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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기생충 (PARASITE , 2019) 여행 중에 자기 전에 뉴스를 보는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소식을 들었다. 그 날 꿈에는 송강호가 나왔다. 폐교 같은 곳에서 송강호가 아이들을 찾는데, 거울로 본 송강호는 그림자가 없는 남자다. 그림자가 없는 남자, 하면 서양의 수많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거기에 송강호가 위치하니 묘했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날 '기생충'을 예매했다. 꽤 피곤한 상태로 봤지만 집중하기 좋았다. 용산cgv 15관은 좌석 자리도 넓은 편이고, 한국영화 볼 때 자막이 없기 때문에 사운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4관과 15관 중에 사운드가 좀 더 좋다고 알려진 15관에서 봤다. 보는 내내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둘 다 계급과 가족에 대해 말하지만, '어느 가.. 더보기
밤과 낮 (Night And Day , 2007) '밤과 낮'을 보기 전에 걱정한 건 어차피 동어반복인 홍상수의 영화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2시간 30분이 될 수 있는가, 였다.그러나 결론적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로 거의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북한에서 온 유학생 역할을 맡은 이선균은 잠깐 나오는데도 너무 웃겼다.이선균 목소리로 북한사투리라니.오랜만에 얼굴 보는 황수정도 반갑게 느껴졌다.'허준'으로만 기억된 배우가 이런 대사들을 소화하다니. 최근작들로만 홍상수를 기억하다가, 청어람과 영화사 봄의 타이틀에 있고, 영화촬영지도 파리라는 것까지 여러모로 낯설었다.배경이 파리인 건 썩 중요하지 않다.여전히 동어반복이다.그러나 홍상수의 영화는 그걸 알고도 보게 되는 영화니까.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언급한 이유는, 그의 작품 중에서 서사가 뚜렷.. 더보기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정유미.. 더보기
끝까지 간다 (A Hard Day , 2013) 안정적인 상업영화는 두 종류로 나눠진다. 잘 기획되었거나 각본이 돋보이거나. 물론 둘 다 잘 갖춰져야겠지만, 제작과 연출 중 어떤 부분의 힘이 커보이냐에 따라 개성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플롯이나 캐릭터, 각본에 있어서 탁월한 부분이 많은 영화다. 연출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각본이 가진 리듬 자체가 워낙 좋았다. 시작부터 시종일관 달린다. 이러한 에너지 앞에 설명적인 부분도 거의 없이 달린다. 영화의 초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객에게 몰입을 줄 수 있는 각본의 탄탄함에 대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