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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조용한 가족 (The Quiet Family , 1998) 너무 예전에 봐서, 거의 새롭게 본 느낌이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중 '달콤한 인생'을 가장 좋아한다. 문득 그의 초기작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보게 되었다. 김지운 감독은 거의 모든 장르를 자기 스타일로 풀어내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장르로 묶이기 보다 '김지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의 초기작은 설정의 힘을 빌린, 거의 희곡이 가까운 느낌이다. 연극으로 올려도 충분히 어울리겠다 싶은 소동극이다. 개연성을 의심할 시간에 밀어붙이고, 캐릭터의 전사나 성격을 설명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최민식과 송강호를 한 장면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고호경이다. 지금 봐도 정말 보기 드문 유니크한 색을 가진 배우이다. '버팔로66'에 나오는 크리스.. 더보기
사도 (The Throne, 2014)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든다. 이때의 관건은 결국 알려진 사건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획하고 형식에 있어서 어떤 특이점을 만드냐일 것이다. 이준익 감독과 항상 함께 작업해온 최석환 작가 대신 주로 제작과 기획을 해온 이들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도 흥미롭다. 널린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이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현재와 미래를 어느 시점에서 교차시키느냐가 관건이었을 텐데, 감정선에 맞춰서 플래시백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후반부에 정조가 성장한 뒤부터 나오는 에필로그 부분은 사족으로 느껴졌다. 젊은 배우들에게 어색한 분장을 시키는 것보다 아예 노년의 배우를 등장시키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영조와 정조가 계곡에서 대화나누는 부분에서 영화가 끝났다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이.. 더보기
설국열차 (Snowpiercer , 2013) 혁명은 역사의 기관차다. 마르크스가 했던 이 유명한 말을 영화화한 것이 '설국열차'가 아닐까 싶다. 김영진 평론가의 글에서도 나온 말인데, 봉준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가 목적지를 거짓으로 알려주는 버스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A에 간다고 승객을 태우고서 B에 내려준다. 승객들은 불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가는 도중에 봤던, 도착하고 본 풍경에 얼이 빠져서 운전기사의 거짓말을 용서해줄 뿐만 아니라 감동하기까지 한다. 사실 봉준호가 했던 이런 말들은 전작들에서 훨씬 더 잘 지켜졌다. '설국열차'는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노선을 훨씬 예상하기 쉽다. 특히 막판에 커티스와 남궁민수가 나누는 대화는 봉준호의 시나리오가 맞나 싶을만큼 과잉되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느낌보다, 잘 만든 헐리웃의 기성품.. 더보기
관상 (The Face Reader, 2013) 좋은 배우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즐겁게 느껴진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무게감 때문에라도 이 영화가 갈 수 있는 지점은 명확하다. 오히려 그런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일정 지점 이상으로 가려고 호전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을까. 보고 나면 관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역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