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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원더우먼 (Wonder Woman , 2017)


마블을 시작으로 히어로물의 수준은 상향평준화 되었다.

마블스튜디오에서 나왔다하면 가뿐히 범작은 나올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식의 상향평준화의 단점이라면 히어로물 안에서 정형화된 패턴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작은 변주 정도만 가능하다는 식으로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상향평준화 되어서 모든 영화가 비슷해지면 그것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희소성의 감소다. 

변주는 예술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마블에 비해 성과가 저조한 dc여서 그런지 '원더우먼'은 완성도보다도 더 좋은 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해석의 여지 또한 풍부하겠으나 내게는 아쉬운 작품이다.


일단 기존 세계관에서 가지는 한계가 있겠으나 전쟁과 영웅 서사를 맞물리는 방식은 너무 뻔한 패턴이다.

원더우먼이 인간의 세게에 적응하는 내적갈등을 보여주기에는 세계대전이라는 설정은 너무 진부하고 안전한 선택이다.


오히려 처음 만난 남자인물로부터 '시계'를 선물받고 그로 인해 깨닫는 인간의 정서들을 통해, 한정된 시간 안에서 가치를 선택하면서 선악이 결정되는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을 좀 더 면밀히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조연으로 등장한 주변인물들도 너무 도구적으로 등장하고 사라진다.

이름이 부여된 인물들의 사연을 깊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인간세계에 막 진입한 다이애나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행동 아닐까.


전쟁으로 상징되는 남성들의 세계에서 여성이 여웅이 되어 진격하는 이미지도 될 수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박탈감에 대한 부분이다.

진짜 전쟁을 겪은 할머니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시대는 계속해서 여성을 약자로 삼아왔고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여성이 강자로 떠오르는 순간에 대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정 없이 영웅서사로 밖에 보여줄 수 없다면 박탈감이 더 크지 않을까.

여성의 경우 히어로가 아니면 세상에 진격할 수 없다는 프레임으로 보게 될 여지도 없는 것이 아니라 더욱 위험해진다.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영웅에 의지하지 않고 결국 시민사회 회복에 대해, 연대에 대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성히어로에 대한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길 바란다.

다만 여성히어로가 기존 남성세계관을 전복시키는 그 과정을 너무 판타지로만 보여준다면 현실의 벽이 더 거칠게 느껴질 것이고, 대리만족이 아닌 박탈감이 올 것이다.

원더우먼이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 다르게 어떤 모습으로 묘사될지 다음 dc의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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