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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미성년 (Another Child , 2018)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사려깊고 캐릭터들이 귀여웠다. 상황 자체는 화나는데 캐릭터들은 현명하다.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 희곡이 원작인 걸로 아는데, 연극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울컥하는 부분만큼 웃긴 부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위트 있는 극이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잘 아는 작품이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한 배우조차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우 출신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연기디렉팅이 아닐까. 물론 무조건 보장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김윤석은 감독으로서 탁월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네 배우를 보는 재미가 크다. 배우 김윤석의 작품도 좋지만 그의 다음 연출작이 궁금해진다. 더보기
암수살인 (暗數殺人 , Dark Figure of Crime , 2018) 한국영화가 뻔하다고 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물론 다양성 면에서 떨어질 수는 있다.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한국영화는 별로라고 단정 짓는다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확률 자체가 사라진다.완성도가 높지 않은 영화더라도 계속 생산되는,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시도도 불가하니까. '암수살인'은 굉장히 괜찮은 작품이다.올해 본 한국영화 중에 가장 임팩트 있는 작품 중 하나다.곽경택 감독이 제작하고, 김윤석이 형사로 나오고 제목부터 많은 부분이 예상된다. 그런데, 그걸 깨버린다.인상적인 데뷔작이고, 데뷔작에서 대부분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 절제를 잘한 영화다.자극적인 장면을 등장시키는 대신 '사람'을 가운데 두고 메시지에 집중한다.플래시백 장면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 제외하곤 영화의 .. 더보기
1987 (1987:When the Day Comes , 2017) 평일에 퇴근하고 극장에 간 것은 오랜만이다.회사 근처에 극장이 많다는 것은 복이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이 켜지는 극장은 영화가 끝날 때쯤 후회하게 된다.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마찬가지로 '1987'도 엔딩크레딧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이기에 불이 켜지는 순간 감흥이 싸늘하게 식어서 자꾸 씁쓸한 뒷맛으로 남는다. 박종철에서 이한열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다룬다.'택시운전사'와 '1987'의 공통점이라면 장훈, 장준환 두 감독 모두 이전 작품들은 본인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지만, 근현대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을 소재로 다른 사람의 각본을 토대로 연출을 했다.'택시운전사'는 연출이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서 소재에서 발생되는 과잉되는 정서를 방치해버린다. '1987'은 소재를.. 더보기
남한산성 (南漢山城 , The Fortress , 2017) 담백하고 건조해서 좋았다.특히 대사.말로 만들어내는 텐션이 이 정도인 작품은 오랜만이다.물론 이것이 김훈의 원작 덕분인지 황동혁 감독의 재능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역사를 충실하게 그리되, 감정적으로 너무 극대화시키지 않았다.김훈의 원작이 워낙 건조할 테니 영화의 톤은 예상됐고, 영리한 선택으로 느껴진다.삼전도의 굴욕도 머리에 피가 나거나 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서로 인정하면서 대립하는 것이 참 이상적으로 보인다.최명길은 대의는 삶 이후의 것이고, 김상헌은 대의가 삶을 지탱한다고 믿는다.각자의 신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멋졌다. 김상헌이 내내 강직하게 자기 신념을 말하지만 유일하게 거짓을 말하는 장면은 어린 아이인 나루에게 민들레가 피면 돌아온다고 하는 장면이다.대의를 위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