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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소셜 네트워크



데이빗 핀처는 항상 핵심만을 이야기한다.
어줍잖은 기교를 부리는 대신에 정말 핵심만을 뚝심있게 이야기하는 그의 스타일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매 작품 시도하고 있음에도 그의 영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감독 중에 한 명이 데이빗 핀처라는 것은 확실하다.

'소셜네트워크'는 갈 수 있는 지점이 명확한 영화이고, 그것이 장점이자 약점인 영화이다.
이미 페이스북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있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데이빗 핀처는 이번에도 정공법으로 나간다.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속 네트워크 공간과 사람간의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이 두 가지 축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전개될 수 있었던 것에는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의 몫이 크다.

'머니볼'에 이어서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아론 소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물의 삶을 시나리오화시키는 것에 있어서는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의 삶을 영화화해서 제작될 예정이라는데, 아론 소킨이 각본을 맡게 될 확률이 있다는데, 아론 소킨이 아닌 다른 이가 스티브 잡스의 삶을 시나리오화하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트렌트 리즈너의 음악은 이 영화의 템포를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특히 조정경기하는 장면에서의 트렌트 리즈너의 선곡은 환상적이다.

영화 후반부의 교차편집과 템포는 스릴러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젊은 배우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연기 디렉팅을 한 데이빗 핀처의 역량이 놀랍다.
주커버그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는 '좀비랜드'의 그 우스꽝스러운 소년을 넘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손동작까지 조절하면서 주커버그의 고립되는 모습을 연기한다.
앤드류 가필드는 연기도 좋지만, 정말 어쩜 이리도 잘 생겼을까.
특히 앤드류 가필드가 화나서 울먹이며 말하는 그 특유의 표정연기는 몰입도가 굉장하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무대 위에서의 모습보다 연기하는 모습이 내게는 더 익숙한지라, 찌질한 캐릭터가 참 잘 어울린다.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로 나오는 아이미 해머와 조쉬 펜스는 큰 덩치와 목소리까지, 그야말로 영국신사의 표본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본 주커버그는 자신의 옷 스타일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자신과 닮지 않았으며, 특히 이성을 대하는 태도는 실제 자신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영화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방점은 주커버그가 아니라 주커버그를 둘러싼 네트워크에 찍혀있다.
주커버그는 인터넷에 소통공간인 페이스북을 만들고, 페이스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에서 자신이 친구들과 쌓아온 신뢰의 네트워크가 깨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주커버그는 자신이 만든 페이스북을 통해서 첫사랑에게 친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페이스북에 글 남길 시간에 연락해서 직접 얼굴을 보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 영화의 메시지가 상당히 와닿았다.
서로의 근황을 묻기 위해서 얼굴을 보는게 아니라 페이스북과 카톡을 확인한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스마트폰도 안 쓰기에, 어느 집단만 가도 다들 직접 맞닿아있음에도 서로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이나 카톡 확인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들이 지금 관리하고 유지하는 관계란 허상으로만 존재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허상에 가까운 이 인간관계의 새로운 네트워크, 그 네트워크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의 공허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관계맺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섬뜩하기도 하다.
소노 시온의 '자살클럽'에 나오는 당신은 당신과 무슨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라는 대사야말로 현 시대에 소셜네트워크 속에 사는 이들에게 던져야 할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