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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牯嶺街少年殺人事件 , A Brighter Summer Day , 1991)

남들이 좋다고 해서 본 '하나 그리고 둘'은 봤을 당시에 썩 감동적이진 않았다.

다 좋다는 영화를 나만 안 좋아할 때면 괜히 한번 더 봐야하나 싶다.

이런 식의 자기검열은 좋지 않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들을 며칠 내내 보니 제법 영화의 지구력이 올라온 느낌이다.

이렇게 4시간 넘는 작품들만 보다가 한 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면 반가우려나 아쉬우려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도 늘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미룬 작품이다.

장첸은 에드워드 양의 작품으로 데뷔해서, 왕가위와 허우샤오시엔까지 거장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다.

양정이는 이 작품 이후로 미국에서 산다고 하는데 계속 배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양정이의 존재감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장치니까.

 

영화 중후반에 217파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어둠 속에 전투가 펼쳐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다.

빛이 워낙 중요한 영화인데, 비 오는 날 정전된 장소에서의 전투를 이런 식으로 연출하다니.

에드워드 양 감독이 좀 더 액션이 많은 장르물을 찍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세상을 떠난 감독의 작품을 보면 늘 뒤늦게 마음 아프다.

'하나 그리고 둘'을 본 지 거의 10년 가까이 됐는데 지금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일 듯 하다.

감독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 아플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