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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꿈의 제인 (Jane , 2016) '꿈의 제인'을 보고나서 구교환이 연출하거나 출연하는 단편들을 찾아보았다.쓰레기 혹은 버리는 이미지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4학년 보경이'에서는 여자친구를 위해 소파, 선풍기를 주워온다.'연애다큐'에서는 여자친구가 보내준 깨뜨린 도자기를 본드로 붙였다가 다시 깨며 버린다.'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 잃어버렸다가 찾은 그의 DVD가 담긴 백 안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다.'플라이투더스카이'에서 이태리에서 돌아온 성환은 자신을 실패한 쓰레기로 취급한다.그가 출연하지 않고 연출만한 '걸스온탑'에서는 주인공이 거대한 선인장을 버린다. '꿈의 제인'속 제인도 줍는다.미러볼을 들고 오고, 해변에서 비치볼을 줍는다.쓰레기를 줍는 제인을 보며 소현은 느꼈을지도 모른다.자신의 쓰레기 같은 신세를 이 사.. 더보기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東京ゴッドファ-ザ-ズ: Tokyo Godfathers , 2003) 영화에서 작위적인 설정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그런데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작위적임에도 믿을 수 밖에 없는, 믿고 싶은 설정으로 진행된다. 세 명의 홈리스가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그 아기의 부모를 찾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각 인물의 전사가 드러나고, 가족에 대한 각자의 애틋함이 드러난다.우리가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잠시나마 영화를 통해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게 되고 인물들을 지지하게 된다. 약자들이 연대해서 큰 일을 해내는 것만큼 짜릿한 서사도 없다.영화 후반부에 하나가 미유키에게 자신은 사람들과 친해지길 원하는 빨간도깨비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파란도깨비와 같다고 말한다.사람들을 귀롭히는 파란도깨비를 빨간도깨비가 처치하고, 빨간도깨비가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자신은 .. 더보기
연애담 (Our Love Story , 2016) 퀴어라는 특수성을 보편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연애담'은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다.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두 배우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아비정전'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말해준다.특히 이상희의 표정은 러닝타임 내내 한 사랑의 처음과 끝을 다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 이상희 캐릭터의 표정이 잔상처럼 남았다.그 잔상에 대해 인스타에 아래와 같이 글을 남겨뒀다. 난 표정이 많지 않아. 네가 보는 나의 웃음 같은 것들, 모두 네가 만든거야. 내 마음이 기억하는 널 흉내낸거니까 네가 만든거야. 너한테만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라 자꾸 기다리게 돼. 오직 너만을 위한 표정을 짓고, 넌 웃어. .. 더보기
땐뽀걸즈 (Dance sports Girls , 2016)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의 태도다.이 영화는 함부로 대상화하거나 편견, 연민 등과는 거리가 둔다.작위적인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연출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학생들이 댄스스포츠를 하는 동안에는 즐거워한다.댄스스포츠를 지도하는 이규호 선생님의 애정이 크게 묻어난다.그런 선생님이 있다면, 학창시절의 댄스스포츠처럼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삶이 아닐까. 내가 가진 트라우마와 꿈은 학창시절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영화를 보면서 딱히 슬픈 장면이 아니어도 울컥했던 것은, 내가 학창시절에 사랑받았던 순간과 사랑받지 못햇던 순간들이 계속해서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교실에서 문제아인 학생도 댄스스포츠를 할 동안에는 몰두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