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톰슨은 최고의 배우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엠마 톰슨이 따뜻하게 웃을 때의 표정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렬한 위로다.
게다가 내내 따뜻하게 웃다가 한번 울컥해서 울 때면 나의 마음도 무너진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인 이유는 아마 엠마 톰슨의 표정 때문일 거다.
물론 엠마 톰슨의 탁월한 각색도 한몫하겠지만.
'하워즈 엔드'으로 엠마 톰슨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엠마 톰슨이 받은 건 기쁜 일이지만 엠마 톰슨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모든 것을 껴안고 계급과 계급을 연결하려는 엠마 톰슨의 캐릭터는 엠마 톰슨 특유의 표정과 잘 어울린다.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헬레나 본햄 카터다.
늘 팀 버튼의 작품 속 기괴한 이미지만 봐서 그런지,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속 헬레나 본햄 카터는 못 보던 모습이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은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낀다.
안소니 홉킨스는 늘 차갑고 냉정한 캐릭터만 봐와서 막상 따뜻한 캐릭터여도 과연 적응이 가능할까 싶다.
'토르' 시리즈의 오딘 역할조차도 보는 내내 늘 꿍꿍이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월콕스 가의 부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이름이 멋져서 찾아보니 집안이 모두 영화인들이다.
가난하게 살아가면서 우연히 만난 헬레나 본햄 카터와 엮이는, 레오나르드 바스트 역할을 맡은 사무엘 웨스트는 영국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모리스'의 감동이 식기도 전에 '하워즈 엔드'를 봤는데, 월콕스 가의 우유부단한 아들을 연기한 제임스 월비는 방금 내게 감동을 준 그 모리스가 맞나 싶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나온다.
E.M.포스터의 원작이 궁금해진다.
리서치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제임스 아이보리와 함께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들어 온 이스마일 머천트는 제임스 아이보리와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평생 동반자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영화를 만드는 동안 두 사람은 언제가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할까.
'하워즈 엔드'가 오스카의 많은 부문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순간보다 그저 둘이 이야기만 나눠도 좋았을 것 같다.
머천트는 05년도에 세상을 떠났는데, 제임스 아이보리는 이제 연출보다 각색에 좀 더 힘을 쏟고 있는 건가 싶다.
부디 언젠가는 각색이 아닌 제임스 아이보리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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