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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비밀과 거짓말 (Secrets Et Mensonges, Secrets & Lies, 1996) '네이키드' 다음으로 본 마이크 리의 영화인데, 두 사이에 어떤 기복이 있던건가 싶을 만큼 '비밀과 거짓말'은 좋은 작품이다. 최근에 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누구나 아는 비밀'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계급을 둘러싼 갈등이 녹아들어있고, 그것을 어떤 집단을 통해서 보여준다. 마이크 리의 즉흥적인 연출은 실내극에서 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레슬리 멘빌은 짧은 출연이지만 마이크 리의 거의 모든 작품에 나와서 볼때마다 반갑다.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줬는데,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렌다 블레신이 압도적이지만, 티모시 스폴도 그에 못지 않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안 장 밥티스트는 이후에 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게 의아할 만큼 좋았다. 마이크 리 감독의 작품에는 애증을 .. 더보기
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 2007) 구스 반 산트의 영화 치고는 친절한 편이다. 늘 뒷모습에 집중하는 구스 반 산트이지만,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는 클로즈업이 많이 등장한다. 게이브 네빈스의 표정은 그 자체로 성장통의 서사가 담겨있다. 왕가위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 온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은 훌륭하지만, 해리스 사비데즈의 촬영이야말로 구스 반 산트 특유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구스 반 산트는 포틀랜드를 배경으로 찍을 때 가장 자신의 색이 잘 드러나는 감독이다. 왜 감독들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구스 반 산트의 필모그래피가 답이 되어준다. 더보기
엘리펀트 (Elephant , 2003) '엘리펀트'가 걸작인가에 대해 토론을 한 평론가들이 떠오른다. '아이다호'와 마찬가지로 몇 년만에 다시 봤다. 강렬한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특히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휘발하지 않는다. 구스 반 산트가 선택한 표현방식은 놀랍지만, '엘리펀트'가 걸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선택을 한 게 놀랍다. 세상에 콜럼바인 총기 사고로 이런 영화를 만들 사람은 구스 반 산트 뿐일 거다.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휘날리는 깃발을 보면서 '엘리펀트'가 계속 떠올랐다. 딱히 연관성도 없지만 늘 두 영화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는 '시리어스 맨'을 다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보기
누구나 아는 비밀 (Todos lo saben , Everybody Knows , 2018) 아쉬가르 파라디가 스페인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물들이 갈등하고, 충돌을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 함부로 답을 내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태도도 여전하다. 칸 영화제나 현재 시사회를 통해 본 이들 중 실망했다는 이들이 많지만, 내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단순한 치정극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내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물들은 계급논리에 따라 판단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마찬가지로 배경이 이란에서 스페인으로 바뀌었을 뿐, 계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물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다만 배경이 스페인으로 옮겨지면서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좀 피상적으로 쓰였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코란에 모든 걸 거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