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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기생충 (PARASITE , 2019) 여행 중에 자기 전에 뉴스를 보는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소식을 들었다. 그 날 꿈에는 송강호가 나왔다. 폐교 같은 곳에서 송강호가 아이들을 찾는데, 거울로 본 송강호는 그림자가 없는 남자다. 그림자가 없는 남자, 하면 서양의 수많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거기에 송강호가 위치하니 묘했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날 '기생충'을 예매했다. 꽤 피곤한 상태로 봤지만 집중하기 좋았다. 용산cgv 15관은 좌석 자리도 넓은 편이고, 한국영화 볼 때 자막이 없기 때문에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4관과 15관 중에 사운드가 좀 더 좋다고 알려진 15관에서 봤다. 보는 내내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둘 다 계급과 가족에 대해 말하지만, '어느 가.. 더보기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 2017) 장훈 감독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특이점이 전혀 없다.영화적으로 안전한 선택들, 클리셰의 연속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전적으로 소재의 몫이다.광주민주화운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밖에 없는 소재다.그 소재에 대해 안전한 선택을 했다. 다루는 것 자체로도 힘이 되는 소재가 있다.그러한 소재의 영화는 많을수록 좋다.좋은 소재를 좋은 연출로 만드는 영화가 늘어나야 하니까. 검열의 시대를 지나느라 말하지 못한 영화들이 많다.앞으로라도 이런 영화가 많아지길 바란다.다만 영화적으로는 좀 더 도전적이기를 바라게 된다.다만 임상수 감독의 '그때그사람들'이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처럼 근현대사를 다룬다면 그에 대해 아예 도전적이거나 밀도 있게 시도해보는 영화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더보기
밀정 (The Age of Shadows , 2016) 여전히 김지운 감독의 최고작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장르를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일리스트다. 빽빽한 서사 대신 이미지로 극의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인물들의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설명 안 되는 부분도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서사보다 분위기에 집중할 때 가장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김지운 감독은 차가운 정서를 다룰 때 가장 빛이 난다. 송강호는 뜨거운 모습보다 차가운 모습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김지운과 송강호의 호흡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 박희순은 특별출연이라기에는 반칙이다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 엄태구는 명백한 이 영화의 최고발견이다. 폴토마스앤더슨의 '데어윌비블러드'에서.. 더보기
반칙왕 (The Foul King , 2000) 김지운 감독의 초기작을 다시 보았다. 장진영이 나온 순간부터 이 영화는 내게 장진영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온전히 송강호를 위한 영화이지만, 송강호가 길에서 꺾는 꽃이 바람에 날아가자 다시 주워오는, 프레임 밖에 있는 그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세상 모두 반칙을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느낀다. 세상이 하는 반칙에 적응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무대 위에서만 반칙을 하는 남자가 있다. 마스크도 포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가 아무리 애써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쓴 타이거마스크보다도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지만, 우린 그것을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반칙이라고 자기위로를 하며 반칙에 적응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현실에서 반칙을 하지 않으면 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