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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 2017)


올해 한국에는 참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았다.

'폭력의 씨앗'도 그 중 하나다.

영화의 형식이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메시지에는 유효한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음악도 없이, 핸드헬드로 마치 추적하는 듯한 시선으로 외박 나온 병사의 뒤를 쫓는다.

초반에는 군대 내부의 폭력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외박을 나온 군인이 만나는 택시기사, 매형의 지인, 친누나까지 모든 이들이 폭력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을 작은 개인의 문제로 볼 뿐, 그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회의적이라는 것에 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테니 순응하고 익숙해지는 것.

그렇게 누군가는 또 폭력에 물든다.


영화는 폭력이 돌고 도는 현장을 보여준다.

후임을 때리는 고참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폭력을 방치하고 계속 답습하게 하는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폭력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숭고함일 것이다.

미친 짓이라고 보일 것이기에, 말처럼 쉽지 않기에 그것을 숭고함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영화가 끝나도 폭력의 순환은 여전하다.

괴물 같은 폭력의 굴레 안에서 자연스럽게 괴물이 된 이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할까.

아니, 그것을 방관한 무수히 많은 또 다른 괴물들이 사는 세상에서 과연 누가 누구를 위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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