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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경계선 (GRANS , BORDER , 2018) '렛 미 인'을 쓴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이 원작인데, 환상성을 극대화한 소재가 마음에 든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메시지를 환상적인 설정으로 풀어낸 게 좋았다. 북유럽신화에서 사회문제까지 모두를 아우르되, 작위적이지 않은 톤으로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탁월하다. 블로그 이름을 바꾸고 쓰는 남기는 첫 글인데, 날 것으로 쓰는 게 쉽지 않다. 역시 뭔가 의식하기 시작하면 꼬인다. 티나 같은 선택을 하기에는, 난 나의 신념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경계선에 서있던 2019년이 끝났고, 2020년이라고 해서 이 고민이 끝날 것 같진 않다. 더보기
바톤 핑크 (Barton Fink , 1991) '시리어스맨'이 떠올랐다.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창작을 하는 이들이 모인 영화제일 텐데, 창작에 대해 이처럼 영리하게 다룬 작품이 몇이나 되겠는가. 후반부에 호텔에 불 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존 터투로와 존 굿맨의 티키타카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다. 악덕사장으로 나오는 마이클 러너, 엄청 급해보이는 감독 토니 샬호브, 알콜중독 소설가 존 마호니도 좋았지만 최고는 주디 데이비스였다. 짧은 분량임에도 극의 분위기를 바꾼다. 주디 데이비스가 당시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없었던 게 이해가 안 된다. 아니, '바톤 핑크'는 아카데미에 남우조연상 후보 하나만 올렸다. 게다가 남우조연상으로 오른 건 존 굿맨이 아니라 .. 더보기
모래의 여자 (砂の女, Woman in the Dunes, 1964) 학교 다닐 때 소설창작 수업 들으면서 자주 들었던 소설이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인데, 영화를 먼저 보게 됐다. 두 시간 반의 러닝타임에 흑백영화이기도 하고 지루할까 걱정했으나,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흥미로웠다. 60년대에 이런 화면, 음악을 사용하는 영화라니. 모래의 속성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다. 영화 전체는 사회의 폐쇄성을 모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말한다. 테시가하라 히로시의 작품의 다른 작품들을 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네이버영화에 등록된 영화가 얼마 없고, 위키백과에는 꽤 많은 작품이 보이는데 확인이 필요할 듯. 봐야할 영화가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이다. 더보기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트리 오브 라이프'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관객의 호불호 이전에 영화에 참여한 스텝과 배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듯 하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자일지 몰라도 다르게 말하면 자기멋대로인 테렌스 맬릭의 연출스타일 때문에, 배우들은 통편집 당할 위험이 언제나 있고, 스텝들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촬영에 임해야 한다.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찍은 촬영분량이 어마어마하고, 그 덕분에 화면은 내내 아름답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앞부분의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경이롭다는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뚜렷한 드라마를 보고 싶었으니까. 오히려 후반부에 잭의 어린시절을 그려내는 부분이 훨씬 인상적이다. 권위적인 아버지랑 대립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지, 보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