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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춘몽 (A Quiet Dream , 2016) '경주'로 장률 감독의 작품을 처음 봤다.'필름시대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힘들다. '춘몽'을 통해서 비로소 장률 감독의 시도가 이해되었다.'필름시대사랑'에서는 주연배우들의 타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영화 속에서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히 일정 이상의 선이 있어야하는데 장률 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물론 무경계도 하나의 표현방식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춘몽' 속 세 남자는 현재 감독으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이 배우로 등장한다.이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있다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지만 굳이 몰라도 보는데 무리는 없을만큼 금세 파악된다. 한예리도 타작품의 캐릭터를 일정 이상 가져왔고, 이주.. 더보기
문라이트 (Moonlight , 2016) 좋은 색감을 가졌지만 왕가위를 비롯해서 감각적인 영화들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를 보다가 결국 울었던 장면은 이별이나 재회가 아니었다.저항하던 순간이었다.폭력의 순간도 참았는데, 결국 건드려서는 안 될 감정적 선이 건드려지자 주체가 안 되고 터진다.삶은 항상 그런 식이다. 평소의 나와 다르게 터져버리고, 경찰에게도 부모에게도 사회에게도 그 이유는 제대로 말하기 힘들다.그리고 주변에선 묻는다. 평소의 너답지 않게 왜그러니? 나는 항상 말하고 다닌다.내가 혹여나 죽으면 나의 부모님에게 무엇을 물어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을 거라고.그 분들이 알고 있는 나와 진짜 나는 너무도 다를 테니까.내 일기장과 같은, 세상에서 내 진짜 얼굴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동생과 사랑하는 이뿐일 거라고. 내가 성장하는데.. 더보기
마스터 (Master , 2016) 조의석 감독의 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그의 전작인 '감시자들'이나 '마스터'나 과잉된 이미지들의 향연이라고 생각한다.과도한 이미지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휘발한다.서사로 가져가야할 리듬을 분위기로만 떼우려는 느낌이 크게 들어서 아쉽다. 과잉된 이미지의 연속이다.힘을 빼야하는 순간에 빼주지를 않다보니 내내 달려서 지친다.모든 순간에 질주했다고 해서 여운이 깊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친 상태로 억지로 뛰는 느낌이 든다.좋은 리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작위적인 흐름이라고 생각되었다. 스케일을 크게 올려뒀지만 치밀하게 설계가 안 되어있다보니 설득이 안 된다.사건의 면밀함이나 사건의 전개에서도 매끄럽기보다는 어영부영 넘어가는 느낌이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류의 기획이 먹히고 계속 생산될 것이고 기.. 더보기
더 킹 (The King , 2016)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현대사를 한 개인을 통해 위트 있게 풀어낸, 세련되게 그 시대를 그려낸 수작이다.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시대적 상황과 더 잘 맞아떨어져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두 영화의 사이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그의 데뷔작인 '연애의 목적'부터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항상 다른 장르를 시도해왔고, '더 킹 ' 또한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빠른 편집으로 치고 나가고, 각본 스타일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이렇게 빠른 리듬으로 현대사를 훑고갈지는 몰랐다. 조인성은 자신이 주연인 영화는 많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류준열, 배성우, 김아중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소진이었다.연극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