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시리즈 이전에 '전망 좋은 방'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교복을 입던 시절에 명작이라고 평가 받는 영화들을 공부하듯이 봤었는데, 그때 보자고 해놓고 미뤄둔 작품 중 하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렇게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여전히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중에서는 '모리스'가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는 E.M.포스터의 작품 '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로 오스카에서 각색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제임스 아이보리의 작품 대부분에서 각본을 맡았다.
그러나 오히려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색을 맡은 '모리스'가 좋다고 느꼈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파트너인 이스마일 머천트,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가 세상을 떠난 게 어쩌면 제임스 아이보리가 최근에 영화를 연출하지 않는 이유일까.
이탈리아 피렌체로 여행 온 영국인의 이야기다.
전망 좋은 방은 결국 마음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언제든 볼 수 있는 창이 있는 방, 사랑할 자유가 있는 마음.
'모리스'에서 모리스와 후반부에 사랑을 나누는 루퍼트 그레이브즈는 영국 상류층으로 등장하니 분위기가 다르다.
얼핏 봐서는 '터미네이터'와 '비열한 거리'의 에드워드 펄롱처럼 보인다.
주디 덴치는 소설가로 짧게 등장하지만 극에서 큰 전환점을 가져오는 인물이고, '모리스'의 초반에 모리스에게 남녀 역할에 대해 말하던 선생님으로 등장하던 사이먼 캘로우는 목사로 나와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줄리안 샌즈의 연기는 캐릭터 특징 때문인지 몰라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오히려 에머슨 부자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덴홈 엘리어트의 연기가 더 좋았다.
헬레나 본햄 카터를 팀 버튼의 작품이 아니라 '전망 좋은 방'으로 처음 봤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식으로 봤을 것 같다.
헬레나 본햄 카터의 나이 많은 사촌으로 나오는 샬롯 역할의 매기 스미스가 돋보였다.
방향성은 좀 다르지만 '세상의 모든 계절'의 레슬리 멘빌 캐릭터가 떠올랐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다니엘 데이 루이스였다.
로맨스 장르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나오는 것도 놀라웠고, 그동안 봤던 강렬한 캐릭터 대신 비호감 캐릭터로 나온다.
코믹해보이는 순간도 있는데, 이때도 현장에서 메쏘드 연기를 했을지 궁금해진다.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대극을 좋아하지만, 저 당시에 살았으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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