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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 2016) 홍상수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영화들을 봤고, 데뷔작을 보고 감탄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게 홍상수 3기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본 홍상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홍상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는 찾기 힘들다.일단 그의 방어적인 태도, 변명에 가까운 말들로 인해 생긴 작위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쓴 부분은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과 너무 흡사했다.마치 시간 위를 부유하듯 사는 여인이 결국 다시 시간으로 복귀해서 느끼는 성장통.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홍상수의 영화가 처음이고, 그래서 별로였다.홍상수는 요약되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접근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 더보기
옥자 (Okja , 2017) 봉준호 방식의 멜로다.미자와 옥자 사이의 소통은 예전에 강아지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자꾸 떠올렸다.내가 너의 아픔을 단숨에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다만 '설국열차'나 '옥자'나 뭔가 웰메이드이지만 봉준호 특유의 감성은 한국을 배경으로 할 때마다 적은 느낌이라 그가 이전 작품의 분위기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더보기
원더우먼 (Wonder Woman , 2017) 마블을 시작으로 히어로물의 수준은 상향평준화 되었다.마블스튜디오에서 나왔다하면 가뿐히 범작은 나올 수준에 이르렀다.이런 식의 상향평준화의 단점이라면 히어로물 안에서 정형화된 패턴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작은 변주 정도만 가능하다는 식으로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상향평준화 되어서 모든 영화가 비슷해지면 그것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희소성의 감소다. 변주는 예술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마블에 비해 성과가 저조한 dc여서 그런지 '원더우먼'은 완성도보다도 더 좋은 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해석의 여지 또한 풍부하겠으나 내게는 아쉬운 작품이다. 일단 기존 세계관에서 가지는 한계가 있겠으나 전쟁과 영웅 서사를 맞물리는 방식은 너무 뻔한 패턴이다.원더우먼이 인간의 세게에 적응하는 내적.. 더보기
엘르 (Elle , 2016) 폴버호벤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마치 청소년 시절에 자국리그에서 유망한 공격수였다가 큰 리그에 가서 자신에게 잘 맞는 포지션이 아닌 미드필더까지 맡으며 고군분투하다가 자국에 와서 다시 살아난 거장의 느낌.물론 그가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본능' 등 헐리우드에 남긴 장르영화의 족적은 굉장한 것이다. 폴버호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출신인 공격수 카윗이 떠올랐다.리버풀에서 헌신적인 윙으로 활동했지만 사실 그는 득점왕 출신의 공격수이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와서 은퇴시즌에 페예노르트에서 리그우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커리어 첫 리그우승 트로피를 받게 된다. '엘르'는 칸영화제에서 무관에 그쳤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굉장히 완성도 높은 영화이다.최근 내게 가장 큰 이슈는 예술의 '정치적 올바름'이다.이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