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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모리스 (Maurice , 1987)

'모리스'까지 보고 나니 내 취향이 생각보다 영국시대물 배경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봤던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워낙 좋았기도 했고.

사랑을 다룬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다보면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최근 들어서 자주 한다.

영화에는 워낙 극단적인 상황이나 갈등이 많이 나오기도 하니까.

 

영화 전반부의 휴 그랜트는 그의 수많은 명작 로맨틱코미디보다 더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제임스 월비다.

제임스 월비는 주식일을 하는 장면부터 수염을 기르다가 후반부에서는 수염을 자르고, 휴 그랜트는 정계 입문을 앞두고부터 수염을 기른다.

둘에게 수염의 의미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리스에게 수염은 솔직함이고, 클라이브에게 수염은 숨기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어린 시절, 모리스는 학교선생님으로부터 남자는 여자를 사랑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프롤로그 뒤에 나오는 캠브리지 대학 학장실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모리스는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모리스는 사랑을 깨닫고 나서 늘 행동으로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비현실적이기에 낭만적이다.

실제로 사랑을 위해 많은 것을 거는 이는 드문 세상이고, 그걸 비난하기엔 세상은 늘 퍽퍽하니까.

 

크리켓 경기장에서 모리스 옆에 앉은 사람으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 이후 제임스 아이보리 작품의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 모리스에게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클라이브 저택의 노동자 루버트 그레이브즈는 도구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제임스 아이보리가 늘 계급과 사랑을 엮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E.M.포스터의 원작소설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으려나.

모리스의 상담을 맡으며 최면치료를 하는 이로 나오는 벤 킹슬리는 마이크 리의 작품에 주로 출연했던 에디 마산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후일담을 상상해봤는데, 거기에 힌트가 되는 작품이 결국 제임스 아이보리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각색에 참여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