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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 2013)

코엔 형제의 작품 중 '인사이드 르윈'을 최고로 뽑는 이들이 많다.

2010년대를 결산하는 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이고.

 

내게는 여전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파고', '밀러스크로싱'이 더 좋은 작품으로 느껴진다.

코엔 형제는 기본적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이다.

엉망이 되는 삶에 대해 그려내는데 있어서 이들보다 탁월한 이들이 있을까.

'인사이드 르윈'은 내게 걸작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은 드라마였다.

무엇보다도 내가 2019년에 힘들었던 상황과 비슷하기도 했으니까.

 

르윈의 성격을 보자면 민폐다.

이기적인 걸 넘어서 적반하장이 기본값인 캐릭터다.

뻔뻔함이 없으면 아마 견디지 못했겠지, 라고 포장하기에는 그의 주변인물들도 클로즈업만 안 되었을 뿐 비슷하게 힘든 지점이 있을 거다.

고통은 상대적인 거니까.

고양이 '율리시즈'조차도 그 이름처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는가.

 

꿈을 유지하는 것이 멋지다고 말하는데, 꿈을 포기하는 것도 굉장히 큰 각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요즘 들어서 하는 생각은 그냥 꿈을 품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부분 예술을 꿈꾸는 이들이 사이드잡으로 예술을 하는 게 아닐까.

어쨌거나 오래 붙잡으면 언젠가 행운이 찾아올지 모르고, 설령 그게 오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환경은 필요하니까.


내가 '인사이드 르윈'을 걸작으로 못 본 이유라면 내겐 지금 음악보다 드라마가 더 들어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배우들이 오래도록 연습하고 진짜 라이브를 촬영했다는데, 그들의 라이브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들의 노래가사에 집중하기보다 내 사연을 투영하기 바빴으니까.

집에서 왓챠플레이로 본 게 아니라 극장에서 봤다면 또 달랐겟지.

'원스'나 '싱 스트리트'도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극장이라는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겐 음악영화가 아니라 2019년 내 상황을 돌아볼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의 개봉년도보다 감상시기가 언제나 중요하다.

르윈 데이비스가 마지막으로 건넨 프랑스어는 '잘가' 혹은 '돌아와'라는데, 보내는 인사일지 돌아오라는 인사일지는 번역보다도 내 마음이 정할 부분일 것 같다.

 

뱃사공의 '다와가'가 선공개 된 이후에 며칠 뒤에 이 작품을 봤다. 

포크송 대신 뱃사공의 랩 가사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쩜 모든 게 다 쓸데없는 고집, 근데 그걸 버리면 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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