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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걸 (GIRL , 2018)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걸'은 처음 시놉시스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다.

작년 칸영화제에서 출품작 중 가장 뛰어난 데뷔작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배우 빅토르 폴스터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굉장히 젊은 감독이라 놀랐고, 빅토르 폴스터는 인터뷰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는데 원래 댄서로 응시했다가 직접 연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영화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은 주로 가족, 사회와 인물의 갈등을 다루지만, '걸'은 그런 과정보다 육체를 담는데 좀 더 시간을 쓴다.

'걸'은 명백하게 육체의 영화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이자 발레리나를 꿈꾸는 라라에게, 세상은 온전히 육체로 판단되니까.

발레연습을 하는 동안 테이핑하느라 염증이 난 사타구니, 몇 년 뒤 수술을 위해 안정을 취해야하지만 발레리나가 되기 위한 혹독한 연습으로 상처와 피가 멈출 날이 없는 발, 라라가 그토록 얻고 싶은 육체를 태어나자마자 얻은 소녀들의 몸.

 

라라에게는 폭력적인 질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날아온다.

발레리나가 되는 것도 어려운데, 라라에게는 이미 일상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발 끝으로 서는 것만큼 많은 기력이 소모된다.

 

라라의 삶에 대해서 위로랍시고 어줍잖게 하는 말조차 폭력이 될까봐 조심스럽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건 응원 뿐이다.

무대에 선다면 박수를 쳐주는 것.

무엇보다도 '걸'이 섣부른 답을 정하지 않아서 좋다.

우리의 삶은 정답을 말하기엔 너무 길다.

그저 천천히 스텝을 밟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