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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붉은 수수밭 (紅高梁 , Red Sorghum , 1988) 포스터가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터조차도 유심히 안 보고 장예모 영화를 닥치는 대로 예매해서 봤기에 내용은 전혀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울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놀랐다. 앞부분 30분 정도는 시트콤처럼 흘러간다. 뒷부분에 일본군이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잔혹한 현실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다. 다소 거칠게 만들어진 구석이 있지만, 붉은 수수밭과 고량주의 붉은 빛과 햇살 등의 이미지가 워낙 인상적이라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게다가 이게 데뷔작이라니. 88년에 놀라운 데뷔작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예매해둔 장예모의 두 작품을 더 보고, 최근에 재개봉한 다른 작품.. 더보기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 , Breathless , 1959) 몇 년 만에 본 고다르의 영화다. 하필이면 내가 처음으로 본 고다르의 작품은 '언어와의 작별'이다. 3D인데 서사도 없어서 굉장히 난해하다. 현대미술관에서 상영해줘서 봤는데, 상영 중에 관객들이 그렇게 많이 나가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덕분에 상영이 끝날 때쯤 남아있는 관객은 나를 포함해서 몇 명 안 되었다. 그에 비하면 '네 멋대로 해라'는 친절한 편이다. B급 영화에 대한 고다르의 애정이 묻어나는 데뷔작이다. 초반 30분은 솔직히 졸렸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다만 주인공 남자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안하무인 류의 캐릭터라 짜증나긴 했다. 영화를 다 본 뒤에 진 세버그의 남편이 로맹 가리였고, 둘 다 이른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았다. 진 세버그가 살아있었다면 영화사에 많은 변화.. 더보기
희망의 건너편 (Toivon tuolla puolen , The Other Side of Hope , 2017) 봐야하지만 이뤄둔 거장 목록이 아직 100명도 더 남았는데 그 중 한 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을 봤다. 당분간 여행은 커녕 향후 몇 년 뒤에도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싶은데, 북유럽은 늘 가고 싶지만 미뤄둔 곳이다. 영화처럼 미뤄뒀다기보다 북유럽 물가 때문에 미룬 거지만, 어쨌거나 핀란드 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최근작을 봤다. 배역들만 바꾸었어도 일본영화라고 해도 믿었을 것 같다. 무표정하게 구사하는 유머나 블랙코미디 성격이 무성영화를 떠올렸다. 자꾸만 기타노 다케시의 코미디도 떠올랐고. 특히 중간에 가게 사장이 초밥집 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수라고 할만큼 웃기다. 아직 좀 더 적응이 필요한 유머다. 2배속으로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2배속으로 찍었어도 재밌겠다 싶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이 .. 더보기
바바라 (Barbara , 2012) 도리스 도리의 작품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독일영화다. 영상미가 굉장히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했다. 그러나 엔딩에서의 울림은 분명 컸다. 엔딩까지 가는 과정이 다소 뻔한 감이 있었다. 지루한 가운데 독일 여행을 다시 가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분단 사회의 메시지보다는 배경이 더 잘보였다는 뜻일거고, 감독이 듣는다면 실망스러운 반응일 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