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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너무 간단해서 간과하는 것이 답인 경우가 많다. 통찰의 경우.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자신의 욕망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과정이 통찰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우디 알렌 영화가 바로 통찰의 과정이다. 시공간을 오가는 영화는 넘쳐난다. 우디알렌은 SF장르도 아니고 개연성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영화를 이끌어간다. 하긴 우디알렌 앞에서 개연성이라는 단어는 어색하다. 개연성을 생각할 틈도 없이 우디알렌이 펼쳐놓은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예술을 사랑하는, 조금이라도 흠모하는 이라면 이 영화와 금방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치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꼬마들이 방에 불을 그고 장난감들이 움직이나 몰래 지켜본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나면 당장이라도 파리로 달려가야만.. 더보기
스타리-아이드(Starry-Eyed) - 두더지 푸른밤에 기대어 꿈결같은 멜로디 속삭여요 우리 같이 초조해진 온기에 밤비소리 들리는 창틀마다 별이 피고 무더운 밤 열기는 울먹인 청춘처럼 예쁘고 아름답고 가끔씩은 우리를 눈이 부신 마음처럼 기억하고 기억해요 마음마다 심장소리로 다시한번 우린 꿈꾸네 어두워진 거리를 우린 걷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밤새도록 불렀던 노래들은 입 속에 남아있어 기억해요 돌아보면 언제나 같은 자릴 맴도는 착각처럼 느껴지고 슬픔보다 선명한 우리들의 목소리 잊지마요 기억해요 두근대는 이내 가슴을 기억해줘 빛나는 밤에 눈이 부실 미래는 태양처럼 환하게 우릴 비춰 함께 있고 반짝이는 두 눈을 함께이는 이 순간 잊지 않고 기억해요 새하얗게 물들인 우리들의 목소리 지켜주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우리를 눈이 부신 마음처럼 기억하고 기억해요 .. 더보기
소셜 네트워크 데이빗 핀처는 항상 핵심만을 이야기한다. 어줍잖은 기교를 부리는 대신에 정말 핵심만을 뚝심있게 이야기하는 그의 스타일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매 작품 시도하고 있음에도 그의 영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감독 중에 한 명이 데이빗 핀처라는 것은 확실하다. '소셜네트워크'는 갈 수 있는 지점이 명확한 영화이고, 그것이 장점이자 약점인 영화이다. 이미 페이스북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있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데이빗 핀처는 이번에도 정공법으로 나간다.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속 네트워크 공간과 사람간의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이 두 가지 축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전개될 수 .. 더보기
3호선 버터플라이 - 말해요, 우리 조용한 새벽 속의 리듬을 타고 은빛나무 식탁위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큼한 달빛에 핀 고된 흠 집 들 살며시 되돌아온 아스팔트 위로 멈춰버린 곁눈질들, 고달픈 우리들의 꿈 조용한 햇살에 핀 나른한 미소들 빛을 잃은 주홍빛 달에 홑눈이 내리며는 말해요 우리, 말해요 당신, 그 날을 얘기해요 비트볼레코드에서 CD를 고르라고 할 때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반들부터 골랐고, 비트볼레코드 10주년 기념 공연 최고의 무대는 3호선 버터플라이였고,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이자, 시인인 성기완 작가의 최근 출판된'모듈'에 수록된 '녹취2'이다.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시작으로 요즘은 신곡들 새로 들을 때 빼고는 항상 3호선 버터플라이를 듣고 있다. 더보기
Natural - 보내지 못한 편지 (feat. 윤종신) 용서하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나를 이제는 용서해주오 고마웠소 힘들게 참아왔던 지난날 우리 함께 했던날 지쳐만 가는 그대를 이젠 놓아주겠소 떠나오 더이상 기대할수 없는 이 못난 나를 사랑한 기억마저 모두 잊어주오 행복하기를 바라오 이 맘 아프지 않게 웃으며 그대를 보낼 자신 없는 이 못난 나를 만나기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가오 곡의 가사가 다 끝나고, 곡 후반부에 이어지는 연주가 정말 환상적이다. 이렇게 브라스세션을 슬픈 발라드에서 잘 활용한 곡도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015B의 '1월부터 6월까지'와 이 곡 모두 윤종신이 쓴 가사가 아님에도, 슬픈 내용의 가사를 해석해서 부르는 능력이 참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윤종신은 슬픈 가사를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슬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이기에 당연한 말.. 더보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아이맥스는 정말 환상적인 기술인 것 같다. 모든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전 샘 레이미가 만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슷한 내용이다. 다만 스파이더맨이 탄생된 과정을 비롯해서 드라마가 훨씬 더 설득력 있고 탄탄하다. '500일의 썸머'의 감독이었던 마크 웹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풍부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스파이더맨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 커플의 멜로는 '500일의 썸머'를 연상시키는,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아이맥스에 최적화된 액션이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성장드라마에 방점이 찍히는 영화이다. 자잘한 갈등의 나열보다는 큰 폭으로 사건이 계속해서 전개되는 방식을 택했다. 사건이 큼지막하게 진행되다보니 지루할 틈도 없고, 인물의 갈등 자체를 묘사하기.. 더보기
배트맨비긴즈 (Batman Begins, 2005)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일이 다가오기에, 복습 차원에서 '배트맨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연달아서 보았다. 역시나 좋은 영화는 처음보다 두 번째 봤을 때가 더 좋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설계도에 가까운 촘촘한 시나리오. 진지한 가운데 위트를 잊지 않고, 의미없는 대사는 단 하나도 없다. 동시대에 이렇게 지적인 동시에 대중성을 갖춘 감독이 몇이나 될까.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 크지만, 그 기대를 가볍게 넘겨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보기
고찬용 - 바다 맑은 파도는 적색 향기와 붉은 화음의 노예가 된 듯 취했다 작은 바람들이 내 귓가에다 자신의 비밀을 아주 작은 피리의 음성으로 속삭이곤 사라져버렸다 눈 감고 모래 위에 누웠다 밤이 온다. 바다 저 위 어둠으로 가득 찬 꿈의 밤 난 혼자 너무 외로워 단추를 몇 개 여미어본다 애틋한 달이 날 옆 눈으로 자꾸 쳐다봐 나는 너무 부끄러워 저기 빼곡하게 선 잠든 배들과 내 청춘과 내 현실이 왜 이리 같은 운명처럼 느껴질까 또 그런다 난 외롭다 난 슬프다 모든 게 너무나 아프다는 말 새는 또 다시 맑은 바다 위를 힘껏 난다 나른한 눈부신 바닷가 바쁜듯 화내는 뱃고동 소리에 눈 떠 다시 바다를 봤다 난 혼자 너무 외로워 단추를 몇 개 여미어본다 뜨거운 태양이 날 비웃는 듯 히죽거려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 저기 빼곡하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