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잘 만든 건 '굿 윌 헌팅'이라고 생각하지만, 기획이 잘 된 작품이지 구스 반 산트의 색이 강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구스 반 산트의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면 '레스트리스'겠지만, 그의 스타일에 맞게 가장 잘 짜여진 작품은 '투 다이 포'가 아닐까 싶다.
괴상한 분위기부터 조잡해보이는 편집과 욕망에 대한 고찰까지, 구석구석 살펴봐도 구스 반 산트스럽다.
니콜 키드먼는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토니 스콧, 로버트 벤튼 등 비교적 좋은 감독들과 호흡을 맞춰왔지만 처음부터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미디어에서 니콜 키드먼의 미모에 집중하고 연기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이뤄질 시기에 반전을 이뤄낸 작품이 '투 다이 포'다.
아이러니하게도 '투 다이 포'는 미디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니콜 키드먼이 당시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건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실수다.
영화 막판에 나오는 수상한 인물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구스 반 산트보다 더 요상한 영화를 찍는 인물에게 수상한 인물을 맡긴 건 흥미롭다.
니콜 키드먼의 연기는 '나를 찾아줘'의 로저먼트 파이크 같은 배우에게 교과서처럼 보였을 것 같다.
95년도에는 외래어가 세 단어 이상 쓰이면 안 되어서 '2 다이 4'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국내에 수입됐었다고 한다.
별 이상한 시스템이 한국에 존재하던 시절이 비교적 최근이었다는 게 놀랍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디어의 형태만 tv에서 유튜브로 바뀌었을 뿐, 미디어에 대한 집착은 더했음 더하지 덜하지 않다.
화려함을 쫓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닐까.
다만 화려함의 뒤에 위치한 여러 반작용을 모른 척 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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