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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Mudang': Reconciliation Between The Living And The Dead , 2002) 어제 본 '사이에서'가 이해경이라는 한 개인을 통해 무속신앙을 보여준다면, '영매'는 한강 이북과 이남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무속신앙에 대해 보여준다. 아무래도 한 개인을 보여준 '사이에서'가 좀 더 몰입이 잘 되긴 했는데, '영매'도 모르던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된 게 많아서 흥미로웠다. 특히 젊은 아들이 죽은 집의 기도를 해주다가, 죽은 아들에 빙의된 무당이 아들의 말을 가족들에게 전해주는 부분은 이 영화의 제목대로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다. 오랜 시간 공간에 머물면서 이렇게 다큐멘터리로 기록했다는 건 놀랍다. 다큐멘터리야말로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더보기
사이에서 (Between , 2006)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 서비스 통해 구할 수 없는 영화는 정말 드문데, '사이에서'가 그렇다. 예전에 '만추'와 '돼지의 왕' 상영할 때 다녀온 뒤로 정말 오랜만에 영상자료원에 다녀왔다. 독립하면 수색이나 DMC 근처에 집을 구해서 영상자료원에 매일 가는 상상을 할 만큼 마음에 품고 있지만 집에서 멀어서 자주는 못 가는 곳이다. 1인석에서 영화를 본 게 처음이었다. 의사가 완전 뒤로 젖혀지는데 익숙치 않아서 머리가 아팠다. 울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집이었다면 좀 더 과감하게 울었다 싶은 장면들이 존재한다. 어린 아이가 신내림을 받았는데 클 때까지 신내림을 미루고, 나이가 들고 아파서 신내림을 받고, 신내림을 안 받고 싶지만 결국 운명에 따라 받는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늘 이쪽 세계가 신비롭게.. 더보기
미성년 (Another Child , 2018)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사려깊고 캐릭터들이 귀여웠다. 상황 자체는 화나는데 캐릭터들은 현명하다.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 희곡이 원작인 걸로 아는데, 연극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울컥하는 부분만큼 웃긴 부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위트 있는 극이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잘 아는 작품이다. 짧은 분량으로 등장한 배우조차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우 출신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연기디렉팅이 아닐까. 물론 무조건 보장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김윤석은 감독으로서 탁월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네 배우를 보는 재미가 크다. 배우 김윤석의 작품도 좋지만 그의 다음 연출작이 궁금해진다. 더보기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 2004) '그랜 토리노'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보고 나니 확신이 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좋은 어른일 거라는 확신. '그랜 토리노' 한편만으로도 그는 사려 깊은 어른이었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보면 그만 떠올려도 눈물이 난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과 더티해리를 보고 그를 만났다면 아마 그에 대한 평은 달랐겠지. 그의 작품 중 극히 일부만 보았음에도 그가 존경스럽다. 배우와 감독, 두 가지 모두 성공한 커리어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사려 깊은 영화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위해서, 그 마음을 잊을 때마다 그의 영화를 다시 봐야지. 더보기
라임라이트 (Limelight , 1952) 찰리 채플린 작품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 그의 무성영화가 익숙하기에, 유성영화에다가 자신을 회고하는 듯한 이 작품은 낯설었다. 자신의 현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모습을 이런 톤으로 표현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자신이 대중에게 외면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한다. 흔한 말이지만 이 말을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찰리 채플린은 그것을 해냈고. 더보기
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 2019) 축구를 좋아하다보니 경기들을 보다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호날두, 메시 같은 축구역사에 영원히 남을 선수들과 동시대에 사는 게 행운이라고. 영화나 문학, 음악도 마찬가지다. 동시대에 훌륭한 예술가와 산다는 건 행운이다. 오랜 시간 어벤져스 시리즈와 함께 했다. 이제 마침표가 찍혔다. 계약종료를 알린 배우들도 있다.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다. 어벤져스 시리즈 때문에 행복하게 보낸 시간들. 이들과 동시대를 살며 함께 늙는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더보기
디 아더스 (The Others , 2001) 아주 오래 전 이 영화의 내용을 스포일러 당했다. 영화 전체의 내용을 구두로 들은 상태라 본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감상.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고 봤으면 훨씬 더 흥미롭긴 했을 것 같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도식적인 면이 꽤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니콜 키드먼과 딸로 나온 알라키나 맨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위태로운 캐릭터를 맡은 니콜 키드먼을 주로 봐왔다. 얼마 전 봤던 '패딩턴'의 유머러스한 그녀가 어색하게 느껴진 건 당연한 것일지도. 호러영화의 클리셰 중 일부를 뒤집은 설정 자체는 사려 깊고 좋았다. 연출과 음악을 함께 맡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도 훌륭하고. 그가 연출한 '씨 인사이드'보다는 '디 아더스'가 더 좋았다. 꽤 색이 다른 장르를 그럴 듯하게 연출해내는 게 신기하다. 더보기
고모라 (Gomorra , Gomorrah , 2008) 칸영화제는 같은 해에 출품된 두 편의 이탈리아 영화 '일 디보'와 '고모라' 중 '고모라'의 손을 들어줬다. 둘 다 좋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일 디보'일 것 같다. 그러나 '고모라'는 매혹적이다. '일 디보'는 과장으로 현실을 풍자했다면, '고모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주인공이 따로 없을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그들은 나폴리의 폭력적인 환경 안에 하나로 수렴한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나폴리 북부의 마피아들이 얼마나 활개치는데에 대한 통계는 무시무시하다. 영화 내내 보여줬던 폭력이 현실에 비하면 일부라는 뜻이니까. 실제 나폴리 범죄단이 영화를 보고 항의를 했다는 게 이 영화가 잘 그려진 영화라는 가장 큰 증거일 거다. 마테오 가로네가 보여주는 날 것의 정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