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하나 (花よりもなほ , More Than Flower , 2006)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에 비하면 '하나'에 대한 평은 썩 좋지 않다.

평작이다, 귀엽다, 산만하다 등의 평을 주로 이룬다.

내게는 꽤 괜찮은 작품으로 보였다.

오히려 '하나'를 보기 전날 봤던 '환상의 빛'의 정적인 분위기보다 이 영화의 산만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류의 소동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들 연기가 전체적으로 좋은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야자와 리에다.
내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던 '종이달'에서도 그렇고 그녀의 연기는 늘 빛난다.
분명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순간순간마다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완급조절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타의에 의해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
아니,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부여한, 혹은 가족이나 주변의 기대가 부여한 역할들.
그 당위성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하나'의 메시지는 내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언제나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방점을 찍느라 진짜 내 욕망을 돌아볼 틈도 없었으니까.
뒤늦게 그걸 찾느라 뒤늦은 사춘기를 겪는 느낌이다.
사춘기 때 내가 배운 건 타인에게 맞추는 법이었으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예외 없이 사랑스럽고 짠하다.
아버지는 사실 돌아가셨는데 엄마는 모르고 기다리고 있으니 모른 척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
남편은 사실 죽었는데 아이는 모르고 기다리고 있으니 모른 척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엄마.
이런 사려 깊은 장면들은 마음을 울린다.

사회적 기준에서 형편 없어 보이는 개인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고 연대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종합해보면 '하나'는 부족한 짜임새를 채울 만큼의 따뜻함을 지닌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