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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 2004) '인크레더블2' 개봉하자마자 보려고 뒤늦게 '인크레더블'을 봤다.히어로물을 보면서 가족이 부재하거나, 가족과는 아예 단절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던 것 같다.그런 면에서 '인크레더블'은 가족을 전면에 내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이점이 생기는 멋진 애니메이션이다. 지금 세상에 힘이 재능인 사람이 탄생하면 어떨까.교복 입던 때에 읽었던 이문열의 소설 '역사'도 떠올랐다.초능력이 지금 세상에 드러나면 각종 매체를 통해 자그적으로 소비되고 나서, 흥미가 떨어지면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을까.초능력이 아니라 이것을 개인이 가진 능력으로 환원해서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가진 고민으로 이어질 거다.그래서 우리가 히어로물을 단순히 장르물로서 소비하는 과정 이후에도 사유해볼 수 있는 거고. '인크레더블2'에.. 더보기
하나 (花よりもなほ , More Than Flower , 2006)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하나'에 대한 평은 썩 좋지 않다.평작이다, 귀엽다, 산만하다 등의 평을 주로 이룬다.내게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보였다.오히려 '하나'를 보기 전날 봤던 '환상의 빛'의 정적인 분위기보다 이 영화의 산만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이런 류의 소동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들 연기가 전체적으로 좋은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야자와 리에다.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던 '종이달'에서도 그렇고 그녀의 연기는 늘 빛난다.분명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순간순간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완급조절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타의에 의해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아니,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사회가 부여한, 혹은 가족이나 주변의 기대가 .. 더보기
환상의 빛 (幻の光 , Maborosi , 1995) 숙면을 취하고 나면 정적인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진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인 '환상의 빛'은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찍던 그의 성향이 묻어날만큼 정적이다.명작이라고 하는 이도 많지만 내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안 붙었다면 더 박하게 평가했겠다 싶을 만한 평작이었다. 다만 인상적인 장면과 물음은 있다.재혼을 앞두고 이사 가기 전에 사별한 남편과의 사진첩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동생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고향에서 옆집 양장점 아주머니부터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까지 주변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들.그런 순간들은 내 삶에 대입해보게 되는 장면이라 울컥했다.추억을 돌아보고, 내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재회하는 일. 95년도의 아사노 타다노부는 지금 내 머리 속 이미지가 무색할 만큼 애띤 모습이다.짧은.. 더보기
구멍 (洞 , The Hole , 1998) 차이밍량식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보여주는 대만은 늘 외롭고, 그 외로움의 정도가 거의 재난에 가까운데 아예 재난을 배경으로 하니 그것도 흥미로웠다.'흔들리는 구름'에 나오는 뮤지컬 시퀀스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는걸 알게 됐다.차이밍량 영화에 뮤지컬 장면이 안 나오면 배우들이 웃는 표정을 볼 기회가 없다. 차이밍량 영화를 보며 울림보다 지루함과 롱테이크에서 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구멍'은 오히려 빠르게 전개되는 느낌이다.아마 일상에 가까운 재앙 같은 설정 때문일까.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외로운 개인이 연결된다는 건 영화적으로 충분히 설득되는 메시지였지만, 그게 내 일상이라고 생각하니 꽤나 아찔했다. 주변에 대만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차이밍량 영화는 대만을 배경으로 하지만 '외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