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아쿠아리우스 (Aquarius , 2016) 브라질 영화를 보자고 작정하지 않았으면 스쳐지나갔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클레버 멘돈사 필로는 최근 등장한 브라질 감독 중 비평가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쿠아리우스'는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 정적일까 봐 걱정했으나, 꽤나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쿠아리우스라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이가 건물을 매입하려는 건설업자의 압박을 견디는 이야기다. 소냐 브라가는 브라질의 국민배우라는데, 칸 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로도 오른 작품이기에 여우주연상을 받았어도 어색하지 않았겠다 싶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엔딩도 인상적이고,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다만 이 영화에 있는 섹스씬들은 하나같이 생략해도 되는 장면들로 느껴졌다. 집에서 담긴 추억을 회상하는 장치라고 하기에도 어색하고. 주인공 인물.. 더보기
시티 오브 갓 (Cidade De Deus , City Of God , 2002) '엘리트 스쿼드'를 보고 나서 바로 봤다. 두 영화를 보고 나면 브라질의 우범지역은 과연 얼마나 위험한가 생각하게 된다. 일단 실화를 바탕으로 10년 가까이 썼다는 원작소설이 궁금해진다. 원작자를 설득하기 위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아마츄어 현지인들을 캐스팅했다는데, 그 중 대부분은 현재는 배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쉽다. 정말 빠르게 전개된다. 지루할 틈도 없이 즐기는데, 즐기고 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했으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까.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훗날 알폰소 쿠아론처럼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서 영화를 찍으면 어떨까 싶다. 그때는 아마 '시티 오브 갓'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려나. 더보기
엘리트 스쿼드 (Tropa De Elite , The Elite Squad , 2007) 무지막지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 2부작 시리즈이고 액션물처럼 보여서 의아했다. 인도네시아의 '레이드' 같은 시리즈인가 했는데 굉장히 사회비판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시티 오브 갓'이 좀 더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지만, '엘리트 스쿼드'도 충분히 그에 준하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와그너 모라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면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서 좋았다. 어설픈 타협 대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일에 벗어나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까지. 브라질의 현실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말한다. 정예요원이 되기 위한 훈련 절차는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웠다. 극에서 가장 큰 동력은 정의감을 가지고 있지만 부패로 찌든 시스템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더보기
중앙역 (Central Do Brasil , Central Station , 1998) 월터 살레스의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평이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을 봤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대한 인상이라면 칸, 베니스에 비해 가장 마이너한 영화에 상을 준다는 느낌이다. 그 덕분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중앙역'은 아마 개봉 당시에 봤다면 좋았겠지만, 지금 보기에는 꽤나 예상가능한 지점이 많다. 이미 비슷하게 변주된 휴먼드라마가 많기 때문일까. 오히려 볼 때보다는 보고 나서 곱씹을 때 더 좋은 영화이긴 하다.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결 자체가 아예 다르다. 유년 시절에 따뜻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유년 시절에 받.. 더보기
007 스카이폴 (SKYFALL , 2012) 아델의 OST 때문에 알고는 있었으나 미뤄둔 작품이다. 007 시리즈를 보면서 큰 감흥을 느낀 적이 없다. 아니, 제대로 본 적이 있긴 한가. 늘 케이블에서 스치듯 봤던 기억만 있다. 샘 멘데스의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에서도 걸작으로 뽑히는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준에서는 썩 별 감흥이 없었다. 오락영화로서의 쾌감이 큰 것도 아니었고, 같은 기준에서는 오히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더 흥미롭다. 샘 멘데스 영화답게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들에 좀 더 눈에 갔다. 007을 모르는 이들도 알고 있을 007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등장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전사는 흥미로웠지만 빌런으로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너무 강력해서 그런지 평이하게 느껴졌다. 주디 덴치가 사실상 서사의 중심.. 더보기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 2008) '타이타닉'은 워낙 어릴 때 봐서 기억도 잘 안 난다. 언젠가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쭉 미뤗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타이타닉'의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난 작품이다. 물론 그것보단 샘 멘데스의 작품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도 좋지만 분량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섀넌과 조 카잔이 눈에 들어온다. 조 카잔은 '빅 식' 이후로 완전 팬이 되었고, 마이클 섀넌이야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으니까. 가장 명장면이라면 마지막에 아내의 잔소리에 보청기 소리를 줄이는 할아버지의 모습 아닐까 싶다. 진짜 행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남들 이목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게 가능할까? 두 사람이 프랑스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옆집 사는 부부가 그 말을 듣고 나서 보.. 더보기
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 , 2002) 톰 행크스가 나오는 작품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샘 멘데스는 장르를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잘 찍는다고 느꼈다. 촬영감독 콘라흐 L.홀의 유작인데, 그의 촬영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훗날 007 시리즈로 만나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진상짓만 골라하는 영화다. 폴 뉴먼이 겪는 갈등은 톰 행크스가 겪는 갈등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족에 대해 갱스터무비로 섞어서 이런 식으로 보여줄 줄이야. 다만 주드 로 캐릭터는 너무 튄다. 톰 행크스의 아들로 나온 테일러 후츨린의 연기도 내내 튄다고 느껴졌다. 톰 행크스 옆에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겟지만 말이다. 줄거리 자체는 평이한 편인데 왜 인상적이었을까. 대부분의 좋은 영화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평범한 것을 어떻게 특별하게 보여줄 것인가. 이.. 더보기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 1999) 2010년대를 마무리하면서 2019년을 기준으로 내 인생의 영화 10편 정도를 뽑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흔히들 '걸작'이라고 부르는데 못본 영화가 너무 많다. 그런 영화 중에 내 인생영화도 꽤 많겠지, 라는 생각으로 또 미뤘다. 이런 식으로 미루면 죽기 전에도 못 정하겠지?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아메리칸 뷰티'다. 데뷔작으로 오스카를 휩쓴 샘 멘데스의 영화인데, 그의 후기작들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영화를 넘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탁월한 걸작이다. 샘 멘데스는 원래 영국에서 연극으로 유명했다는데, 그가 연출한 연극이 궁금해진다. 샘 멘데스는 딱히 자신만의 스타일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데, 결국 그는 '욕망'에 집중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탁월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