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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무서운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또한, 가장 논쟁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원제처럼, 우리는 이 영화에 대해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

완성도 면에 있어서는 완벽에 가깝다.
소리와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를 너무 잘 아는 감독이다.
무시무시한 이미지들의 향연이다.
가사가 있는 노래들은 장면 자체가 노래에 묻히기 쉬운데, 오히려 화면과 다른 분위기에 가사를 통해서 전혀 예측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운드의 전개나 노련한 배우와 젊은 배우의 대립이라는 것을 봤을 때 영화 '데어윌비블러드'가 떠오르는데, '데어윌비블러드'의 음악을 맡았던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이 영화에서도 음악을 맡았다.
이 영화가 세련된 비극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음악의 공이 크다.

주연 두 배우의 연기 또한 굉장하다.
틸다 스윈튼은 '아이엠러브' 속 사랑에 흠뻑 젖어있던 그녀가 맞나 싶을 만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불안함으로 가득한 인물을 연기한다.
케빈 역할을 맡은 93년생 이즈라 밀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 못지 않은 절대악처럼 보인다.
틸다 스윈튼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도 무게감이 굉장하다.

흠잡을 것 없이 좋은 영화이다.
다만 이 영화를 맘 편하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정말 작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한다.
이 고통스러운 비극을 2시간 동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피로해진다.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토마토 축제의 이미지를 비롯해서 내내 붉은 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미지들이 주는 자극이 큰 만큼 피로감도 크다.
화면의 질감은 현대적이고 편집도 현란하지만, 서사의 질감은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과 흡사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관객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다.
세상은 부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 가족을 키워드로 풀어내는 수많은 비극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 비극들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비극의 탓을 누구에게 돌릴지보다, 이 비극 자체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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