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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특별시민 (The Mayor , 2016) 이력서의 '력'은 발자국을 한자 뜻으로 사용한다.영화 속에서 곽도원의 유일한 취미가 구두라는 것은 자신의 가는 길에 대해 온전히 몰두하는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리고 그 몰두했던 것들 사이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각각 캐릭터가 분명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구적으로 쓰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캐릭터들이 각자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서로 움직이다가 화학작용으로 어떤 결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화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영화가 극적인 순간들을 많이 설정했음에도 감흥이 덜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어야 할 선거임에도 그 당위성이나 흥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캐릭터와 사건이 서로 얽혀있다기보다는 서로를 수습하며 진행하는 느낌이다. 좋은 배우들로.. 더보기
모아나 (Moana , 2016) 디즈니가 비판받던 이유를 단번에 뒤집었다는 것만으로도 '겨울왕국'과 함께 최근 디즈니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느꼈다.남자의 조력자가 아닌 여성리더로서의 전진을 보여줬다는 것.결국 모든 이들의 연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회복에 대한 메시지.폐쇄성보다 개방성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것.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없다는 메시지. 쓸모없는 존재의 기준은 사회가 정해주지만 결국 내가 나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아무 생각없는 '헤이히이'라는 이름의 닭조차도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낭만이 현실을 이기기도 한다.할머니의 철없어 보이는 낭만이 아버지의 현실적 조언보다 더 많이 와닿은 것은 낭만이 달콤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결국 나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낭만이 더 .. 더보기
로건 (Logan , 2017) '로건'은 현 시대가 아니라 고전으로서도 충분히 필요한 영화이다.모든 영화가 이런 식의 퇴장이 필요하다 싶을만큼 말이다.클린튼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 속 퇴장을 가장 멋진 퇴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와 같은 맥락으로 난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아무리 강한 뮤턴트라도 세상을 혼자 바꿀 수는 없다.그리고 자신이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에도 자신이 아끼는 이를 지키고 싶다.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결국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내가 사랑하는 이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로건은 결국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을 택한다.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시대의 짐을 자신이 짊어지는 순교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그래서 좋은 어른을 보면 우리의 고개는 절로 숙여.. 더보기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 2016) 서부극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그 이유는 서부극이 공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영화는 결국 공간에 대해 목격하는 것인데, 아무리 프로덕트 디자인을 해도 도달 못할 분위기를 서부극은 주곤 한다.사막의 황량함은 우리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정서를 준다.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다만 '로스트 인 더스트'는 좀 더 자본에 대해 짙게 말하는 영화다. 데이빗맥킨지의 연출은 그가 서부극이라는 배경과 자본이라는 메시지를 적절하게 섞어뒀고, '시카리오'에서 유려하게 날카로움을 보여주던 테일러쉐리던의 영리한 각본도 여전하다.아무리 생각해도 아카데미에서 '로스트 인 더스트'가 무관으로 끝났다는 게 아쉽다. 은행을 털고, 그 돈을 카지노에서 바꾸고, 그 돈을 은행에 넣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