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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무뢰한 (The Shameless , 2014) 적과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것은 흔한 설정이다.그러므로 특별하기 어렵지만 '무뢰한'은 거의 교과서에 가까울만큼 완벽하게 그 설정을 극대화해서 탁월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내내 숨긴다. 과잉된 부분도 거의 없고, 대사조차 절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 중심인물 외에 인물들이 개입되는 순간 그들의 일상적인 몸짓과 대화들이 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정서적으로 지친 두 남녀가 계속 함께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정적인 상태에 몰입해서 그들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조연인 김민재의 연기도 좋았고, 김남길은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을 새겨냈다.영화에서 가장 울림을 주는 연기는 전도연이 보여준다.이젠 더 이상 불행한 캐릭터의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을만큼 그녀는 '무뢰한'에서도 절절하다. 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장.. 더보기
비거 스플래쉬 (A Bigger Splash , 2015)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작은 섬 판텔레리아다.주인공들은 틈만 나면 수영을 한다.영화의 제목인 '비거 스플래쉬'에 맞게, 수영을 하면서 보내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에 큰 물결이 들이치게 된다. 배경이 되는 곳은 노예를 사고팔던 이탈리아의 섬이고, 내내 낭만적으로 보이던 섬은 중요한 순간에 모든 몫을 난민에게 떠밀기도 한다.이탈리아의 역사를 이들의 의식을 통해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서 움직인다.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외치는 사람이나, 시종일관 침묵하던 사람이나 결국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달린다.아버지를 따라온 소녀는 철저하게 고립하고 싶어서 많은 것을 숨기고, 과거의 사랑을 되찾으러 온 남자는 자신의 방식대로 굴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자는 사랑했던 이와 .. 더보기
어느날 (Oneday , 2016) 이윤기 감독이 과대평가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그의 초기작들은 누가 뭐래도 좋은 작품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날'은 아무리 방어하려 해도 방어하기 힘든 작품이다.이윤기 감독만의 감성이 가장 적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이 영화가 좋았던 순간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었다. 이윤기 감독은 대사가 적을 때 빛난다.'멋진 하루'의 대사는 지금 생각해도 발군이다. 하지만 '어느날'의 대사 중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를 풍기는 대사들은 클리셰 덩어리다.게다가 플래시백조차도 전형적이다.이윤기 감독에게 플래시백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그는 현재를 통해서 과거를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능수능란한 감독이다.그런 그가 클리셰로 가득한, 그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영화적 선택들을 나열한 이.. 더보기
비트 (Beat , 1997) 왕가위 감독의 영향력 하에 있다.'아수라'를 본 뒤에 '비트'를 본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정우성의 연기가 이때가 더 좋아보이는 이유는 '젊음'과 '이미지'로 상쇄가능한 매력이 많던 시기이기 때문이다.말 그대로 젊은 자체가, 정우성 자체가 스타일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고소영도 비슷한 맥락이다.오히려 유오성과 임창정의 연기가 돋보인다. 당시 시대를 생각한다면 왜 그렇게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이었지 알 수 있다.물론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이나 이때나 시대상황은 비슷하다.영화가 어떤 메시지에 힘을 줄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사실 제일 중요하다.결국 표현양식의 문제이니까. 힙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종합선물세트로 게다가 거의 환각에 가깝게 보여준다.보수적이었던 이 당시 상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