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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라이 (未来のミライ , Mirai , 2018) 개봉 당시부터 호불호가 갈려서 걱정했다. 그러나 내 기준에서는 단점도 보이지만, 호소다 마모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쿤이 아이로서 부리는 응석이 어떤 관객에겐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모든 이들이 겪는 아이였을 당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듯 해서 내내 웃으며 봤다.나 또한 어릴 적에 동생을 부러워했고, 쿤이 과거 혹은 미래와 마주할 때마다 내가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친척들에게 들었을 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중에 제일 평이하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화에서 느끼고 싶은 따스함은 온전히 느꼈다. 더보기
아들 (Le Fils , The Son , 2002) 올리비에 구르메는 실제로 목수 출신이다.그는 '아들'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올리비에를 연기한다. 다르덴 영화의 작품들을 보면서 '아들'의 줄거리를 다 알고 있었다.게다가 무척 졸린 상태에서 봐서 이입이 쉽지 않았다.'아들'은 내게 몰입의 영화가 아니라 얼마나 영리한 영화인지 판단하게 만든 영화다. 관객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구성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게 대단하다고 느껴진다.이 영화의 판단은 하나 같이 마음에 질문을 남긴다.나라면? 다르덴 영화가 언제나 던지는 질문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라는 말이 싫다는 메모를 하고 나서 이 영화를 봤다.다르덴 형제가 던진 질문이 늘어났다. 더보기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 1982) 영화의 배경인 2019년에 '블레이드 러너'를 봤다.감독판이 아니라 극장판을 본 게 실수였을까.왓챠플레이에 있는 극장판으로 봤는데, 걸작이란 느낌은 없다.나레이션이 빠지고, 유니콘 장면이 나오고, 엔딩도 상상에 맡기며 끝내는 감독판이면 나의 평가가 달라졌을까.훗날 이 영화가 잊혀질 때쯤 감독판으로 다시 봐야지.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와 인디아나존스를 비롯해서 정말 평생을 추적하고 쫓기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해리슨 포드와 롯거 하우어의 젊은 시절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대릴 한나는 '킬빌'로만 보다가 보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숀영이 정말 아름답게 나오는데, 그녀가 '에이스벤츄라'의 그녀라는 건 필모그래피 살펴보다가 알았다.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에 시큰둥한 자신을 보면 별 생각이 다 든.. 더보기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 Shoplifters , 2018) 내 기준에서 만점인 영화들은 두 종류가 있다.하나는 본 지 십분 정도 되었을 때 느낌이 오는 작품, 또 하나는 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앓게 만드는 작품.'어느 가족'은 전자로 시작해서 후자로 넘어갈 작품이다.즉, 나의 마음에 들어온 작품. '어느 가족' 속 캐릭터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하나 같이 비약으로 보인다.버려져서 주워왔다,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면 되지 않나.러닝타임 내내 그들의 행동에 마음이 아픈 동시에 걱정이 된다.그들이 한 행위 중에 질서에 어긋난 행위를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다.다만 아무도 별 상관 안 하는 인물들에 다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놀라울 뿐. 자꾸 울컥한 이유는 내 삶의 몇몇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떠올랐고, 살면서 날 도와주고 예뻐했던 모든 이들이 떠.. 더보기
프로메제 (La Promesse , The Promise , 1996) 다르덴 형제의 극영화 데뷔작은 엄청났다는 걸 확인했다.늘 같은 메시지를 말하지만 그들은 전진 중이다.현대의 안티고네를 보는 듯 했다. 제레미 레니에는 어렸을 때 이미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고, 올리비에 구르메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두 사람이 없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환경 때문에 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등장한다.우리가 너무나 쉽게 여기는 선택조차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거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세상에 존재하지만 딱히 관심 없는, 그러나 반드시 느껴야하는 순간에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가 있다.그들의 영화는 앞으로도 처음과 같은 거고, 그렇기에 그들의 영화는 늘 지지할 수 밖에 없다. 더보기
패딩턴 2 (Paddington 2 , 2017) 좋은 후속편이다.1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캐릭터일 텐데, 전편에서 패딩턴이 가족들의 화해를 위한 역할이 컸다면 이번엔 아예 패딩턴의 사려 깊은 성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편의 니콜 키드먼도 그렇고 휴 그렌트가 이렇게 코미디영화의 악역으로 나오는 걸 볼 줄이야.'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얄미운 정도를 넘어서서 작정하고 망가지는 장면들이 많다. 샐리 호킨스가 패딩턴이 물 속에서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셰이프 오브 워터'가 떠올랐다.장면의 무드보다는 샐리 호킨스 특유의 표정 때문인 듯.브랜단 글리슨의 존재감이 컸다. 전편에 이어서 2편에서도 역시나 배경인 런던의 매력이 큰 작품이다.이번엔 아예 랜드마크를 주목하게끔 하는데, 런던에서 후원해서 만드는 영화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리긴 힘들 거다. 그러나 최.. 더보기
패딩턴 (Paddington , 2014) 가족영화의 좋은 예다.클리셰일 수 있는 부분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채운다.웨스 앤더슨을 연상시키는 미술이나 나홀로 집에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 등 많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주인공인 패딩턴의 매력이 익숙함을 기분 좋게 볼 수 있게 만든다. 니콜 키드먼이 이렇게 코믹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장면 구성들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패딩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영화다.실제로 곰이 나타나면 도망가겠지만 패딩턴이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런던에는 다양한 이들이 어울려산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하는데, 런던에 대해 가장 똑똑하게 홍보하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런던여행 때 딱히 많은 감흥을 못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여행이 다시 가고 싶어진 것만 봐도, .. 더보기
로나의 침묵 (Le Silence De Lorna , The Silence Of Lorna , 2008) 오랜만에 다르덴 형제의 작품을 봤다.'로나의 침묵'은 '로제타'만큼이나 좋은 작품이었다.어떤 면에서는 '로제타'보다도 좀 더 공감하기 좋았다. 코소보 출신인 아르타 도브로시의 묘한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더 차일드'의 제레미 레니에가 살을 15KG 가까이 감량하고 나오는데, 처음엔 못 알아봤다.파브리지오 롱기온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 힘든 얼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덕분에 그의 캐릭터는 늘 입체적으로 보인다. 일종의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연민에 관한 이야기다.연민은 약자에게 폭력이 되지만, 연민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한다.실제로 벨기에에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고약할까. 영화는 철저하게 로나의 입장에서 진행된다.로나가 지켜보지 못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