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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인기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주변에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이 엠 러브'는 지금도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이고, '비거 스플래쉬'는 영상미만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모리스'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유는 둘 다 각색을 맡은 이가 제임스 아이보리이기 때문일 거다.

영국시대극을 워낙 좋아하고 계급문제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다룬 '모리스'가 좀 더 내 취향이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는 영상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룬 만큼 조금은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다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좀 더 큰 장점이라면, '모리스'가 전적으로 모리스와 클라이브 두 인물의 극이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는 사려 깊은 조연들이 등장한다.

특히 마이클 스털버그는 영화를 떠나서 정말 부러웠다.

저런 아버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을 만큼.

자식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부모 캐릭터는 판타지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멋지다.

심지어 엘리오와 짧게 만남을 갖는 여자친구 마르치아조차도 너무 사려깊다.

 

'비거 스플래쉬'와 마찬가지로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탈리아 풍경을 아름답게 찍는데 있어서는 지상 최강이다.

다음 휴가는 이탈리아로 가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영화의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감정적인 개연성일 것 같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듯 한데, 내게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시점이 좀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다.

원작소설의 앞부분을 읽고서 봤는데, 원작소설을 본 게 그나마 좀 도움이 되었다.

물론 매력적인 두 인물은 그 자체로 개연성이 되지만, 서사는 서사니까.

 

영화배경지와 인물들의 패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아미 해머는 '소셜 네트워크' 속 윙클보스로 나올 때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작정하고 매력을 뿜어낸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 작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첫사랑에 대해 떠올릴 때 겪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니까.

특히 올리버를 떠나보내고 역에서 공중전화로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부분은 뒷모습만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클로즈업이 아니어도 이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올리버는 계란 먹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절제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절제하지 않아도 될 부분과 절제해야할 부분을 경험으로 아는 인물이다.

감정이 터지면 주체못하는 걸 아는 이들 중에는 감정이 없어보일 만큼 절제를 잘 아는 인물이 있다.

절제에 성공했다는 건 결국 상처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뜻이고.

 

영화의 마지막은 겨울이다.

내내 여름의 싱그러운 풍경과 꿈틀거리는 육체를 보여주던 스크린은 사람의 얼굴이 프린팅된 셔츠를 입은 엘리오의 겨울을 보여주며 끝난다.

여름에 만난 무수한 사랑의 풍경을 마음에 품고 겨울에 접어든다.

엘리오가 지금 지나는 그 순간은 아마도 올리버의 과거에도 있었을 거고, 엘리오의 아버지는 그럴 뻔 했으나 닿지 못했을 거다.

가능한 생생하게 사랑을 느끼는 것만이 답이라고, 엘리오의 마지막 표정을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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