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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트윈픽스 시즌1 (Twin Peaks , 1990) 올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데이빗 린치의 기괴함과 함께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최근에 '트윈픽스'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오기도 해서 이전 시리즈들을 보기로 했다.그의 영화는 거의 다 보았지만, 트윈픽스 시리즈는 호흡인 긴 드라마라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던 데이빗린치스러운 흔적들이 '트윈픽스' 안에도 많다.많은 단서를 보여주지만 명백하게 해결하지 않는 전개방식.성적에너지로 인해서 생기는 수많은 사건들.위험을 보면 탈출하기보다 빠져들고 싶어하는 인물들.데이빗 린치의 작품들은 뚜렷한 서사보다 이미지로 해결해나가는 부분이 많은데, 그럼에도 드라마다 보니 영화보다는 비교적 명확한 부분이 많았다. 클래식한 매력이 커서 촌스러움이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도 멋진 배우들의 가장 빛나.. 더보기
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 2017) 올해 한국에는 참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았다.'폭력의 씨앗'도 그 중 하나다.영화의 형식이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메시지에는 유효한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음악도 없이, 핸드헬드로 마치 추적하는 듯한 시선으로 외박 나온 병사의 뒤를 쫓는다.초반에는 군대 내부의 폭력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외박을 나온 군인이 만나는 택시기사, 매형의 지인, 친누나까지 모든 이들이 폭력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가장 큰 문제는 이것을 작은 개인의 문제로 볼 뿐, 그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회의적이라는 것에 있다.어차피 바뀌지 않을 테니 순응하고 익숙해지는 것.그렇게 누군가는 또 폭력에 물든다. 영화는 폭력이 돌고 도는 현장을 보여준다.후임을 때리는.. 더보기
로우 (Grave , Raw , 2017) 2017년의 크리스마스에 '로우'를 보았다.영화를 보고 나면 바로 블로그에 감상을 남기는데 지금도 몸에 기운이 없고 손이 떨린다.이렇게까지 긴장하고 영화를 본 경험은 오랜만이다.'마터스'만큼 힘들었다.잘 만든 영화지만 두 번 보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줄거리를 아예 모르고 보면 제일 좋은 영화인데, 해외에서는 보다가 실신할 사람도 있을 만큼 여러모로 충격적인 영화다.서사를 아주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소녀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식인을 탐하는 본인의 욕망을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어머니의 엄격한 훈육과 함께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대학에 입학해서 거친 방식의 신입생환영회에서 토끼콩팥을 생으로 먹으면서 이 모든 일은 시작된다.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자신의 몸이 채식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하다고 느.. 더보기
벅스 라이프 (A Bug's Life , 1998) DDP에서 하는 픽사 전시회를 보고 예전에 봤던 '벅스라이프'를 다시 보자고 생각했다.전시를 다녀온지 꽤 되었으나, 새해를 앞두고 '벅스라이프'를 다시 보게 되었다. '벅스라이프'는 픽사의 영화고, 98년도에 만들어졌다.20년 전 영화라고 생각못했다.오랜만에 다시 본 내가 봤던 영화가 맞나싶을만큼 새로웠다. 픽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약자들이 연대해서 승리하는 서사가 메인인 경우가 많다.영웅의 등장보다 시민사회의 회복을 더 강조하는 픽사의 영화에 마음이 간다. 자존감을 높이려고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도 가장 큰 효과를 준 것은 명백하게 픽사의 영화들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