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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인생 (活着 , Lifetimes , 1994) 그야말로 '인생'이다. 네이버에 있는 예전 포스터에 '대한극장'이라고 써있는 게 재밌다. 재개봉한 곳이 대한극장이었으므로.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극장이라, 영화 시작 전부터 어르신들끼리 싸워서 시끄러웠으나 다행히 상영 시작하고는 조용했다. 어제 본 '붉은 수수밭'과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부분이 얽히면서 안 울 수 없었다. 마스크 쓰고 영화 보는데 마스크가 축축해지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극장이 아니면 어디서 울까 싶다. 갈우와 공리 두 배우의 얼굴에 거의 모든 시대가 다 보이는 게 신비로웠다. 중국 근현대사를 다 볼 수 있는 영화다. 한국 근현대사를 담은 '박하사탕'이 떠올랐는데, '인생'이 훨씬 밝은 톤이라 보기는 편했다. 위화의 원작소설은 훨씬 더 암울하다고 해서 원작소설은 보기가 싫어진다. .. 더보기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 , Pierrot Goes Wild , 1965) 장 뤽 고다르 영화를 보기 전에만 해도 포스터 때문에 가장 흥미로웠으나, 가장 난해했다. '언어와의 작별'의 고전 버전이랄까. 그럼에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룩북에 가까울 만큼 아름다운 색감 덕분이다. 미술을 맡은 피에르 구프로이는 훗날 '테스'로 오스카에서 미술상을 받는다. 상징으로 가득하고, 모든 걸 해체시켜놓았다. 오후에 대한극장에서 '붉은 수수밭'을 보고 집에 와서 왓챠로 '미치광이 피에로'를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 작품의 결이 완전히 갈렸다. 다만 붉은 색감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후대의 감독들이 많은 영향을 받았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는 데이빗 린치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내러티브보다 장면장면의 인상으로 전개한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로드무비적인 성격은 '광란의 사랑'을 .. 더보기
아쿠아리우스 (Aquarius , 2016) 브라질 영화를 보자고 작정하지 않았으면 스쳐지나갔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클레버 멘돈사 필로는 최근 등장한 브라질 감독 중 비평가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쿠아리우스'는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 정적일까 봐 걱정했으나, 꽤나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쿠아리우스라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이가 건물을 매입하려는 건설업자의 압박을 견디는 이야기다. 소냐 브라가는 브라질의 국민배우라는데, 칸 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로도 오른 작품이기에 여우주연상을 받았어도 어색하지 않았겠다 싶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엔딩도 인상적이고,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다만 이 영화에 있는 섹스씬들은 하나같이 생략해도 되는 장면들로 느껴졌다. 집에서 담긴 추억을 회상하는 장치라고 하기에도 어색하고. 주인공 인물.. 더보기
헝거 (Hunger , 2008) 마이클 패스벤더와 스티브 맥퀸은 첫 호흡의 순간부터 빛났다. 아일랜드 관련 역사는 찾아볼수록 마음 아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리암 커닝햄이 신부님으로 등장해서 마이클 패스벤더와 대화하는 롱테이크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하필이면 리암 커닝햄이 나왔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아일랜드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니까. 둘의 대화가 작위적일 법도 한데, 오히려 서로 다른 신념의 충돌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졋다. 스티브 맥퀸은 데뷔작부터 몸으로 말한다. 특히 영화 앞부분에 교도관의 일상과 다른 IRA 수감자들의 모습, 수감자를 제압하다가 죄책감에 우는 진압대 멤버를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정답을 내리기보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게 좋았는데, 데뷔작에서부터 이렇게 거리를 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