한된 상황에서 찍은 걸 알고 있기에 지루할 것 같다는 걱정부터 들었다. 그러나 처음 본 자파르 파나히의 작품은 굉장히 훌륭했다. 제약을 핑계로 두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큼 좋았다. 아마 극영화로 예상되지만 형식 자체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이란 사회를 보여주는데, 결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조카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게다가 조카가 엄청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서 보는 내내 웃을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많은 걸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삶이 될 수 있을까. 그 태도에 대해서 '택시'는 제약이 무색할 만큼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의견을 제시한다. 더보기 거북이도 난다 (Lakposhtha Ham Parvaz Mikonand , Turtles Can Fly , 2004) 이란의 거장들은 대부분 은유로 유명하지만, 바흐만 고바디의 '거북이도 난다'는 노골적이다. 전쟁을 비롯한 각종 폭력이 자신들의 세계를 얼마나 위협하는지, 가장 나약한 존재인 아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방법론에 있어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짜임새에 있어서 다소 작위적인 건 아쉬웠다. 아이들의 연기를 디렉팅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전쟁으로부터 상처 입은 아이를 연기하는 건 더욱 힘들 일이 아닐까. 쿠르드인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바흐만 고바디 감독도 크르드인이고, 접경지대에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위협에 시달리며 살았는지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최근 몇 편을 통해 알게 된 이란은 여러모로 복잡한 나라다. 전쟁과 아이를 함께 배치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더보기 클로즈 업 (Close Up , Nema-ye Nazdik , 1990) 처음으로 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이다. 거의 모든 작품이 호평 받는 감독인데, '클로즈업'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삶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잘 풀어내기도 쉽지 않다. 다만 정적인 편이라 완전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엔딩은 정말 의미 있었다.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영화가 삶이 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해 이렇게 자기 소신으로 답하는 건 엄청난 일이다. 더보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Spider-Man: Far From Home , 2019) 이젠 마블 시리즈에 대한 적당한 충성심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아무런 기대를 안 하고 봤고, 그걸 감안해도 너무 무난했다. 안전한 선택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너무나도 예상가능했다. 좋은 배우들과 충분히 더 흥미로웠을 소스가 존재함에도, 마블 작품이 상향평준화된 현 시점에서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에게 기억되는 게 가능할까 싶을 만큼 심심했다. 전작인 '홈커밍'을 떠올려보면, 빌런의 탄생과정부터 인물과의 관계 등 모든 면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한글더빙판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파 프롬 홈'보다 더 좋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느꼈다. 이렇게 유머의 타율이 낮아도 되나 싶을 만큼, 상황보다 대사에 의존한 덕에 극장 안에는 웃긴 장면 앞에 반응 없는 이들이 많았.. 더보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Jodaeiye Nader Az Simin,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 몇 년 전만 해도 극장에서 아트필름 보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멀티플렉스에서 히어로영화를 보는 게 어색했다. 그러나 씨네큐브와 아트하우스 모모는 안 간지 오래 됐고, 매달 cgv에 가서 히어로영화를 본다. 삶이 퍽퍽할수록 정적인 영화보다는, 아무리 피곤해도 졸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가 더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아트필름에 대한 지구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집에서 영화를 보더라도 정적인 영화는 숙면을 취하고 가장 좋은 컨디션에 본다. 그러지 않으면 지치니까. 안 좋은 영화를 좋은 컨디션으로 볼 때가 제일 속상하다. 아쉬가르 파라디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개봉과 동시에 챙겨봤다. 그러나 피곤한 상태에서 보긴 벅찬 영화였고 반쯤 졸면서 봤다. 다시 보게 된다면 아마 다른 영화로 보일 .. 더보기 나쁜 교육 (La Mala Educacion, Bad Education, 2004)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남성이 주로 등장하냐와 여성이 주로 등장하냐에 따라 작품의 톤이 다르다. '나쁜 교육'은 그의 위트는 여전하지만, 차가운 누아르다. 그의 영화에서 색감도 중요하지만, 그가 아무리 따뜻한 작품을 만들어도 늘 서스펜스가 흐른다. 늘 히치콕을 입에 달고 사는 브라이언 드 팔마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작품을 볼 때 좀 더 노골적으로 히치콕이 느껴지는 건 내가 아직 히치콕의 작품을 다 본 게 아니어서일까.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필모그래피에는 버릴 작품이 없구나 라고 다시 느꼈고, 펠레 마르티네즈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후반부에 극을 흔드는 루이스 호마르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어떤 디렉팅을 하는 걸까. 욕망이 서로를 물어뜯어서, 이 영화에서 딱히 선과 악을 구분하기.. 더보기 귀향 (Volver , 2006) 한동안 영화보다 다른 게 더 우선순위라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을 본 것도 오랜만이다. 카르멘 마우라는 계속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올리비아 콜맨과 닮았다고 느껴서 그런 듯 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결국 모성을 향해 간다. '귀향'은 어머니를 귀신으로 볼지에 대해서 관객에게 그 몫을 넘긴다. 오히려 그런 해석의 여지 덕분에 영화가 더 풍부해진다. 칸영화제에서 여배우 6명에게 여우주연상을 줬는데, 배우들이 하나 같이 모두 빛나는 작품이다. 카르멘 마우라와 페넬로페 크루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전기, 후기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배우인데 모녀로 나와서 흥미롭다. 동생으로 등장하는 로라 두에나스도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해왔는데, 무엇인가 숨길 때의 표정이 좋다. 마감 때문.. 더보기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 2019) 완벽에 가까웠던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왔기에 걱정부터 됐다. 그러나 픽사는 스토리의 힘을 아는 집단이고, 4편은 모든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오히려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서 앞으로 이 시리즈가 더 장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별은 늘 힘들다. 아름다운 이별, 나는 잘 모르겠다. 이별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건 떠나는 이의 이야기다. 떠나보내는 이들에게 슬픔은 이별 뒤에도 오래 남는다. 내가 떠나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쓸모, 나의 의미에 대해서도. 누군가 정해준 게 아닌, 내 마음이 말하는 존재이유에 대해서.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