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네이키드 (Naked, 1993)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걸작이다. 그러나 '네이키드'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올랐다. 딱히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걸작이라고 하지만 내겐 와닿지 않고, 인물에 정이 안 가는 작품이다. 굳이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찾아보자면,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방황하는 이야기다. 진지한 대신 농담과 궤변만 늘어놓고, 의미 없는 섹스가 이어진다. 폭력이 난무하는데 방치된다. 이런 풍경이 세태를 잘 보여줬다는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인물들에게 연민이 안 생기고 짜증났다. 특히 조니의 태도는 절망적인 시대상과 상관 없이 예의없이 느껴진다. 타인에게 예의없이 구는 게 시대를 핑계로 용인되는.. 더보기 이티 (The Extra-Terrestrial , E.T. , 1982) 명작이라고 불리지만 안 보고 미뤄둔 수많은 영화 중 하나가 '이티'다. 비슷한 시기의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와 '더 씽'은 내 취향과 잘 안 맞았는데, '이티'는 보는 내내 좋았다. 그동안 보아 온 수많은 괴생명체 영화는 '이티'의 영향력 안에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거다. 평단과 대중의 호의를 모두 받으면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일한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닐까. 게다가 기획과 제작에도 그렇게 많이 참여하면서 연출까지 해내고 있다는 건 엄청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티가 외계의 식물학자라는 설정이 좋았다. 완벽한 유년기란 없고, 부재한 마음 안에 잘 자랄 수 있는 어떤 식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껴왔다. 적어도 '이티'를 본 세대에게, 늘 허전한 마음에 자라게 된 건 영화 그 자.. 더보기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 , 2001) 취향으로 말하자면, 웨스 앤더슨은 내게 딱 맞는 취향은 아니다. 그의 세계는 늘 귀엽고 예쁘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사유가 내게 확 와닿지는 않는다. '문라이즈 킹덤'은 입대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고,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은 휴가 나와서 본 영화인데, 두 편 모두 예쁜 작품으로만 남아있다. '로얄 테넌바움'도 마찬가지다. 웨스 앤더슨의 세계는 비슷하게 변주한다. 배우들이 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의 영화를 보면서 열광한 적은 없다. 다만 캐스팅한 배우들의 기존이미지를 뒤트는 형식으로 캐릭터 설정이 된 건 흥미로웠다. 형식이 내용이 되는 시대다. 웨스 앤더슨 세계는 아마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랑받을 거다. 내가 그의 세계에 마음을 빼앗길 일도 그의 놓친 .. 더보기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 1995) 최고다. 이안 감독의 최고작이자 내 삶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도 높고 큰 감흥을 주는 영화다. 대만에서 시대극을 만든 이안 감독이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만든다고 했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 이들이 몇이나 되었을까. 게다가 엠마 톰슨도 각색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해봤다.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극중 케이트윈슬렛과 엮이는 그렉 와이즈가 실제로는 이 작품을 계기로 엠마 톰슨과 결혼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제목 그대로 이성과 감성의 균형에 대한 영화인데, 내내 이성적이던 엠마 톰슨이 후반부에 감정을 퍼뜨리는 장면은 마음에 크게 남는다. 몇몇 밉상 캐릭터들 때문에 마음 편히 보긴 힘들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작품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더보기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 2013)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을 미뤄두고 살았다. 과연 잘 마무리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장 탁월한 마무리였다. 크레딧을 보고 놀랐는데, 그리스인 부부로 나오는 이들 중 아리아드니를 연기한 이가 아디너 레이첼 창가리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프로듀서이자 자신의 작품도 있는 감독인데 그리스를 로케이션으로 한다고 직접 출연까지 할 줄이야. 아리안 라베드는 반가웠다. 아리안 라베드는 외딴 곳에서 남자친구를 만난 안나로 등장하는데, 셀린느와 제시의 '비포 선라이즈'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중요하다. 낭만이 사라진 뒤 이어지는 사랑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사랑을 바라는 마음은 식지 않는데, 설렘은 점점 줄어들 거다. '비포 선라이즈'의 낭만이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면, '비포 미드나잇'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더 마음.. 더보기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 1997)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굿 윌 헌팅'을 보여주셨다. 당시에는 별 감흥 없이 봤다. 시간이 무수히 흐르고 다시 봤다. 위로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구스 반 산트의 작가주의 영화에 해당하는 작품들보다 '굿 윌 헌팅'을 더 좋아한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다시 각본을 함께 쓰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인생의 첫 각본의 준비기간은 삶 전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다음 각본이 나오기 힘든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남을 생각해서 무엇인가 말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굿 윌 헌팅'은 그런 순간을 보여준다.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서로 다시 보기 힘들어도 능력을 발휘하라는 말은 그냥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굿 윌 헌팅'이 개봉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 더보기 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 2007) 구스 반 산트의 영화 치고는 친절한 편이다. 늘 뒷모습에 집중하는 구스 반 산트이지만, '파라노이드 파크'에서는 클로즈업이 많이 등장한다. 게이브 네빈스의 표정은 그 자체로 성장통의 서사가 담겨있다. 왕가위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 온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은 훌륭하지만, 해리스 사비데즈의 촬영이야말로 구스 반 산트 특유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구스 반 산트는 포틀랜드를 배경으로 찍을 때 가장 자신의 색이 잘 드러나는 감독이다. 왜 감독들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구스 반 산트의 필모그래피가 답이 되어준다. 더보기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 2005) 구스 반 산트는 아웃사이더에게 집중한다. 치밀한 각본으로 서사를 만들기보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의미로 영화를 전개한다. 각본가에 가까운 감독과 화면연출에 집중하는 감독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구스 반 산트는 후자다. 솔직히 말해서 구스 반 산트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썩 내 취향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평작 평가 받는 '레스트리스'가 내 기준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다. '굿 윌 헌팅'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구스 반 산트의 개성보다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각본에 좀 더 힘이 실린 작품이다. 커트 코베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라스트 데이즈'를 감상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다. 많은 평론가들이 걸작이라고 평헀지만, 내게는 썩 와닿는 이미지는 아니다. ..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