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사이에서 (Between , 2006)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 서비스 통해 구할 수 없는 영화는 정말 드문데, '사이에서'가 그렇다.

예전에 '만추'와 '돼지의 왕' 상영할 때 다녀온 뒤로 정말 오랜만에 영상자료원에 다녀왔다.

독립하면 수색이나 DMC 근처에 집을 구해서 영상자료원에 매일 가는 상상을 할 만큼 마음에 품고 있지만 집에서 멀어서 자주는 못 가는 곳이다.

1인석에서 영화를 본 게 처음이었다.

의사가 완전 뒤로 젖혀지는데 익숙치 않아서 머리가 아팠다.

 

울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집이었다면 좀 더 과감하게 울었다 싶은 장면들이 존재한다.

어린 아이가 신내림을 받았는데 클 때까지 신내림을 미루고, 나이가 들고 아파서 신내림을 받고, 신내림을 안 받고 싶지만 결국 운명에 따라 받는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늘 이쪽 세계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난 종교가 없지만 영매란 숭고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자본에 따라 사짜 노릇하는 인간들 말고 진짜 순수한 영매를 말하는 거다.

 

다들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작 미래를 알려주는 영매의 삶은 그리 편해보이지 않는다.

'사이에서'는 결국 정체성에 대한 영화다.

굿이나 빙의가 얼마나 신비로운가 보다, 한 사람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