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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사과 (Sa-Kwa, 2005) 여태까지 본 영화 중에서 연애에 대해서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스토리도 굉장히 평범한 연애 영화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평범한 이야기가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우리들의 연애는 멜로영화에서 보아온 특별함보다 평범함이 주를 이루지 않던가. 영화는 한 여자의 연애를 보여주는데 그 모습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연애를 떠올릴 수 있다. 대사들 대신에 놓여진 여백들을 우리가 했던 연애의 풍경들로 채워나가면서 보게 되는 영화이다. 실제 연인들을 취재해서 쓴 각본 때문일까. 영화 속 상황들과 대사들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같다는 느낌을 많이 준다.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고, 또 다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그 순간순간의 디테일이 굉장히 풍성해서 공감이 더 많이 된다. 직접 부딪치는 순간보다 .. 더보기
어떤 방문 - 첩첩산중 '어떤 방문'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든 세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중에서 홍상수가 연출한 '첩첩산중'만 보았다. 출연진은 '옥희의 영화'와 동일하게 정유미,문성근,이선균이 등장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작가 김연수가 등장했었는데, '첩첩산중'에는 작가 은희경이 등장한다. 은희경은 참으로 도도하게 나온다. 중편이지만 홍상수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여전히 그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고 웃게 한다. 정유미가 길에서 통화하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만큼 좋았다. 정유미라는 배우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길에서 혼자 통화하다고 혼자 주저앉기까지 하는데, 대사들이 어찌나 웃기던지. 영화 마지막에 모텔들을 비출 때는 그 수많은 모텔들이 산처럼 보인다. 그 모텔들에서 나온 이들은 서로에게.. 더보기
옥희의 영화 홍상수의 영화 속 인물들이 이젠 내게 웃음을 넘어서 눈물까지 주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의 정유미의 표정과 문성근의 뒷모습과 그들의 사연은 어디에서 들은 법한 이야기임에도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남다은 평론가가 이 영화에 덧붙인 코멘트가 인상 깊었다. " 영화가 감상과 연민에 빠지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끌어안을 때, 얼마나 많은 우연이 우리에게 벅차게 왔다가 슬프게 떠나는가. 그리고 그때, 영화는, 우리는, 그 빈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다시 살아가야 할까 " 홍상수의 영화 속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들을 지켜보며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더보기
파주 (Paju, 2009) 정말로 불친절한 영화이다. 한 번 보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굉장히 은유적인 영화이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시종일관 집중하고 매장면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야한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가 설명이 적고, 중간중간 생략된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인물들의 숨겨진 감정들과 인물들이 삼킨 말들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난 이 영화의 그런 가치를 지지하고 싶다. 특히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서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같은 해에 개봉한 봉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