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가르 파라디가 스페인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물들이 갈등하고, 충돌을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
함부로 답을 내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태도도 여전하다.
칸 영화제나 현재 시사회를 통해 본 이들 중 실망했다는 이들이 많지만, 내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단순한 치정극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내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보였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물들은 계급논리에 따라 판단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마찬가지로 배경이 이란에서 스페인으로 바뀌었을 뿐, 계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물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다만 배경이 스페인으로 옮겨지면서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좀 피상적으로 쓰였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코란에 모든 걸 거는 신자 캐릭터와 달리, 이 작품에서 종교는 도피처 정도로 묘사되어서 아쉬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을 찾는 캐릭터의 태도가 어처구니 없게 느껴져서, 의도치 않게 관객들의 웃음포인트가 됐다.
타국에서 영화를 찍으면 자신이 일하던 스텝과 로케이션 지역의 스텝 중 어떤 이들로 스텝을 구성할지부터 고민이 될 것 같다.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작품 대부분에서 의상을 맡았던 소니아 그랜드, 가장 알려진 스페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 대부분에서 각각 음악과 촬영을 맡아 온 알베르또 이글레시아스와 호세 루이스 알카이네도 참여했다.
아쉬가르 파라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편집일 텐데, 편집은 전작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하이데 사피 야리와 함께 했다.
정보량을 통해 영화를 전개하는 게 아쉬가르 파라디 작품의 특징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최대한 정보 없이 보는 게 좋다.
오랜만에 간 압구정 cgv에서 김대환 감독이 30분 정도 진행한 gv까지 더해져서 좋은 시간이었는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시나리오를 소설처럼 쓴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여전히 아쉬가르 파라디는 흥미로운 작품을 찍고 있다.
그의 다음은 헐리우드가 될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럼브의 반 이민 정책에 반대하던 그가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작품이 될까.
미국에 사는 이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찍을 때 그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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