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레스트리스 (Restless , 2011)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은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장례식을 돌아다닌다. 어느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소녀가 소년에게 아는 척을 한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소녀의 삶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혼자서 개인적인 베스트영화를 선정한다. 가끔 내 베스트영화 목록을 싹 다 갈아엎을 만큼 울림이 큰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레스트리스'가 내겐 그렇다. 난 평론가가 아니기에 내게 베스트란 논리는 조금 헐겁더라도 감정을 흔드는 영화이다. 그런 면에서 구스반산트의 작품 중 '엘리펀트'보다 '레스트리스'가 더 좋다.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에 시큰둥한 편인데, '레스트리스'를 보면서는 참 많이 운 것 같다. 영화 마지막 소년의 표정, 그리고 엔딩크레딧.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동안 흐르는 일련의 음악, 굳이 보여주지.. 더보기
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 2008) 딱히 영화 속 은유들을 살피지 않아도 이 영화는 썩 괜찮은 통속극이다. 욕망에 대한, 어쩌면 뻔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에너지 넘치게 다룬다. 특히 이발해주는 장면에서의 불안함은 영화의 어떤 자극적인 장면보다도 크다. 정소현의 단편소설인 '너를 닮은 사람'이 떠올랐다. 자기기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자본주의에서 하는 가장 많은 실수이자 은폐되기 쉬운 진실에 대해서 영화는 힘있게 말한다. 잘못된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 대해서 이렇게 세련된 방식으로 말하는 한국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진실이 가려져야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 가려져 있는 동안 썩어버려서 진실이었던 적을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이다. 더보기
슈퍼에이트 (Super 8 , 2011) 영화상영표를 본다. 이건 봐야겠다, 싶은 영화들이 있다. 그렇게 골라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못 보게 된 영화들이 있다. 문제는 그 중 몇몇 작품들은 극장에서 안 본 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만큼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 '슈퍼에이트'가 그런 영화이다. 완벽에 가까운 오락영화. 에이브럼스가 신나서 만든게 보여서 나도 덩달아 신나서 보게 되는 영화. 개연성 따질 정신도 없이 흠뻑 빠져들어서 보게 되는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하기도 했고,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고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의 미덕이 스필버그를 비롯한 그 당시 영화들에 대한 경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딱히 그 시절의 영화들을 못봐서 향수에 젖지 못해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대영화들 중에 스필버.. 더보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Two Weddings And A Funeral , 2012)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커플의 결혼식. 결혼식이 끝나고 이들은 같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각자 다른 집으로 간다. 이들 부부는 게이와 레즈비언이다. 서로의 사회적 위치와 입양 등을 고려해서 위장결혼을 한 것이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유쾌하다. 동성애하면 떠오르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가 아닌, 밝은 톤의 로맨틱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연인 두 남자의 이야기가 기본이지만, 이 영화가 끝까지 갈 수 있는 데에는 재미있는 대사들로 주연 곁에 머물러주는 조연들의 몫이 크다. 언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게이들의 대화들이 굉장히 웃기다.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변화의 계기를 가져다주는 것은 죽음이다. 그 죽음은 너무 도구적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 혹은 타인의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더보기
튠(TUNE) - 긴 여름의 끝 (feat.모리) 귓가에 하늘하늘 잎사귀들 소리에 창문을 활짝 열고 난 바람에 흠뻑 취했네 어느덧 자란 나무 어느새 피어 난 꽃 뒷동산을 가득 채운 봄과 여름의 끝 자락 회색 옷을 입은 낯선 사람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며 총을 겨누었네 쓰러지는 나무 떨어지는 꽃잎 집을 잃고 떠나는 새들의 슬픈 그 울음 소리 긴 여름은 끝나고 모든게 사라졌네 작은 욕심들이 모여 우린 쓰러져만 간다 정욱재가 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노리플라이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노리플라이가 사랑에 대해서 주로 말한다면, 정욱재는 환경에 대해 말한다. 환경 문제에 대해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음악에 그러한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은 환경 저널리스트 다이앤 듀마노스키의 책 .. 더보기
화나 - 내가 만일 꿈처럼 또 난 그 철없던 날의 근처로 떠나. 다시 찾을 수 없는데, 붙잡을 수 없는데, 닿을 수도 없는데, 괜히... 오늘이 바로 내가 태어난 지 만 번째 날. 떠나보낸 삶의 자릿수가 다섯 된 날. 거울 속엔 익숙하리만치 낯선 내가 서있고, 거의 모든 것은 그대로 있고, 유달리 변한 건 없는데, 또 어느 순간 잊고 남겨놓은 그 때, 그 시절, 그 자췰 돌아보면 그 새 나도 많이 자라고 바뀌었나봐, 지나고나니... 바로 한치 앞도 알지 못하고 바삐 달려왔지. 맑던 날씨라도 잠시 안도하니 날벼락이, 뭐든 갖고 나니 만족 아닌 더 큰 탐욕만이... 사노라니 과연 삶이란 건 마치 파도타기. 해가 바뀔 때마다 일어 더 거센 바람이. 때가 탄 이제야 감히 말할 수 있는 세상살이. 곧 서른, `한때`란 말이 어색한 .. 더보기
윤종신 - 자유로 Sunset (feat.하림) 밀리는 자유로 한 중간 붉은 태양이 녹아가 내 하루도 녹아 라디오 디제이 알려주네 오늘 밤 열대야 일거라고 난 이미 며칠째 I Miss you woman 갑자기 미칠 것처럼 I Miss you 언제나 볼 수 있었던 저 태양 같았던 You were my everything So Sweet Heart My Woman 떠나지 않을 것 같던 그래서 소홀했던 갓길에 내 차를 세운 채 그 노래 위에 한참 울었어 태양이 사라져 갈 때 I Miss you woman 갑자기 미칠 것처럼 I Miss you 언제나 볼 수 있었던 저 태양 같았던 You were my everything So Sweet Heart My Woman 떠나지 않을 것 같던 You were my everything So Sweet Heart My .. 더보기
폴라로이드 피아노 - 생수에게 (feat.권정열 of 10cm) 기억이 나지 않아 분명 새벽까진 멀쩡했는데 일어나보니 친구의 쪽지 첫차 타고 먼저 간다 외로워 이 방 안은 분명 어제까진 북적댔는데 어디로 갔나 나의 동무들 이래서 난 술이 싫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제일 힘이 드는 건 외로움도 아닌 알콜 가득한 나의 뱃속 아 힘들어라 뭐라도 먹어야 돼 해장하고 싶은 내 맘 간절해 냉장고 속에 우리 생수는 내게 오라 손짓하네 오늘따라 멀게 느껴져 목마름이 선물한 거리 나를 위로해 줄 네가 있는데 갈 수 없어 아 힘들어라 이제야 알 것 같아 생수 너는 하늘이 주신 축복 모든 걸 바쳐 네게로 갈게 그곳에서 우리 웃자 기다려줘 나의 생수야 더운 여름. 온도만큼이나 생수에 대한 애정도 올라가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