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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나쁜 교육 (La Mala Educacion, Bad Education, 2004)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남성이 주로 등장하냐와 여성이 주로 등장하냐에 따라 작품의 톤이 다르다. '나쁜 교육'은 그의 위트는 여전하지만, 차가운 누아르다. 그의 영화에서 색감도 중요하지만, 그가 아무리 따뜻한 작품을 만들어도 늘 서스펜스가 흐른다. 늘 히치콕을 입에 달고 사는 브라이언 드 팔마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작품을 볼 때 좀 더 노골적으로 히치콕이 느껴지는 건 내가 아직 히치콕의 작품을 다 본 게 아니어서일까.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필모그래피에는 버릴 작품이 없구나 라고 다시 느꼈고, 펠레 마르티네즈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후반부에 극을 흔드는 루이스 호마르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어떤 디렉팅을 하는 걸까. 욕망이 서로를 물어뜯어서, 이 영화에서 딱히 선과 악을 구분하기.. 더보기
걸 (GIRL , 2018)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걸'은 처음 시놉시스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다. 작년 칸영화제에서 출품작 중 가장 뛰어난 데뷔작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배우 빅토르 폴스터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굉장히 젊은 감독이라 놀랐고, 빅토르 폴스터는 인터뷰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는데 원래 댄서로 응시했다가 직접 연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영화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은 주로 가족, 사회와 인물의 갈등을 다루지만, '걸'은 그런 과정보다 육체를 담는데 좀 더 시간을 쓴다. '걸'은 명백하게 육체의 영화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이자 발레리나를 꿈꾸는 라라에게, 세상은 온전히 육체로 판단되.. 더보기
고모라 (Gomorra , Gomorrah , 2008) 칸영화제는 같은 해에 출품된 두 편의 이탈리아 영화 '일 디보'와 '고모라' 중 '고모라'의 손을 들어줬다. 둘 다 좋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일 디보'일 것 같다. 그러나 '고모라'는 매혹적이다. '일 디보'는 과장으로 현실을 풍자했다면, '고모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주인공이 따로 없을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그들은 나폴리의 폭력적인 환경 안에 하나로 수렴한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나폴리 북부의 마피아들이 얼마나 활개치는데에 대한 통계는 무시무시하다. 영화 내내 보여줬던 폭력이 현실에 비하면 일부라는 뜻이니까. 실제 나폴리 범죄단이 영화를 보고 항의를 했다는 게 이 영화가 잘 그려진 영화라는 가장 큰 증거일 거다. 마테오 가로네가 보여주는 날 것의 정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보기
아들의 방 (La Stanza Del Figlio , The Son's Room , 2001) 기대보다 평이했다. 이미 너무 많이 봐온 서사다. 칸영화제가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지 아이러니할 정도다. 로마가 배경인데 난니 모레티는 로마를 관광지가 아닌 생활지역으로 그려낸다. 이방인으로서 그런 풍경을 보는 건 흥미로웠다. 내게 로마는 편의점만큼 관광지가 많은 곳이었으니까. 난니 모레티가 연출, 각본, 주연까지 다 했지만 그리 돋보인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최근에 연달아 본 이탈리아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음악이 돋보인다. 특히 클래식을 잘 쓴다. 아내로 나온 로라 모란테와 딸로 나오는 자스민 트린카의 연기가 좋았다. 두 사람은 이후로도 필모그래피가 빛나는 배우다. 아들을 잃고나서 문득문득 슬픔이 올라오는 정서는 이미 많이 봐온 터라 별 감흥 없었는데,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새로운 소녀의 등장이 오히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