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 2013) 코엔 형제의 작품 중 '인사이드 르윈'을 최고로 뽑는 이들이 많다. 2010년대를 결산하는 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이고. 내게는 여전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파고', '밀러스크로싱'이 더 좋은 작품으로 느껴진다. 코엔 형제는 기본적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이다. 엉망이 되는 삶에 대해 그려내는데 있어서 이들보다 탁월한 이들이 있을까. '인사이드 르윈'은 내게 걸작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은 드라마였다. 무엇보다도 내가 2019년에 힘들었던 상황과 비슷하기도 했으니까. 르윈의 성격을 보자면 민폐다. 이기적인 걸 넘어서 적반하장이 기본값인 캐릭터다. 뻔뻔함이 없으면 아마 견디지 못했겠지, 라고 포장하기에는 그의 주변인물들도 클로즈업만 안 되었을 뿐 비슷하게 힘든 지점이 있을 거다. 고통은.. 더보기 메기 (Maggie , 2018) '꿈의 제인'을 보고나서 구교환 배우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단편들을 보게 됐다. 소설로 치면 윤고은, 김희선 작가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만화 같은 발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톤 자체는 귀엽고, 보고 나서 느껴지는 메시지에서는 묵직함이 있는. 단편에서 메시지가 엄청나게 묵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메기'는 굉장히 묵직했다. '꿈의 제인'에 나왔던 배우들을 다시 봐서 반가웠다. 이주영, 구교환부터 시작해서 박경혜, 박강섭까지. 크레딧에서 제작지원에 심달기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페르소나'에 나왔던 그 배우인가 했더니 맞았다. 통통 튀어서 리듬이 과하면 어쩌나 싶을 때마다 문소리가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가 가장 과소평가.. 더보기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 2016) '프랭크'와 짝을 이룬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사회의 규범과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비고 모텐슨이야 원래 좋은 배우라고 치더라도, 자식들로 나온 여섯 명의 배우 모두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게 놀랍다. 이런 작품을 보면 연기디렉팅 방식이 제일 궁금해진다. 왓챠를 시작하고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라면 평점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평점은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뀐다. 왓챠 평점 바꾸기가 취미 중 하나다. 슬플 때 봐서 그런지 중간부터는 영화 속 상황에 상상으로 살을 붙여서 괜히 더 울면서 봤다. 이렇게 보고 나면 내가 내 상상을 본 건지 영화를 본 건지 헷갈린다. 덕분에 왓챠에 처음 준 평점과 지금 평점이 다르다. 감정이 식고나면 좀 더 냉정하게 보게 되니까. 몰입하게 만들었다면 그걸로 된 게 아.. 더보기 윈드 리버 (Wind River , 2016) 테일러 쉐리던의 이전 두 작품인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2010년대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를 말하라고 해도 그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가 이전에 영화 한편을 연출했다가 혹평 받고, 비중이 크지 않은 배역으로 연기를 해왔다는 이력도 흥미롭다. 어떤 산업 안에서 계속 일해왔는데, 자신이 가장 잘 맞는 분야가 다른 분야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윈드 리버'는 이전 작들에 비하면 감정적이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차가움보다는 복수의 감정이 좀 더 노골적인데, 대신 배경이 되는 도시가 보여주는 차가움이 크다. 차갑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내 개봉 당시에는 못 보고 왓챠플레이로 봤는데, 왓챠에는 감독판이 등록되어 있다. 감독판과 국내개봉판은 몇 .. 더보기 경계선 (GRANS , BORDER , 2018) '렛 미 인'을 쓴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이 원작인데, 환상성을 극대화한 소재가 마음에 든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메시지를 환상적인 설정으로 풀어낸 게 좋았다. 북유럽신화에서 사회문제까지 모두를 아우르되, 작위적이지 않은 톤으로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탁월하다. 블로그 이름을 바꾸고 쓰는 남기는 첫 글인데, 날 것으로 쓰는 게 쉽지 않다. 역시 뭔가 의식하기 시작하면 꼬인다. 티나 같은 선택을 하기에는, 난 나의 신념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경계선에 서있던 2019년이 끝났고, 2020년이라고 해서 이 고민이 끝날 것 같진 않다. 더보기 도쿄 소나타 (トウキョウソナタ , Tokyo Sonata , 2008) 정말 오랜만에 본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이다. '큐어'는 인생영화이고,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 중에 호러가 많은데 호러를 안 좋아해서 그의 초기호러작들은 거의 안 봤다. 08년도 작품이지만 현 시대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한 내용이다. 엔딩은 여러모로 희망적이지만, 가정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인분의 삶을 해내는 것도 너무 힘들다. 가족은 커녕 내 삶을 꾸리는 것도 고달프다. 글을 쓸 때 '희망'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마법의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젠 그 마법도 사라져가는 듯 하다. 차라리 희망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쓰는 게 좀 더 나은 것 같다. 더보기 전망 좋은 방 (A Room With A View , 1985) 비포 시리즈 이전에 '전망 좋은 방'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교복을 입던 시절에 명작이라고 평가 받는 영화들을 공부하듯이 봤었는데, 그때 보자고 해놓고 미뤄둔 작품 중 하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렇게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여전히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중에서는 '모리스'가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는 E.M.포스터의 작품 '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로 오스카에서 각색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대부분에서 각본을 맡았다. 그러나 오히려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색을 맡은 '모리스'가 좋다고 느꼈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파트너인 이스마일 머천트,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가 세상을 떠난 게 어쩌면 제임스 아이보리가 최근에 영화를 연출하지 않는 이유일까. 이탈리아.. 더보기 하워즈 엔드 (Howards End , 1992) 엠마 톰슨은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엠마 톰슨이 따뜻하게 웃을 때의 표정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렬한 위로다. 게다가 내내 따뜻하게 웃다가 한번 울컥해서 울 때면 나의 마음도 무너진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인 이유는 아마 엠마 톰슨의 표정 때문일 거다. 물론 엠마 톰슨의 탁월한 각색도 한몫하겠지만. '하워즈 엔드'으로 엠마 톰슨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엠마 톰슨이 받은 건 기쁜 일이지만 엠마 톰슨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모든 것을 껴안고 계급과 계급을 연결하려는 엠마 톰슨의 캐릭터는 엠마 톰슨 특유의 표정과 잘 어울린다.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헬레나 본햄 카터다. 늘 팀 버튼의 작품 속 기괴한 이미지만 봐서 그런지, 제임스 아이보리..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1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