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마블 시리즈에 대한 적당한 충성심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아무런 기대를 안 하고 봤고, 그걸 감안해도 너무 무난했다.
안전한 선택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너무나도 예상가능했다.
좋은 배우들과 충분히 더 흥미로웠을 소스가 존재함에도, 마블 작품이 상향평준화된 현 시점에서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에게 기억되는 게 가능할까 싶을 만큼 심심했다.
전작인 '홈커밍'을 떠올려보면, 빌런의 탄생과정부터 인물과의 관계 등 모든 면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한글더빙판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파 프롬 홈'보다 더 좋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느꼈다.
이렇게 유머의 타율이 낮아도 되나 싶을 만큼, 상황보다 대사에 의존한 덕에 극장 안에는 웃긴 장면 앞에 반응 없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빌런의 전사가 너무 설명적이고 작위적이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던진다는 게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내가 이 영화 보면서 위안 받은 건 멋진 액션이 아니라 배경이 된 여행지들이다.
얼마 전에 다녀온 프라하부터,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인 베니스 등 여행지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서 좋았다.
여행지가 좋았다는 거지 영화가 좋았다는 게 아니다.
난 스파이더맨을 보러 온 거지 여행다큐멘터리를 보러 온 게 아니니까.
배우들의 매력은 여전하다.
캐릭터의 매력이 아니다, 배우의 매력이다.
톰 홀랜드는 아무리 봐도 스파이더맨과 너무 잘 어울린다.
똑똑한 청년이 단숨에 히어로가 되면서 겪는 성장통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했을 표정이 톰 홀랜드의 얼굴에는 있다.
존 파브르는 훌륭한 감독이지만 난 그의 연기가 좋다.
마리사 토메이와 존 파브르의 로맨스를 서브플롯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젠다야 콜맨은 전편보다도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제이크 질렌할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가 꼭 이 캐릭터로 마블에서 데뷔전을 치렀어야 했을까.
제이크 질렌할과 케이트 블란쳇은 부디 다른 캐릭터나 외전 등을 통해서라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은 좀 더 좋은 캐릭터로 많은 분량을 가져갈 자격이 있는 배우들이니까.
2개의 쿠키 중에서 엔딩크레딧이 다 나오고 올라오는 쿠키는 '캡틴 마블'을 안 본 내게는 긴가민가하게 느껴졌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이후의 작품들에 대한 기대보단 우려가 더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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