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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구멍 (洞 , The Hole , 1998)



차이밍량식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보여주는 대만은 늘 외롭고, 그 외로움의 정도가 거의 재난에 가까운데 아예 재난을 배경으로 하니 그것도 흥미로웠다.

'흔들리는 구름'에 나오는 뮤지컬 시퀀스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는걸 알게 됐다.

차이밍량 영화에 뮤지컬 장면이 안 나오면 배우들이 웃는 표정을 볼 기회가 없다.


차이밍량 영화를 보며 울림보다 지루함과 롱테이크에서 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구멍'은 오히려 빠르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아마 일상에 가까운 재앙 같은 설정 때문일까.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외로운 개인이 연결된다는 건 영화적으로 충분히 설득되는 메시지였지만, 그게 내 일상이라고 생각하니 꽤나 아찔했다.


주변에 대만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차이밍량 영화는 대만을 배경으로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도시에서 촬영한 영화 같다.

이강생과 양귀매의 슬픈 표정 대신 뮤지컬 장면에서 웃는 표정으로 이 영화를 기억해야지.