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인기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주변에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이 엠 러브'는 지금도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이고, '비거 스플래쉬'는 영상미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모리스'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유는 둘 다 각색을 맡은 이가 제임스 아이보리이기 때문일 거다. 영국시대극을 워낙 좋아하고 계급문제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다룬 '모리스'가 좀 더 내 취향이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는 영상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룬 만큼 조금은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다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좀 더 큰 장점이라면, '모리스'가 전적으로 모리스와 클라이브 두 인물의 극이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는 사려 깊은 .. 더보기 모리스 (Maurice , 1987) '모리스'까지 보고 나니 내 취향이 생각보다 영국시대물 배경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봤던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워낙 좋았기도 했고. 사랑을 다룬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다보면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최근 들어서 자주 한다. 영화에는 워낙 극단적인 상황이나 갈등이 많이 나오기도 하니까. 영화 전반부의 휴 그랜트는 그의 수많은 명작 로맨틱코미디보다 더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제임스 월비다. 제임스 월비는 주식일을 하는 장면부터 수염을 기르다가 후반부에서는 수염을 자르고, 휴 그랜트는 정계 입문을 앞두고부터 수염을 기른다. 둘에게 수염의 의미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리스에게 수염은 솔직함이고, 클라이브에게 수염은 숨기기 위한 장.. 더보기 파고 (Fargo , 1996) 예전에 별 감흥 없이 본 영화였는데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봤을 때 좋은 작품들이 있다. 고등학생일 때는 허진호 감독의 멜로가 전혀 공감이 안 되어서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거의 10번 가까이 봤다. 물론 공감에는 실패했다. 영화 속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했던 건 영화를 보는 눈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경험이라는 걸, 훗날 몇 번의 연애 뒤에 허진호 감독의 멜로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파고'도 거의 10년 만에 다시 봤다. 걸작이라는 평가와 달리 내게는 그저 그런 스릴러였다. 다시 본 '파고'는 명백한 걸작으로 보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한 심리검사에서 나의 공감점수가 낮게 나와서, 괜한 죄책감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영화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데어 윌 비 블러드'도 다시 봤을 때.. 더보기 바톤 핑크 (Barton Fink , 1991) '시리어스맨'이 떠올랐다.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창작을 하는 이들이 모인 영화제일 텐데, 창작에 대해 이처럼 영리하게 다룬 작품이 몇이나 되겠는가. 후반부에 호텔에 불 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존 터투로와 존 굿맨의 티키타카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다. 악덕사장으로 나오는 마이클 러너, 엄청 급해보이는 감독 토니 샬호브, 알콜중독 소설가 존 마호니도 좋았지만 최고는 주디 데이비스였다. 짧은 분량임에도 극의 분위기를 바꾼다. 주디 데이비스가 당시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없었던 게 이해가 안 된다. 아니, '바톤 핑크'는 아카데미에 남우조연상 후보 하나만 올렸다. 게다가 남우조연상으로 오른 건 존 굿맨이 아니라 .. 더보기 밀러스 크로싱 (Miller's Crossing , 1990) 무시무시하다. 코엔 형제의 최고작을 뽑으라면 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골랐는데 앞으로는 '밀러스 크로싱'과 함께 고민하게 될 듯 하다. 코엔 형제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가 주인공 톰에게 딱 맞아서 그런지 몰라도 물 흐르듯 지나간다. 거의 모든 시퀀스가 매력적이고 긴장을 풀 틈도 안 준다. 톰이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행동할 때 관객의 마음은 두근두근거리는데, 정작 톰은 침착하다. 똑똑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운이 좋은 인물이기도 하다. 코엔 형제는 개연성에 대해 물을 시간에 관객을 몰입시켜서 의문을 가질 틈을 안 주는 쪽을 택한다. 가브리엘 번을 비롯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 같이 탁월하다. 특히 가브리엘 번과 존 터투로가 마주하는 밀러스크로싱에서의 장면은(포스터에도 나오는) 압도적이다. 존 터.. 더보기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 , 1984) 영화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두는 삶이 계속 된다. 마감 때가 되어서야 영화를 볼 생각을 한다. 그래도 몇 주 만에 영화를 보니 기쁘다. 게다가 좋아라하는 코엔형제의 영화라서 더욱. 코엔 형제의 경력을 말할 때 늘 샘 레이미가 언급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좀비가 등장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좀비처럼 우리를 따라다니는 의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이블데드' 시리즈는 아직 보지도 못했지만. 코엔 형제의 후기작에 비해 촌스럽다는 느낌이 없는데, 1984년작이다. 스릴러에다가 인물들이 얽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몰라도 대니 보일 감독의 데뷔작 '쉘로우 그레이브'가 떠올랐다. 둘 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데뷔작이면 욕심을 내고 싶을 텐데 코엔 .. 더보기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알라딘'이 한동안 인기였다. 처음으로 4D로 본 영화가 '알라딘'인데, 신드롬이 이해가 안 될 만큼 평범한 작품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보헤미안 랩소디'도 열풍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 취향과 맞는 작품들은 아니었다. '알라딘'은 별로였지만, '레미제라블'에 이어서 '물랑루즈'에 감동한 걸 보면 뮤지컬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닌 듯 하다. '물랑루즈'는 후반부부터는 눈에 휴지를 꽂아두고 봤다. 니콜 키드먼이 극을 지배했다. 슬픔을 감추고 태연하게 삶을 전진시키는 이를 보는 일은 슬프다. '물랑루즈'를 조잡하다고 욕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교만 있고 알맹이가 없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슬픔을 감추기 위해 과장되게 기쁜 척 하는 샤딘의 감정이 영화 전체의 방법론과 겹쳐지면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분명 뻔한 설정.. 더보기 투 다이 포 (To Die For, 1995)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잘 만든 건 '굿 윌 헌팅'이라고 생각하지만, 기획이 잘 된 작품이지 구스 반 산트의 색이 강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구스 반 산트의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면 '레스트리스'겠지만, 그의 스타일에 맞게 가장 잘 짜여진 작품은 '투 다이 포'가 아닐까 싶다. 괴상한 분위기부터 조잡해보이는 편집과 욕망에 대한 고찰까지, 구석구석 살펴봐도 구스 반 산트스럽다. 니콜 키드먼는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토니 스콧, 로버트 벤튼 등 비교적 좋은 감독들과 호흡을 맞춰왔지만 처음부터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미디어에서 니콜 키드먼의 미모에 집중하고 연기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이뤄질 시기에 반전을 이뤄낸 작품이 '투 다이 포'다. 아이러니하게도 '투 다..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